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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초록잎 다원
▲ 초록잎 다원 보성 초록잎 다원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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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보성은 차의 고장이다. 보성을 예향, 다향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차 마시기를 즐겼던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술을 즐기는 백성은 망하고 차를 즐기는 백성은 흥한다'고 했다. 육당 최남선은 흐린 백성을 맑게 해주는 것이 차라고 했다. 차는 우리의 정신을 맑게 해준다. 보성차밭 넘실대는 초록의 바다로 봄맞이를 떠나보자.

넘실대는 초록의 바다 '대한다원'

계단식 차밭은 굽이굽이 넘실댄다. '수녀님과 비구승편' 광고 촬영지 길에 이르면 그 아름다움에 흠뻑 젖는다. 위로 오를수록 차밭의 풍경은 아름답다. 차밭은 정상에서 봐야 멋있다. 초록 융단에 마음이 머물면 어느 누군들 반하지 않을까.

산과 바다 호수가 어우러진 보성은 해안에 위치하고 있어 해풍과 안개 토질이 차 재배 적지로 알려졌다. <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지리지> 등의 기록에 의하면 보성은 옛날부터 자생하는 차나무가 많아 녹차를 만들어 왔다고 전해진다. 문덕면 대원사와 벌교 징광사지 주변에도 야생 차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대한다원 ‘수녀님과 비구승편’ 광고 촬영지 길
▲ 대한다원 대한다원 ‘수녀님과 비구승편’ 광고 촬영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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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초록잎 다원에 가다

대한다원을 지나면 오른편에 초록 잎 다원이 있다. 전망대 난간에 기대어 초록을 본다. 굽이치는 녹차의 물결, 옷깃을 펄럭이며 달려오는 바람… 하늘엔 흰 구름, 태양은 구름 속에 숨어든다.

멀리 저수지의 물결도 초록으로 일렁이고 있다. 녹차 밭 한가운데 주황과 초록의 집들이 마음마저 푸근하게 감싼다. 화사한 옷을 입은 연인이 손을 꼬옥~ 움켜잡고 초록 숲으로 간다.

예술작품이 연상되는 갯벌에 넘어진 설치물
▲ 대포리 갯벌 예술작품이 연상되는 갯벌에 넘어진 설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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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리 포구 전경
▲ 대포리 포구 대포리 포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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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에 떠 있는 연꽃, 벌교 대포마을

비릿한 갯내음이 풍겨오는 벌교 선창가의 포구마을 대포리, 마을 어귀에는 어구와 그물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갯벌을 가로지르는 방파제 길에는 갯바람에 두 개의 깃발이 나부낀다. 바다에는 물이 너울지며 들어오고 있다. 갯벌 가장자리에 설치물이 뒤틀린 채 누워 있다. 마치 설치미술품처럼 그렇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대포마을은 마치 연꽃이 호수에 떠 있는 모습과 같아 연호동으로 불렸다. 후에 여수, 삼천포, 부산, 목포와 동부6군, 남원 등지의 상인들이 몰려들어 큰 포구를 이루었다 하여 대포라는 지명으로 바뀌었다.

물이 빠지면 대포리 앞바다는 거대한 갯벌을 드러낸다. 이곳은 국내 해안습지로는 처음으로 람사(국제습지보전협약)에 등재되어 생태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곳이다. 오염원이 없는 이 일대는 수산자원이 풍부하다. 짱뚱어와 칠게, 낙지, 맛조개, 전어가 많이 난다.

여자만 서북쪽에 자리한 벌교 대포리는 참꼬막 산지로도 유명하다. 65가구 120여 명이 사는 어촌마을 대포리는 마을주민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하며 겨울에 아낙네들이 드넓은 갯벌에서 참꼬막을 캐는 진풍경은 감탄사를 자아낸다.

이용욱 가옥(중요민속자료 159호) 넓은 평야와 해안이 가까워 강골 마을에서 가장 아름답고 풍수지리상 터가 좋은 곳이다. 안채, 사랑채 ,곳간채, 문간채가 규모 있게 구성되어 있다.
▲ 이용욱 가옥 이용욱 가옥(중요민속자료 159호) 넓은 평야와 해안이 가까워 강골 마을에서 가장 아름답고 풍수지리상 터가 좋은 곳이다. 안채, 사랑채 ,곳간채, 문간채가 규모 있게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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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삶의 흔적들... '강골마을'

강골마을은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에 있다.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현대인들에게 딱히 잘 알려진 곳은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전형적인 이 시골마을이 요즘에 와서 왜 세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걸까.

