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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 교통 혼잡, 교통사고, 주차난, 에너지 난 등 자동차 사용에 따른 피해는 엄청나다. 게다가 골목길까지 자동차가 점령하면서 보행자가 안전하게 걸어다닐 권리마저 사라진 상태다. 과연 대안은 없을까? 오래 전부터 생태공동체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서울 성미산 마을이 10월 7일 마을 단위로는 국내서 처음 시작한 '자동차 두레(카 셰어링)'는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다. 다섯 가구가 참여한 이 실험을 오마이뉴스가 4-5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말]
자동차 두레에 쓰일 승용차를 앞에 두고 고사를 지내고 있다.
 자동차 두레에 쓰일 승용차를 앞에 두고 고사를 지내고 있다.
ⓒ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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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성미산 마을 주민으로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주부이다.

지난 일요일(7일) 우리 마을에 특별한 행사가 있었다. 자동차 두레(일명 카 셰어링, 자동차 나누어 타기)가 발족하게 된 것이다. 여섯 명이 자동차 한 대를 공동 소유하여 나누어 타려는 것인데, 그 창립멤버로 참여하게 되었다. 자동차 두레의 두레원이 된 셈인데 차가 없던 사람에게는 차를 새로 얻는 것이고, 반대로 차를 갖고있던 사람에게는 타던 차와 이별하게 되는 과정이다.

내 경우에는 남편의 차는 출퇴근 여건상 처분하지 않았으나 자동차 두레에 참여하고 싶어서 가입하게 되었다. 나에게는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차가 생긴 셈이다.

운전한 지도 오래 되었고 운전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차와 이별할 것을 권하는 자동차 두레에 가입한 것은 자동차를 덜 타야겠다는 것과 함께 골목에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를 다만 한 대라도 줄여가야겠다는 생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여섯 명이 시작하면서 벌써 자동차 네 대가 처분 또는 폐차되었으니 어느 정도 그 취지가 살려지고 있는 셈이다.

아이들 놀러 보내고 싶어도 갈 곳이...

자동차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들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아이들이 동네에서 놀만한 공간이 없고 안전하지 못한 현실을 보면서 그랬다. 흙이 있는 자연환경만큼은 못하더라도 방안에서 TV나 컴퓨터게임 하는 것보다 그래도 바깥에서 놀면서 컸으면 하는 생각인데, 아이들이 놀만한 골목에는 한낮에도 자동차가 가득 주차되어 있고 큰 길에는 도저히 나갈 수가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마을 사람들과 비교적 차가 없는 골목을 찾아다닌다든지 마을 안에서는 차를 천천히 운전하자고 하는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렇게 찾은 골목에서 아이들과 전래놀이를 하고 일 년에 한번씩은 '골목길 축제'도 열어서 마을사람들에게 이를 알리고 안전한 골목길을 만들자고 널리 이야기도 해보았으나 공감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설사 공감했다고 하더라도 당장 현실에서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럴 즈음 외국 사례를 통해 배워보자고 시작했던 공부모임에서 브라질의 꾸리찌바나, 독일의 여러 도시환경을 살펴보게 됐다. 깨끗하고 안전하며 그래서 살기 좋다고 소문난 이들 도시들의 공통점은 바로 발달된 대중교통체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다 보니 굳이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았고, 자가용을 소유하지 않을 경우 세금혜택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주거단지 안에 자동차수를 줄여서 얻은 공간을 자연스럽게 아이들의 놀이터와 공원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독일 카 셰어링 회사 stattauto
 독일 카 셰어링 회사 stattauto
ⓒ 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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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에는 독일 환경수도로 알려진 프라이부르크의 친환경 건축, 하노버엑스포의 그론즈베르크 생태주거단지 등을 답사한 뒤 '차 없는 주거단지 만들기' 가능성을 살펴보기도 했다. 그 때 독일 최초 카 셰어링 회사 stattauto사를 방문하면서 '자동차 함께 쓰기'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됐다.

당시엔 그저 외국의 부러운 사례쯤으로 여기면서 감히 우리가 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엄두는 내지 못했다. 공용주차장이 있다 해도 차를 두고 걸어오기보다는 자기 집 앞에 세워두고 싶어 할 것이고 자동차를 덜 탈 수 있도록 대중교통체계가 바뀐다는 것 또한 당장 기대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퇴근하지 않고 골목에 가득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들을 볼 때마다 뭔가 시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꼭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골목에 있는 자동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면서 다시 한 번 카 셰어링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과연 우리도 해낼 수 있을까?

지난해부터 고민하다 올해 7월 1차 정기회의를 열었다. 당시엔 지역 주민 여덟 명이 모였다. 동네에서 카 셰어링을 해 보자고 처음 모였을 때는 여러 경우였다.

가끔 타더라도 차를 처분할 결심은 내지 못하는 사람, 반대로 날마다 타고 다녔으나 이제 처분하고 되도록 덜 타겠다는 사람, 차가 없었지만 필요할 때 타려고 하는 사람, 등 모두 생각만큼 결심이 어렵거나 혹은 서로 다른 경우를 고려하려다 보니 어렵거나 하는 식이었다. 그래서 이들 모두가 차를 나누어 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처음부터 '차와 이별해라'가 아니라 '차로부터 자유로운 생활'이라고 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았다.

이후 매달 정기회의를 열면서 여러 작은 문제들을 점검해 나갔다. 차 안 전화번호는 누구 것으로 할 것인지, 주차는 어디에 할 것인지, 운행기록부와 주유기록부는 어떻게 작성할 것인지, 사용 금액은 언제 정산할 것인지,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차이는 어떻게 둘 것인지 등 신경 쓸 게 꽤 많았다.

그러나 함께 사용하는 불편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차로부터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비교적 자주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의 내가 참여하면서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는 분들도 필요한 만큼 이용하실 수 있고 혹 내가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없더라도 기꺼이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을 불편해 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니 예전에 가졌던 부담이 사라졌다.

함께 사용하는데 필요한 이러한 상부상조 관계 때문에 우리는 '자동차 나누어 타기' 대신 '자동차 두레'라고 하기로 했다. 자동차를 많이 타던 사람들은 조금씩 덜 타는 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반면 나는 '자동차 두레' 두레원으로서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자 하는 생활 속 실천에 참여하면서도 필요할 때는 이용할 수 있는 편리를 얻었다. 궁극적으로는 한집 두 집 차가 줄고 나누어 타는 사람들이 늘어나 동네 골목에 차가 없어져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명희 기자는 마포두레생협 이사장입니다.



태그:#자동차두레, #카셰어링, #성미산마을, #마포두레생협, #멋진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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