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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가 내렸다. 미처 꽃도 떨구지 못한 가을꽃들이 말 그대로 서리를 맞고 말았다. 차일피일 거두기를 미루던 들깨며, 콩들은 거무죽죽히 멍이 든 잎을 늘어뜨리고 맥을 놓고 말았다.

 

오로지 빛을 잃지 않은 것은 국화뿐이었다. 가만히 봉당 볕 든 곳에 써늘해진 바람에 향기를 뿜으며 자색을 뽐내는 국화를 바라보자니, 문득 산자락을 노랗게 덮은 산국 생각이 난다. 산국은 그 꽃을 말려 차로 마시면 두통이나 현기증, 안질이나 기침에 좋다고 하여 매년 가을마다 한 줌씩 꺾어다 말려두곤 했다.

 

산국 찾아 나서기

 

 

집 부근에는 산국이 드물어 건너 말 송촌리 산길로 찾아 나섰다. 한창 만개한 산국이 볕 좋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노랗게 군락을 지어 피어 있다. 여름내 칡덩굴에 덮여 괄시를 받더니, 찬바람에 칡 잎들이 버석거리며 말라 떨어지고 나니 비로소 제 빛을 마음껏 과시한다.

 

겨울을 준비하는 벌들이며, 표범나비가 분주히 맴도는 노란 꽃들 가운데 생기로운 것들을 꺾어 담는다. 워낙 번식력이 강하고 씨가 잘 퍼지는 다년초이긴 하지만, 한 자리에서 꺾지 않고 드문드문 손을 성기며 담아본다.

 

꽃을 꺾노라니 산국의 향기가 코를 찌르는데, 손에도 노란 산국의 향내가 오래도록 묻어난다. 잠깐 사이에 비닐봉지 가득 채우고 돌아선다. 이제 꽃을 떨군 자리에 바람에도 술술 날릴 씨를 맺고 나면 한 줌 얻어다가 마당 가장이에 두루 뿌려 볼 셈이다. 골 아픈 일이라도 있을라치면 가만히 창을 열고 노랗게 핀 산국을 보노라면 어느 결에 머리가 맑아질 듯싶다.

 

산국 말리기

 

 

집으로 가져간 산국은 줄기를 다듬어 꽃봉오리만 골라낸다. 아직 피지 않은 망울은 말려서 찻물에 담가도 입을 다물고 향도 약하여 활짝 피워진 꽃을 말리는 것이 좋다.

 

꽃봉오리만 따낸 뒤 깨끗한 물에 서너 차례 가볍게 씻어서 채반에 얹어 그늘에서 물기를 뺀다. 지난해에는 찜통에 넣고 채반에 얹어 증기로 쪘더니 향기가 많이 날아갔다. 그래서 올해는 바람을 이용하여 말리는 전기 건조기를 이용했다.

 


플라스틱 원통형 채반이 담긴 건조기는 삼단으로 되어 있어 한 번에 상당한 양을 말릴 수 있었다. 전기로 작동하지만 열을 내어 증발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팬이 돌면서 바람을 불어 넣어 건조시키는 방식이라, 꽃의 향기나 성분을 손상하지 않아 좋았다. 서너 시간이면 다 말랐다.

 

 

건조기에서 꺼낸 산국은 넓게 펼쳐 바람을 통하게 한다. 이때에도 그늘에서 하는 것이 좋다 하니 지켜본다.

 

백화점이나 약재상에서도 대량 판매하고 있지만, 어디서 가져온 꽃인지 모르니 직접 집 가까이에서 구하여 집에서 만드는 것이 좋을 듯하다. 혹 농약 뿌리는 밭둑이나 산자락에서 자란 꽃이거나, 중국에서 만들어오느라 오래 묵은 것인지도 모르니 말이다.

 

꽃봉오리를 따고 남은 줄거리는 버리지 말고 빈 종이상자에 담아 화장실에 놓아두면 은은한 국화향이 가득 찬다.

 

 

산국 차 마시기

 

도감의 설명에 따르자면, 국화과에 속하는 산국은 감국과 더불어 차나 술을 담가 먹으면 두통이나 현기증, 눈물이 자꾸 흐르는 안질이나 연주창(連珠瘡), 기침에 좋다 한다.

 

차로 마실 때에는 말린 꽃을 두서 개 찻잔에 담그고 뜨거운 찻물을 부으면 오므렸던 꽃봉오리가 활짝 펴지면서 노란 물이 스며 나오면서 국화 특유의 향내가 번져 나온다. 창 밖으로 싸락눈이라도 내리는 겨울에 반가운 벗과 마주앉아 산국의 향내에 취해 보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추후 '남양주뉴스'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산국, #국화차, #건조기, #산국차, #가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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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면 광대울에서, 텃밭을 일구며 틈이 나면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http://sig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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