이 마을에는 예전의 전통과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길모퉁이 돌담길에는 담쟁이덩굴과 수백 년 묵은 이끼가 뒤덮여 있다. 조선시대부터 사용해온 삶의 흔적들이 잘 보존된 전형적인 살아 숨 쉬는 시골마을이다. 잊혀가는 가장 한국적인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우리가 고향을 쉽게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이유와 어쩌면 일맥상통하는 의미인지도 모르겠다.

강골마을은 오랜 전통에 걸맞게 산세 또한 매우 수려하다. 전국 어느 명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오봉산 용추골은 용추폭포와 칼바위로 유명하다. 용추폭포가 쏟아지는 깊은 계곡의 조용한 호수, 산자락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기암괴석,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원시림 그대로의 모습이 잘 간직되어 있다.

전통 한옥마을인 강골마을은 광주 이씨 집성촌으로 30가구 중, 26가구가 삶을 일궈가고 있다. 숲이 우거지고 야트막한 동산에 가려져 마을 집들은 있는 듯, 없는 듯 그렇게 자리잡고 있다. 대숲 우거진 골에 고즈넉한 고샅길 사이로 실개천이 졸졸거리며 흐른다. 흙돌담이 고스란히 보존된 포근한 마을 길을 걷고 있노라면 잠시 잠깐 내가 건너온 세상을 깜빡 잊고 만다.

강골 정보화마을 운영위원장 이정민씨가 살고 있는 집
▲ 체험민박집 강골 정보화마을 운영위원장 이정민씨가 살고 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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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상에 비해 가짓수가 덜 나왔다는 밥상이지만 진짜 우리 맛이 다 담겨있다. 가장 한국적인 최고의 맛이 아닐까.
▲ 최고의 밥상 손님상에 비해 가짓수가 덜 나왔다는 밥상이지만 진짜 우리 맛이 다 담겨있다. 가장 한국적인 최고의 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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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에 담긴 보성 강골마을 이정민씨댁

강골마을 체험은 숙식과 보성 녹차 밭 구경은 기본이고 계절에 따라 바지락 구이, 팥죽 쑤어먹기, 대밭에 놓아먹인 닭백숙까지도 간식으로 등장한다. 겨울철에는 모닥불에 구워낸 굴구이와 삼겹살 삽구이가 별미다. 맛에 취하고 정에 취해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하루 더 눌러앉는 이가 많아 예약손님 체험일정에 차질을 빚는 일도 다반사다.

체험객이 꺼리를 만들어 오면 이후의 일은 이 위원장이 대부분 해결한다. 동네 아무 밭이나 들어가 토마토 서리를 하다 들켜도 만사 오케이, 줄행랑을 치거나 여의치 않으면 이 위원장을 찾으면 된다. 두레박으로 우물물 퍼 올리기, 마당에 기어다니는 두꺼비, 제비 둥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그의 농촌에 대한 애정은 끝이 없다.

어둠이 깃든 강골마을에 산새 소리 가득하다. 세월도 멈춰선 곳, 강골마을에 고요가 찾아든다. 부엌에서 강골아줌마는 밥상을 차려내느라 분주하다.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다 어느새 텃밭으로 달려가 푸성귀를 따온다.

밥상이 차려졌다. 예당 쌀로 지은 김이 서린 하얀 쌀밥, 70년대 양은그릇에 담긴 시래기 된장국, 살짝 데쳐서 조선간장에 참기름 넣고 조물조물 무쳐내 쌉쌀하고 부드러운 고춧잎, 묵은지, 콩잎장아찌 등의 반찬은 천연조미료만을 사용해 자극적이지 않고 은근하고 깊은맛이 스며 있다. 손님상에 비해 가짓수가 덜 나왔다는 밥상이지만 진짜 우리 맛이 다 담겨있다. 가장 한국적인 최고의 맛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벌교 대포리 갯벌 : 호남고속도로 - 서순천톨게이트 - 17번국도 - 22번국도(순천시내통과) - 2번국도 -벌교읍 장좌방향(벌교삼성병원방향) - 843번 지방도 - 대포리

◐ 강골마을 : 순천 - 목포 방향 2번국도 - 예당 - 득량면 군두사거리 - 군두농협(주유소) 좌회전 - 845번 지방도를 따라서 약 200m - 최대성 장군의 신위를 모신 충절사 - 1㎞지점 851번 지방도와 갈라지는 삼거리 - 월평, 노계 방향으로 좌회전 1㎞지점 - 강골마을



태그:#보성, #다원, #대포마을, #강골마을, #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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