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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디지털 융합 시대를 맞아, 미국 케이블업계와 통신 업계가 일대 접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케이블업계와 통신업계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비교적 서로의 사업 영역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어 상생의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면서 양 업계 간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불분명해지면서, 한편으로는 서로의 영역을 뺏고, 또 한편으로는 뺏기지 않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지난해부터 미국의 케이블사업자들이 케이블망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전화 서비스를 통해 기존의 통신 가입자들을 영입한 것이 그 예다. 이에 대항해 통신사업자들은 IPTV 서비스를 통해 기존의 케이블 가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VoIP부터 피보트까지, 케이블사업자들의 선공

 

미국의 금융정보업체이자 리서치 기업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tandard & Poor’s) 조사에 따르면, 미국 통신업계는 지난 2년 동안 가입자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반면, 케이블업계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전화 서비스 가입자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년 전부터 주요 미국 케이블 사업자들이 시작한 케이블망을 이용한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는 점차 가입자 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케이블사업자연합회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케이블사업자의 VoIP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고객 수는 미국 전체 전화 가입자 수 1억8천만 명 중 1200만 명에 이르고 그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케이블 TV회사인 컴캐스트(Comcast)는 2006년 말 현재, 240만 명의 전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타임워너케이블(Time Warner Cable)은 190만 명의 전화 가입자에게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샌디에이고(San Diego)의 가장 큰 케이블TV 회사인 콕스 커뮤니케이션즈(Cox Communications)는 올해 초부터 미국의 휴대폰 서비스 회사 중 하나인 스프린트(Sprint)와 함께 인터넷 서비스, 휴대전화 서비스 그리고 케이블 TV 서비스를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는 피보트 (Pivot)라는 서비스 판매를 통해 통신사업자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IPTV, 통신사업자들의 반격

 

케이블사업자들의 선공에 대해 통신사업자들은 그동안 케이블사업자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비디오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며 반격에 나서고 있다. 케이블사업자에 대항하기 위해 통신사업자들이 선택한 반격 카드는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다.  미국의 거대 통신기업인 AT&T는 작년에 인터넷 라인을 통한 비디오 서비스를 위해 총 46억 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광통신망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IPTV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버스(U-verse)’로 이름 붙여진 AT&T의 IPTV 서비스는 가입자들에게 뉴스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각종 오락 프로그램과 스포츠, 날씨 관련 프로그램들을 인터넷 망을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망을 이용해 각종 비디오 프로그램들을 제공하는 쌍방향 매체인 IPTV와 기존의 케이블TV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언제든지 선택해서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이다. AT&T의 유버스는 300개의 비디오채널과 음악채널을 제공하고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디지털 비디오 레코드 서비스 등을 하고 있다. 윌 이용료는 서비스 종류에 따라 월 44달러에서 129달러로 다양하다.

 

더 나아가, AT&T는 유버스를 이용한 TV 서비스, 인터넷 서비스, 휴대폰 서비스, 그리고 일반 전화 서비스를 패키지로 묶어 할인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케이블TV 사업자들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2006년, 텍사스(Texas)의 샌 안토니오(San Antonio)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유버스는 2007년 6월 말 현재, 5만1천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더니 9월에는 10만 가입자를 넘어서며 빠르게 그 수를 늘려가고 있다. AT&T측은 유버스 서비스 영역을 2008년 말까지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미국 내 12개 주에 사는 약 1800만 시민들을 대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AT&T의 유버스 보다 먼저, 케이블 업계에 대항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한 비디오 서비스를 시작한 버라이즌(Verizon)의 피오스(FiOS : Fiber Optic Service)는 지난 6월 말 현재, 2007년 누적 가입자 수가 51만5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워싱턴 디씨(Washington DC)와 미국 내 28개 주에서 피오스(FiO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버라이즌(Verizon)은 내년까지 200만 가입자, 그리고 2010년까지 1800만 가입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목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올해 2사분기 영업실적이 233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실적은 작년 동기대비 6.3% 증가한 것으로 피오스(FiOS)의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을 고스한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버라이즌의 피오스는 고화질TV 채널 제공 서비스, 온라인 게임 서비스, 파일 다운로드와 업로드 서비스, 디지털 비디오 레코딩 서비스 등의 다양한 기능이 있어 케이블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버라이즌은 앞으로 피오스 사용자들 간 비디오 및 음악 파일 등을 서로 공유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유튜브와 인터넷 라디오, 홈 비디오 등도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계가 모호한 미디어 시대, 콘텐츠가 경쟁력


미국 케이블사업자와 통신사업자의 사활을 건 경쟁으로 소비자들은 좀더 다양한 방송과 통신 서비스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은 지금처럼 각각의 서비스를 개별적으로 이용하는 대신 방송과 통신 관련 서비스를 묶음으로 판매하는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케이블TV, 전화 서비스를 각각 다른 회사가 아닌 한 회사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사라짐에 따라 케이블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유사한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디지털 융합시대의 경쟁력은 콘텐츠에서 나온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어떤 콘텐츠를 확보하고 보여줄 것인지가 중요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매스커뮤미케이션 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글은 미디어 미래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방송사업자, #통신사업자, #VOIP , #IP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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