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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에 너무나 많이 쏟아진 비 때문에 영동지방 고랭지 채소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실제 최근 둘러본 영동지방 김장채소 주산지의 모습은 황폐하기 짝이 없었다. 그 때문인지 요즘 시장에 나가보면 채소 값은 예년에 비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언론에도 그렇게 나온다.

 

항간에서는 올겨울 김장은 김장이 아니라 금장이 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래저래 가난한 서민들의 월동준비만 더 힘들어지게 생겼다.

 

그러나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에 걸쳐 둘러본 영남과 호남 지방, 그리고 충청도 지방의 김장채소 작황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특히 엊그제 다녀온 호남 지방의 채소작황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농민들은 서울의 김장채소 값이 그렇게 비싸다는 말에 수긍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지난 11월 2일 전북 정읍의 한 마을에서 만난 몇 사람의 농민들은 올 김장채소가 풍작이라고 말했다.

 


"올해 무 배추 풍작인디 왜 비싸당가요, 그거 다 장사꾼들 농간 아닝게벼? 안 그래도 서울 사는 딸과 며느리가 김장 걱정한다고 해서 내가 다 보내준다고 했당게요."


그 농민의 말에 의하면 전북뿐만 아니라 전라남도 지역도 대부분 채소 작황이 좋았다. 그런데 김장채소 값이 비쌀 것이라는 소문 때문인지 벌써부터 서울등지의 상인들이 시골에 내려와 미리 밭떼기로 김장채소를 사들이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채소 값 비싸보았댔자 농민들하고는 아무 상관도 없구만이라. 다 돈 많은 장사꾼들 배만 불릴 뿐이지."


채소 값 비쌀까 봐 걱정하는 아들 딸 주려고 무 배추 한 포기도 팔지 않고 고스란히 지키고 있다는 농민의 말이었다.

 

지난 달 말에 찾은 경북의 안동과 청송지방에서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김장채소가 흉작이라꼬, 아닐낀데, 봐라! 저렇게 잘 자라고 있는데 흉작은? 흉작이 무신 소린고?"


영남지방의 채소작황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말이었다.

 

물론 김장채소 주산지인 영동지방의 고랭지 채소가 완전히 흉작이어서 전체적인 수급에 전혀 문제가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강원도 북부지방이 차지하는 우리나라 김장채소물량 비율은 20-30%. 김장채소값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일부지방의 흉작소식을 이용하여 적정이윤이 아닌 치부를 꾀하는 일부 상인들의 농간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시점인 것 같다.

 

"내 아는 친구가 밭떼기 채소상인데 올해 김장철에 10억 원은 거뜬히 벌 것 같다고 장담하던데요."
"올해가 김장채소 장사꾼들이 대박 나는 해가 될 것 같다던데."


아는 친지들로부터 들은 말이다.

 

'무 배추 값 비싸보았댔자 농민들하고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는 현지 농민의 말과 '올 김장철에 대박을 터뜨릴 기대에 부풀어 있다'는 야채상인의 말에 상당한 연관 관계가 있지 않을까? 더 늦어지기 전에 요즘이 바로 관계당국의 종합적인 조사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승철 , #김장채소 , #배추밭, #정읍지방, #청송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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