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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인에 의해 발탁되어 대통력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비드 엘든(63)은 스코틀랜드 출신 영국인이다. 그런데 이명박 당선인은 민주당 박상천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외국인을 공무원으로 뽑을 수 있도록 국가공무원법 개정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런 말은 인수위의 법적 활동 시한(취임 후 1개월)이 지나더라도 데이비드 엘든 위원장을 계속 요직에 기용하려고 하는 당선인의 의중을 드러낸다. 아울러 이 사람 외에도 더 많은 외국인을 공무원으로 쓰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될 수 있다.


물론 나라 일을 하는 데 외국인의 능력을 빌려 쓰는 것은 얼핏 보아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마땅히 법의 테두리에서 해야 하는 일이다. 현행 국가공무원법 26조에는 외국인을 채용할 수 있는 경우가 비교적 뚜렷하게 규정되어 있다.


이 법조문에 의하면 외국인의 공무원 채용은 ‘국가의 공권력을 행사하거나 정책 결정, 그 밖에 국가보안 및 기밀에 관계되는 분야가 아닌’ 경우로 한정되어 있다. 그것도 ‘기간을 명시하고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결국 이 법에 따르면 외국인의 공무원 임용은 연구직이나 자문역으로, 그것도 임시 비정규직이어야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데이비드 엘든의 경우처럼, 인수위 위원회위원장이 국가공무원이냐 아니냐는 데에 있다. 그런데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제10조에는 ‘국가공무원의 결격사유에 해당되는 자는 위원회의 위원장, 부위원장, 위원은 물론 직원도 될 수 없다’라고 명기되어 있다. 이는 인수위 소속원의 신분을 국가공무원으로 본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인수위 위원회위원장은 국가공무원


또한 이 법의 15조에는 ‘위원회의 위원장, 부위원장, 위원 및 직원과 그 직에 있었던 자 중 공무원이 아닌 자는 위원회의 업무와 관련하여 형법 그 밖의 법률에 의한 벌칙의 적용에 있어서는 이를 공무원으로 본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것은 인수위 소속원의 법률적 지위를 국가공무원으로 간주한다는 명백한 표명이기도 하다. 물론 인수위 소속원은 국가로부터 수당, 여비, 그 밖에 필요한 경비를 지급 받기도 한다.(제9조)


이와 같이 세 가지 법률에 의해 인수위 소속원은 국가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 마침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매일경제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데이비드 엘든의 인수위 활동도 외국인 공무원제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데이비드 엘든이 한국의 국가공무원임을 인수위가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다만 이 대변인이 말하는 ‘외국인 공무원제’라는 것이 왜곡되어 있다. 앞서 말했듯이 외국인의 경우 ‘국가의 공권력을 행사하거나 정책 결정 또는 국가기밀에 관계되는 경우는 국가공무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인이나 이동관 대변인에게 한 번 물어 보자. 국가경쟁력특위는 인수위의 여러 위원회 중에서도 가장 핵심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위원회의 수장이 정책 결정 또는 국가기밀에 관계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법치가 무너지면 민주주의의 모든 것을 잃게 된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법을 어겼다고 해서 탄핵까지 몰아간 전력이 있다. 그 때 이명박 당선인은 탄핵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했을는지 궁금해진다. 마침 헌재에서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가 개인의 의사표시자유보다 더 무겁다는 판결을 내렸다.


사실 대통령은 임명직 공무원이 아닌 선출직 공무원이므로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도록 공무원법에 나타나 있다. 하지만 선거법에서는 대통령의 선거 중립 의무를 요구한다. 두 법이 충돌하는 면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은 법의 준수를 강요받아야 했다.


하물며 대통령 당선인이 공무원법과 인수위법을 어기면서까지 외국인을 요직에 임명한 것은 법을 몰랐기 때문인지 아니면 법을 무시했기 때문인지 알고 싶다. 가뜩이나 이 당선인은 지금 특검의 피의자 신분으로 있다. 대통령에 당선하기 전에도 그에게는 숱한 위법의 전력이 있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의 위법을 보고 싶지 않다.
 

데이비드 엘든이 제 아무리 외국 자본을 많이 유치한다고 해도, 그리하여 경제가 발전한다고 해도 결과는 한낱 약육강식의 각축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법치가 무너져서는 민주주의의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영국인 위원장의 즉각적인 임명 철회와 당선인의 사과를 촉구한다.


태그:#데이비드 엘든, #공무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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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과 평론을 주로 쓰며 '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글쓰기를 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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