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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가 두 명 또 늘었다. 한 명은 심대평(66) 국민중심당 대표이고, 또 다른 한 명은 이수성(68) 전 총리다.

 

두 사람은 각각 10일, 11일 하루 간격으로 대선 후보가 됐다. 심 대표는 '추대'됐고, 이 전 총리는 '선언'했다. 심 대표는 '충청'을 대표하고 이 전 총리는 'TK(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선을 50여일 남겨놓은 시점이지만 두 사람이 막차를 탔다고 단정짓기도 힘들다. 두 사람의 출마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두 사람은 끝까지 완주를 할까?

 

이수성 "영남신당? 중상모략이다"

 

'위로 형님이 10만명, 아래로 동생이 10만명.'

 

'마당발' 이수성 전 총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사람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형님', '동생'으로 만드는 특유의 친화력이 유명하다. 서울대총장 출신인 이 전 총리는 김영삼 정권 시절인 95년 말부터 1년 3개월 동안 국무총리로 일하며 '서민총리'를 자처했다.

 

97년 대선 당시 신한국당 '9룡'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이회창 전 총재 아들 병역'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했다. 2000년 민주국민당에 입당했다가 2002년 대선 출마설이 나오기도 했다.

 

이 전 총리는 함경북도 함흥 태생이다. 어려서 자란 곳은 전남 광주다. 그런 이 전 총리가 'TK'를 기반으로 한 정치인으로 통하는 것은 본적(경북 칠곡) 탓이다. 그가 추진하는 신당을 '영남신당'으로 규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작 본인은 '영남신당'이라는 표현에 대해 "모욕적" "중상모략" "지역적 편가르기"라며 발끈했다.

 

2003년부터 현재까지 이 전 총리의 직함은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이다. 지난해에는 "정치판을 떠나겠다"고까지 했다. 그러다가 지난 8월 미국 LA에서 열린 제22대 미주한인회 총연합회 총회장 취임식에서 "정치에 때묻지 않은 참신한 세력을 규합하겠다"며 정치 재개를 선언했다.

 

당시 한인회장단은 이 전 총리에게 "국가와 민족이 요청하는 시대적 요청을 받아달라"며 '대선 출마 청원서'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 전 총리를 "대통령을 안하겠다는 훌륭한 인물을 어떻게든 잡아 끌어 내세울 생각"이라며 '킹' 보다는 '킹메이커' 쪽에 관심을 두는 듯 했다

 

'이수성 부상론'이 제기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나라당 발이었다. 지난 7월 당시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였던 홍준표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범여권 후보로 누가 나설 것 같냐"는 질문에 대뜸 "이수성 전 총리를 눈여겨보라"고 답했다.
 
"범여권의 후보로 이 전 국무총리가 나올 가능성 크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최근 서베이(여론조사)를 해보니까, 이 전 총리가 부상한다"며 "영남 출신이고 카리스마나 능력이나 화합이나 모든 측면에서 TK출신인 이수성씨로 노무현과 김대중이 합의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나온 주자들은 바람잡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손학규 전 지사나, 정동영 전 의장이 이수성 전 총리를 만나 출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안다, 그 정도 까지만 하자"며 여운을 남겼다. 다른 인터뷰에서는 이 전 총리를 "(한나라당이 상대하기) 벅찬 인물"로까지 평가했다.

 

그러나 윤여준 전 한나라당 의원의 시각은 달랐다. 윤 의원은 지난 9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수성 전 총리가 영남신당의 구심이 될 수 있나? 영남에 물어봐라"며 냉소를 보냈다. "실제 그런 움직임이 있는 걸로 아는데 지금 상황에선 폭발력을 가지기 어렵다, 국민적 지지를 받을 여건은 아니다"는 것이 윤 전 의원의 판단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 참여를 거부했던 김혁규 전 경남지사, 김원웅 의원, 강운태 전 내무부장관 등과의 연대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자주 만나면서 이 전 총리의 신당에는 '친노'라는 꼬리표까지 따라붙었다.

 

11일 이 전 총리가 대선출마를 선언한 '화합과 도약을 위한 국민연대'(약칭 화도연) 발족식 행사장에 김병준 전 실장이 다녀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절대 부정한다"고 말했다.

 

"여권이라고 했는데 저는 여야와 관계가 없다. 완전히 초월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친노 그룹이라고 했는데, 잘못이다. 여권 야권을 극복하는 국민 화합 시대를 열고자 한다."

