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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와 이사카 고타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즐거운 소설을 쓸 줄 아는 작가들로 통한다. 그들의 소설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면서도 읽고 나면 박하사탕을 하나 먹고 난 것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산뜻한 유쾌함을 만들어주는 이들이 바로 그네들이다.

<마돈나>겉표지
 <마돈나>겉표지
ⓒ 북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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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들의 작품 중에 최신으로 소개된 <마돈나>와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도 마찬가지. 그들의 이름에 대한 기대치를 갖고 있는 독자라면 빼놓을 수 없는 그만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먼저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집 <마돈나>는 직장 상사가 새로 입사한 여직원을 사모한다는 다소 엉뚱한 내용으로 시작한다.

아이도 있고 아내도 있다. 사랑에 나이 제한이 없다고 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나이 차이도 있다. 그런데도 여직원이 좋다. 너무 좋아서 그녀가 다른 직원들과 함께 있으면 질투하고 불안하고 초조해 한다. 앉으나 서나 그녀 생각만 한다. 그러다가 여직원이 보고 방긋 웃어주기라도 하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다. 과연 주인공의 사랑은 성공할 것인가? 오쿠다 히데오가 갈등하는 주인공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유머스럽게 묘사했기에 읽다 보면 살포시 웃음을 지을 수 있다.

<마돈나>에 수록돼 있는 ‘댄스’는 댄서가 되고 싶어 하는 아들 때문에 속상하고, 조직 문화를 따르지 않는 동료 때문에 괴로운 중년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소설 속의 중년은 속상하다. 삶을 좀 편안하게 만들려고 하는데 아들은 엉뚱한 소리만 하고 회사에서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그런데도 세상은 참고, 그것을 잘 조율해 보라는 속 좋은 소리만 한다. 중년은 어찌해야 하는가? 세상의 말을 들어야 하는가, 아니면 함께 날뛰어야 하는가. 그 끝은 유쾌하기만 하다.

그 외에도 <마돈나>에는 ‘총무와 마누라’, ‘보스’, ‘파티오’ 등이 실려 있는데 이것들은 하나 같이 중년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던 <걸>과 대조적으로 쓴 셈이다. 중년이 주인공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 소설을 중년에게 권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다. 대신에 중년의 아버지를 둔 아들, 딸에게는 마음껏 권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유는 왜? 유머러스함 속에서 따뜻함을 지니고 있기에, 그들을 바라보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소설이지만, 충분히 그렇게 만들고 있다.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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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가 <걸>과 대조적인 작품을 선보였다면 이사카 고타로의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은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에 이어지고 있다. 화려했던 은행털이범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덕분에 남이 거짓말하는 것을 귀신같이 알아내는 나루세, 은행을 털 때 엉뚱한 설교를 하는 교노, 소매치기 구온, 인간 시계 유키코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이들은 모여서 무슨 일을 벌이는가? 당연하게도 다시 은행을 터는 것이지만 기이한 인연으로 유괴범에게 납치된 여자를 구출하는 일에 휘말리게 된다. 다양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모여서 좋은 일 한번 해보려는 것이다.

이사카 고타로 소설의 특징상 범인을 쫓는 화려한 추격전 같은 것은 없지만 그의 소설답게 풍부한 상상력을 만끽할 수 있다. 만화보다 더 엉뚱한 그런 내용들까지 가득하니 이 명랑한 갱들은 지루한 삶을 습격할 만한 내공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문학성을 이야기한다면 <마돈나>와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은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하지만 문학성이 언제나 지루한 삶에 청량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이렇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도 필요한 법인데 이 두 권은 그것을 책임지고 있다. 지루해서 일본소설을 보고 싶은데 어떤 책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마돈나를 만나고 명랑한 갱들의 습격을 받아보자. 삶이 조금은 더 즐거워질 것이다.


마돈나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북스토리(2015)

이 책의 다른 기사

직딩들이여, 로망을 가져라

명랑한 갱의 일상과 습격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은행나무(2007)


태그:#일본 소설, #마돈나, #명랑한갱의일상과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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