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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법무부와 검찰청 업무보고에서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히고 있다.
 6일 오전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대한 법무부와 검찰청 업무보고에서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히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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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를 보면 '인수위 핵심관계자', '당선인 핵심 측근', '고위 관계자'라고 나오는데, 도대체 그게 누구냐?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해당하느냐?"

7일 오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간사단회의에서 김형오 부위원장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언론의 보도 내용은 물론 기사에 취재원으로 인용이 되고 있는 불특정 인사들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자칭 '실세'라며 인수위 관련 정보를 기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는 인사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제는 그 '정보'라는 것이 불확실하거나 설익은 것으로, 기자들에게는 마치 '확정'되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흘러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정보 중에는 실제 논의가 심화된 '고급 자료'까지 포함돼 있어, 인수위 보안 상태에 비상이 걸렸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자신에게 보고된 극비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는 사고가 잇따르자, "정보 유출자를 색출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동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조직 개편안과 관련해서 아직 한 가지도 확정된 것이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추측보도나 관계없는 분들의 코멘트를 받아서 앞질러 기사 쓰는 것은 삼가해 달라, 이는 (이명박) 당선인의 뜻이기도 하다"고 주문했다.

"소수의 인력만이 참여해서 숙고의 숙고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에 언론의 취재가 불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최근 언론 보도는 대부분 "오보"라는 설명이다.

이 대변인은 "정부조직개편 내용은 오늘은 물론 내일 발표될 가능성도 적다"며 "다시 당부하지만, 일부 외곽에 있는 분의 코멘트를 받아서 기사를 쓰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넘쳐나는 '인수위 실세'들, 넌 누구냐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이 대변인의 브리핑은 전날(6일) KBS가 '인수위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부)조직 개편안은 이르면 내일(7일)쯤 최종 확정돼 발표될 것"이라고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KBS는 지난 5일 밤 정부조직개편안이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고된 지 불과 20여분만에 '부총리제 폐지 및 5개부처 폐지'라는 내용의 기사를 단독으로 내보냈다. 이와 관련,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7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정부개편에 대한 질문을 받자 "거기에 대해서는 KBS가 저보다도 더 잘 아시는 것 같다"며 황당해했다.

이 위원장은 "그것(뉴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저는 보고받지도 못했다"며 "지금 기초논의 과정에 어떻게 그런 뉴스가 나갔는지 (경위를) 물어보니까, 어디서 나갔는지도 잘…(모르고), 지금 (정보유출자를) 찾고 있다고 하더라"라고 탄식했다.

새 정부 초대 총리후보 인선 보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경숙 인수위원장 임명을 단독 보도한 바 있는 <동아일보>는 7일자 신문에서 "인수위가 15명의 (총리) 후보를 2차례 검증해 박근혜 전 대표 등 6명으로 압축했으며 박 전 대표가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17일께 후보를 2~3명으로 압축한 뒤 20일께 최종인선을 확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에 비해 구체성은 떨어지지만, 타 언론들도 '당선인 측근' 등의 말을 인용해 앞다퉈 차기 총리후보 인선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

이와 관련 이 당선인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총리후보 인선과 관련) 언론들이 소설을 쓰고 있다"며 "2배수나 3배수는 들어봤어도 총리 후보가 6배수로 좁혀졌다니, 그게 소설이 아니고 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자들도 누구한테 얘기를 들어서 썼겠지만, 사실과 거리가 멀다"며 "그 사람들은 자기가 핵심인 것처럼 기자들에게 말하겠지만, 진짜 핵심 측근은 말 안한다. 자꾸 그런 보도가 나가니까 미치겠다"고 토로했다.

이동관 인수위원회 대변인이 7일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동관 인수위원회 대변인이 7일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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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화난' 이명박 "정보 유출자를 반드시 색출하라"

이명박 당선인은 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라 발생한 것과 관련 "정보 유출자를 반드시 색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인 비서실 관계자는 7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보안사고가 잇따라 터지자 이 당선인께서 엄청 화가 났다"면서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측근들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서실이 정보 라인 상에 있는 인사들을 대상으로 진상조사에 나선 가운데, 일부 인수위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통화기록 등을 조회토록 허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인이 인수위 출범 초부터 "정보유출에 대해서는 엄격히 책임을 묻겠다"며 극도의 보안을 경고한 것은 자칫 초기 구상 단계에서 정보가 새 나갈 경우 향후 전체적인 정국 구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미 일부 인수위원들의 사견이 무분별하게 언론에 보도되면서 인수위 전체 의견으로 비춰져 신뢰성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이 때마다 인수위 측은 그 책임을 '언론'으로 돌렸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동관 대변인은 인수위 출범 초기부터 하루에 2~3차례씩 진행되는 브리핑 때마다 "언론의 앞지른 추측보도" "정치적 상상력이 풍부한 보도" 등의 비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이 대변인은 정부부처 업무보고 첫날 브리핑에서 "(정부조직개편 등과 관련) 추측성 보도, 매우 풍부한 정치적 상상력에 의한 보도가 나왔는데, 회의 테이블에서 공식 논의된 바 없다"며 "외곽에서 만들어졌거나, 일부 초기에 말단에서 만들어졌던 얘기들"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기사거리가 없으니까 오죽하면 그렇게 썼겠느냐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흥분한 인수위, 과욕부리면 혼란이 생긴다"

하지만 인수위에 대한 언론 보도의 문제점이 단지 언론의 보도 행태 때문이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 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으로까지 거론됐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은 지난달 말 '희망제작소' 주최로 열린 '대통령직 인수 심포지엄'에서 새 인수위를 향해 "과욕을 부리지 말고, 성과주의를 물리쳐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윤 전 장관은 또 "검토하지 않은 정책, 개인의 생각을 얘기해서 나중에 공식 입장으로 알려지니까 부인하는 일이 벌어지는 혼란이 없어야 한다"며 "(인수위에서) 정부조직을 개편하겠다는 보도가 있는데, 자칫하면 과욕의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선거 직후 승리감도 있고, 언론의 관심도 집중되니까 약간 흥분한 것도 있고, (한 마디로) 과시욕이 생긴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희망제작소 주최로 열린 대통령직 인수 심포지엄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과 운영의 법칙 '5년의 성공을 가늠할 60일의 준비'에 대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발제를 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남대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희망제작소 주최로 열린 대통령직 인수 심포지엄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과 운영의 법칙 '5년의 성공을 가늠할 60일의 준비'에 대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발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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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윤 전 장관의 우려가 인수위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의욕만 앞세운 인수위가 설익은 정책을 남발해 혼선을 빚거나 반발에 부딪히는 등 적지 않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

지난 4일 강만수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는 신용불량자 구제 방안과 관련 "도덕적 해이우려가 있는데 원칙적으로 원금을 탕감하는 방안은 생각한 바 없다"고 말했다. 전날(3일) 신용불량자 720만 명을 구제하기 위해 4조 8000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논란이 일자, 뒤늦게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인수위가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상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동산 가격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거부 의사를 밝힌 것도 대표적인 인수위의 '오버' 사례로 분류된다.

또한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인 서민생활비 30% 절감을 목표로 유류세 및 통신비 인하를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세금수입 감소와 업계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문경란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대통령직 인수위 심포지엄'에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 사람은 1200만명인데, 이명박 후보를 잘 아는 사람은 3000만명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그 정도로 대통령직 인수위를 권력의 통로로 인식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명박 당선인이 '정보 유출자'를 찾아나서기 앞서 가슴깊이 두려워해야 할 조언인 셈이다.


태그:#이명박 인수위, #이경숙 위원장, #김형오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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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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