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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정권이 출범했다. 여러가지 도덕성 시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서 집권한 것이니 누구도 정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출범부터 삐걱거리는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인수위의 어설픈 시행착오도 문제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큰 문제는 바로 국무위원의 인사에 대한 문제이다.

 

10년동안 한나라당이 수립한 도덕성 기준

 

국민의 정부가 처음으로 수평적 정권교체에 성공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하던 시기를 돌아보자. 이미 세력연합으로 집권한 정부였지만 정작 김종필씨의 국무총리 인준이 6개월동안 이루어지지 못했다. 물론 도덕적 하자가 있고 과거의 정치행보 속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권을 내준 한나라당의 상실감이 더욱 문제였다. 특히 집권세력의 실패를 유도하는 것이 다시 정권을 찾아오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전략차원의 접근이었다.

 

이 후에도 수 많은 국무위원 내정자나 이미 임명된 사람들이 야당의 공세로 낙마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장상 총리내정자, 장대환 총리 내정자, 이헌재 경제 부총리, 이기준 교육 부총리, 김병준 교육 부총리 내정자 등이 여러가지 의혹과 야당 및 수구언론의 공세로 사퇴하였다. 도덕성 검증의 칼날을 피하여 무사히 장관직을 수행한 사람들이 훨씬 많기는 하지만 너무 많은 정쟁을 경험해야 했다.

 

국민의 입장에서 공직자의 도덕성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는 것을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국익에도 부합하는 점이 적지않다. 공직사회가 깨끗해지면 그만큼 사회가 맑아지고 투명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법을 어긴 사람이 낙마하는 경우 뿐 아니라 국민의 도덕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은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는 것이 결코 나쁠 것은 없다. 한나라당이 10년 야당을 하는 동안 우리사회에 기여한 부분으로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 의도가 어떠했건 그렇다.

 

비판은 장려하되 비난은 막아야한다

 

참여정부 5년의 인사를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은 '코드인사'라고 불렀다. 또 '회전문 인사'라고도 하였다. 사실 대통령이 국정을 이끌어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일이다. 함께 호흡을 맞춰서 일할 사람들이 대통령과 코드가 맞지 않는다면 오히려 곤란한 일이다. 코드가 안맞는 것보다는 코드가 맞는 것이 훨씬 바람직한 일이다. 참여정부 인사를 비판하려면 오히려 정치적 의도로 인하여 코드가 안맞는 사람들을 기용한 사례를 비판했어야한다.

 

회전문 인사는 이미 임명된 사람을 다른 자리로 이동시켜 기용하는 사례가 많아서 제기된 비유일 것이다. 그러나 인사검증의 과정을 깊이있게 진행하다보면 마땅한 인물을 찾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우리사회의 기득권층이 가진 도덕성의 수준으로 인한 문제이기도 하고 한나라당이 야당노릇을 너무 강력하게 하다보니 더욱 인물난에 허덕이지 않을 수 없게된 것이다.

 

코드인사나 회전문 인사라는 말은 비판이 아니다. 그것은 비난에 가까웠던 일이다. 건전한 수준의 비판은 얼마든지 수용해야 하지만 이런 비난마저 국민이 수용했던 것은 악순환을 유발할 뿐이다. 지금의 야당도 또 다시 그러한 비난을 하려는 유인을 얻게될 것이다. 과도한 비난은 우리사회를 멍들게 하는 독소이다. 수위에 맞는 적절한 비판만이 허용되는 사회로 나아가야할 때이다.

 

입장이 바뀌더라도 기준은 유지해야...

 

우선 여당이 된 한나라당은 과거 자신들이 적용하던 기준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국정에 책임이 없는 야당이어서 마구 비난한 것이 아니라면 여당이 되었다고 바로 기준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과거 자신들이 자격이 없는 것으로 분류한 사실들에 대하여 지금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해선 안된다.

 

지금의 야당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자신들이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하던 동일한 문제를 지금 야당이 되었다고 문제삼는 일은 옳지 않은 일이다. 이미 여당을 경험한 정치세력으로서 발목잡기를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여당시절에 관대한 잣대로 평가하던 일이라면 지금도 역시 그렇게 문제삼아서는 안된다.

 

여야가 모두 자신들의 입장에 따라서 전혀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임하면 그것은 국민에게 혐오감을 줄 뿐이다. 민주주의 정치는 여야가 항상 바뀔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모든 것을 선거에서의 유불리로만 판단하고 그것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모두가 손해를 입게될 것이다.