 

여도 아닌, 야도 아닌, 이수성 전 총리의 '신당'은 성공할까? '이수성 부상론'를 처음 제기했던 홍준표 의원에게 11일 다시 물었다. 홍 의원의 답변은 3개월 전과 사뭇달랐다. "늦었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이 전 총리가 범여권 신당의 후보가 됐어야 하는데, 지금 (독자) 출마하는 것은 TK 지역표를 깨려고 하는데 불과하다.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비정치권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이달 말께 '중용대통합'을 기치로 내건 신당을 창당할 예정이다. 오는 15일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경선이 끝나면 내부에서 이탈한 세력의 합류를 기대하고 있다.

 

심대평 "연대설? 충청도 굴종시키려는 정치권 술책"

 

 

"병든 보수와 얼치기 진보라고 규정되는 세력과 연대해서 국민에게 희망을 말할 수 있겠나."

 

심대평 대표가 11일 CBS라디오 뉴스레이다에 출연, 한나라당이나 범여권과의 연대 가능성을 부인하며 한 말이다.

 

그러면서도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는 "이 후보와 나는 동갑내기이고 어려운 국가와 사회를 함께 살아왔던 세대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우호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고, 개인적으로 좋아한다"며 호감을 표시했다.

 

심 대표에 대한 이명박 후보의 호감 역시 더 했으면 더 했지 덜하지 않다. 이명박 후보는 지난 10일 선거대책위 출범식을 애초 충남 천안에서 개최하려고 했다. 충청이 이번 대선에서도 '캐스팅보드'를 쥔 핵심 요충지인데다, 이 후보에게 최대 취약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한 전략적 판단이었다.

 

그러나 이 후보는 출범식 직전 장소를 안산 시화공단으로 변경했다. 충청지역에 기반을 둔 국민중심당이 이날 대전에서 대통령 후보 선출대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재직 시절 '행정수도 이전'을 적극 반대했던 이 후보로서는 충청 민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최대한의 배려인 셈이다. 특히 향후 대선 과정에서 심대평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다.

 

이 후보 뿐만이 아니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11일 "심대평 후보 선출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이례적인 내용의 브리핑을 내놨다.

 

나 대변인은 "심 대표는 충남지사를 4번이나 연임했고, 지난 4월 대전 서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치인 중 한 분"이라며 "이제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되었으니 충청을 뛰어 넘어 대한민국 전체를 바라보고 좋은 정치, 바른 정치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한껏 추켜세웠다.

 

나 대변인이 내심 하고 싶었던 말은 다음 대목이었다.

 

"심 후보는 비전과 철학이 맞는 정치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을 항상 열어 놓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심 후보의 그동안의 행보와 정치 철학이 무능한 좌파세력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심 후보의 그 같은 정치적 유연성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결실을 맺기를 바란다."

 

한나라당 뿐이 아니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예비후보 중 한 명인 손학규 후보도 이날 "대통령 후보가 되면 민주당 후보, 문국현씨 뿐만 아니라 심대평 대표와의 후보단일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과 범여권의 노골적인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심 대표의 '독립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그는 <조선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나 범여권과의 연대론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충청도를 굴종시키기 위한 정치권의 술책"이라고 불쾌감을 표출했다.

 

심 대표는 범여권과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국민중심당 중심의 단일화라면 하겠지만, 비전과 철학이 맞지 않는 세력과 정치적 이해 때문에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고, 한나라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전혀 없다"고 언성을 높였다. 특히 이명박 후보에 대해선 "과거 회귀적 발상으로는 21세기 한국을 못 이끈다"고 각을 세웠다.

 

앞서 후보 수락연설에서는 "국민중심당이 이번 대선에서 단순한 변수가 아니라 중심세력으로 당당히 존재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국민중심당에 정통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도 "과연 70%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이명박 후보에게 심대평 대표가 왜 필요하겠느냐, 난로에 떨어지는 눈발"이라며 "심 대표는 한나라당과 연대하는 즉시정치 생명력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심 지사가 12월 19일까지 완주를 하면서 JP(김종필 전 총재)의 뒤를 잇는 충청 맹주로서 자리매김을 한 뒤, 내년 총선에서 현재의 5개 의석을 더 늘려 세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또 "지역을 담보로 하는 미니 정당이 대선 막판으로 가면 아주 미세하지만 의미있는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고, 향후 정계개편이 일어날 때 스스로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지역을 상징하는 세력이 아니라 인물로 그칠 경우 한나라당이나 범여권에 편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이수성, #심대평, #미니정당, #대통령선거출마선언,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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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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