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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100일 도보순례를 3일동안 이끈 인사는 윤순영 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이다. 윤 이사장은 한강하구에서부터 김포시 고촌면 영사정 삼거리까지 20여명의 순례단을 이끌고 현장을 누비면서 이 지역의 자연생태의 아름다움과 이를 일거에 무너뜨릴 수 있는 '이명박 운하'의 문제점을 순례단에게 설명했다. 윤 이사장은 순례 3일째되는 날인 지난 14일 청계천 사업을 모방한 김포시의 계양천 개보수 공사 현장을 보여주며 "이것이 바로 이명박 운하의 축소판이 될 것"이라고 순례단에게 설명했고, 이곳의 상황을 보여주는 글을 보내왔다. [편집자말]
계양천 개보수 공사 현장
 계양천 개보수 공사 현장
ⓒ 윤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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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천 원래 모습
 계양천 원래 모습
ⓒ 윤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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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하천 복원이 전국적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김포시가 시행 중인 계양천 개보수 공사가 자연하천을 파괴하는 인공조경공사를 하고 있다.

김포시는 경기도로부터 지난 2004년부터 22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풍무동 인천시계(원당교)부터 북변동 황금교까지 계양천 6.5km 구간을 환경오염과 재해예방을 위한 개보수사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김포시는 경기도 및 건설기술연구원의 자문을 받아 계양천 구간 중 식생이 양호한 부분을 자연친화적인 자연 하천 조성키로 하고 이에 대한 시공계획을 별도로 수립했다.

자연형 하천복원? 죽음의 하천으로 만들어

이에 따라 김포시는 계양천 개수공사 구간 중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사우택지지구 뒤쪽 2km 구간에 대해서는 자연석 및 산책로, 목교, 목계단, 징검여울 등을 설치하고 상류측 4.5km 구간에 대해서도 하천정비기본계획에 의한 하천폭 확대, 제방확보 등의 재해예방사업과 함께 자연석, 환경녹화블록 등을 시공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최근 공사가 한창인 사우동 구간은 자연친화 생태하천 건설이라는 당초 목표를 상실한 채 환경파괴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사우택지지구 뒤 계양천에서 이뤄지고 있는 공사가 기존 갈대군락을 완전히 덮어버리고 심지어 자연적으로 조성된 버드나무군락까지 훼손하며 시멘트와 돌, 시멘블록으로 하천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수풀 사이를 흐르던 물길을 모두 시멘트로 덮고 인공하천을 만드는 공사는 자연하천 복원이 아닌 조경하천 조성공사이며 대표적인 생태하천으로 거듭난 경안천, 안양천 등은 인공하천 조성을 통해 살아난 것이 아니라 오염원 차단과 자연형 하천의 복원을 통해 살아난 것이다.

계양천 보수공사와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하천식생파괴 외에도 향후 하천복원 능력 상실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천 사면에 수생식물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호안블록을 설치하고 있지만 정작 호안블록 아래에는 방수매트를 설치해 수생식물이 정착이 불가능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풍무동 구간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공사를 마친지 2년이 지났지만 물가 호안블록 안에는 갈대 등 수생식물은 자리잡지 못한 채 잡풀만 무성한 상태다. 호안블록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설치한 방수매트가 물이 호안블록 안으로 스며드는 것을 차단해 호안불록이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계양천의 건천화 예방을 위한 대책도 시와 환경단체·주민들이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시는 계양천의 갈수기 건천화 방지를 위해 농업용수를 계양천에 흘려보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건천화도 예방하고 여름철 수질오염도 낮출 수 있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시는 농업용수를 유입하는 공사를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에 대해서도 과거 자연태로도 계양천에 물 공급이 가능하며, 자칫 농업용수를 끌어들여 혈세를 낭비하고 관리 부실을 낳을 수도 있다.

인공적으로 농수로 물을 끌어들여

당장 물이 흐르는 하천을 만들기 위해 인공적으로 물을 댄다면 매년 드는 유지관리비는 엄청날 것며 하천은 제대로 복원하려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제대로 복원한다면 특별한 유지관리비는 따로 든다. 실제 서울 청계천에 하루 12만 톤의 물이 공급되면서 연간 8억7천만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과거에는 밀물 때 샘재 수문(계양천 하구)을 통해 한강물이 계양천 상류지역까지 올라왔었다. 배수문을 활용해 한강물을 공급한다면 환경오염도 막고 빠른 시간 내에 다양한 식생이 복원된 자연 하천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30여 년간 수문을 차단하고 홍수시에 활용을 하였고 죽음의 하천으로 만들었다. 치수관리를 통해 살 수 있는 자연하천을 농수로 물을 흘려 인공하천을 만든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사우택지지구 뒤편의 계양천은 오수관로의 신설로 오염을 막을 수 있겠지만 오수차집관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풍무동 구간에서 생활하수와 공장폐수가 그대로 계양천으로 흘러드는 상황에서 계양천의 생태복원은 요원한 일이고 형식적인 하천복원 공사가 아닌 오수유입 차단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김포시가 돌다리, 목교 건설, 친수공간 조성 등 자연친화형 하천을 만들 계획이라면 나무기증 운동 등 시민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사업을 통해 민·관이 함께 하는 사업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환경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광역단체를 중심으로 민관합동 하천살리기사업단까지 구성하며 각광을 받고 있는 자연형하천 조성사업. 도시경관의 100년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하천복원사업이 성과 위주의 사업으로 전락해 시민들에게 부담만 안기는 사업으로 전락하지 않고 민·관 거버넌스에 의한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시민단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태그:#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 #계양천, #윤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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