 

물론 지금 새정부가 인선한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면면은 매우 실망스럽다. 너무도 문제투성이 인사가 아닐 수 없다. 자신들이 과거에 주장했던 기준에 의하면 거의 국무위원 자격을 갖춘 인물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문제가 있는 인물들은 지금이라도 당장 교체하여 국민의 높아진 도덕기준을 충족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여야가 바뀐다고 기준을 서로 바꾸어서 다투선 안될 일이다.

 

여야가 모여서 명확한 검증기준을 수립해야...

 

매번 국무위원을 임명할 때마다 서로 정쟁을 일삼는 꼴은 국민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어떤 국민도 그러한 공방을 흔쾌히 즐겨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준없이 때마다 달라지거나 들쑥날쑥한 기준을 내밀어선 안될 일이다. 이제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수립할 때가 되었다.

 

첫째, 법을 위반한 인사는 철저히 공직에서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한다. 전과자는 사면을 받았다 하더라도 문제가 있다. 또 법적 처벌을 받지는 않았더라도 불법이 분명한 사안에 대해서는 자격이 안되는 것으로 분류해야 옳다. 물론 사소한 교통위반이나 범칙금같은 예외도 분명히 명시해둬야 할 것이다.

 

둘째, 부동산 투기는 철저히 배제하는 것이 옳다. 물론 여기에도 구체적 기준이 있어야한다. 법으로 소유가 금지된 농지를 경작도 하지 않으면서 취득하는 일, 주민등록법을 위반하여 위장전입등의 수단을 사용한 일, 일가구 다주택을 소유하거나 자주 사고 파는 것을 반복하는 일 등은 배제사유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탐하면서 공직에도 욕심을 내선 안되는 일이다.

 

셋째, 해당 부처의 존립의미를 부정하는 발언이나 행적을 했던 사람은 철저히 배제되는 것이 옳다. 예를 들면 통일부 장관내정자가 통일을 하지 말아야할 것처럼 주장해서는 곤란한 일이다. 통일을 위해 존립하는 자리를 통일에 반대하는 사람에게 맡겨서는 안된다. 노동부 장관이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기업의 편을 드는 인사여서는 안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복지축소를 주장해선 안된다. 여성부 장관이 성차별 언행을 해서는 안된다.

 

넷째, 국적의 문제도 있다. 종종 자녀들의 외국국적에 대한 문제를 삼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자녀들의 국적까지 제한하려는 것은 지나친 쇼비니즘이다. 탈법행위가 없이 적법한 절차로 자녀들이 외국국적을 취득한 경우라면 인정하는 것이 옳다. 다만 원정출산이나 병역면탈을 위한 목적이 뚜렷한 경우 자격이 없다고 봐야한다.

 

다섯째, 학자들을 기용하는 경우 논문표절의 문제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학계의 관행이라 하더라도 표절은 대단히 심각한 양심불량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단 한건의 논문 표절도 허용될 수는 없는 일이다. 학계가 그러한 부도덕한 관행에 더 이상 물들어선 안될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결격사유로 명시해둘 필요가 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명문화하여 정쟁을 막을 수 있는 여지는 많다. 명문화가 안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할 수 있는 부분을 그렇게 명확히 해두면 정쟁은 많이 줄어들 것이다. 또 그것이 관행으로 굳어지면 명확한 결격을 지닌 인사를 하지 않게 될 것이고, 만일 뒤늦게 밝혀지면 사퇴시키면 될 일이다. 여야가 쉼없이 정쟁을 일삼는 일은 많이 줄어들게 되어있다.

 

인사권을 가진 쪽이나 검증을 해야할 국회나 어떤 기준도 없이 때마다 다른 잣대로 이전투구를 반복하는 것은 목불인견이다. 인물이 아무리 없어도 안되는 인물은 안되는 것이다. 아무리 감정적으로 맘에 들지 않더라도 명확한 결격이 없다면 시비를 해선 안된다.

 

부디 여야가 이번 기회에 인준이나 인사청문회의 기준을 서로 합의하여 수립해주길 바란다. 우스운 인사를 억지로 우겨서도 안되고, 큰 결격이 없는 데 정쟁만 일삼아도 안된다. 그런 정치세력은 국민이 다음 선거에서 심판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심판이 좀 더 수월해지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명문화된 기준은 수립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태그:#한승수, #남주홍, #국무위원 자격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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