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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우리의 절기상 입춘에서 입하 전까지 해당된다. 봄은 첫 번째 계절이기도 하지만, 한해의 시작이다. 예로부터 "한 해의 계획은 봄에 세워야 한다(一年之計, 在於春)"는 말처럼, 봄에 농가에서는 농사를 준비하는 시작의 계절이다.
 
봄은 부활의 계절
 
한문의 봄(春)은 햇볕을 받아 풀이 돋아나오는 모양을 나타낸다. 봄은 신화적 사고를 빌리면, 신의 주관하에 봄을 시작으로 여름, 가을, 겨울이 순환된다고 생각해, 겨울은 죽음의 계절이지만, 봄은 부활(재생)의 계절이다.
  
그 봄, 봄, 봄, 봄이 왔다. 초록 저고리, 분홍 치마 입은 '봄처녀'가 쑥 캐러 나왔다. 꼭꼭 숨었다가 나왔다. 봄처녀가 오면, 봄아지랭이, 봄비, 봄나물, 봄나비, 봄밤, 봄하늘, 봄바다, 봄바람, 봄동산, 봄나들이, 봄노래, 봄잔치, 봄놀이, 봄입학, 봄편지, 봄옷, 봄구두 등속(等屬) 다 나온다.
 
"봄철의 숲 속에서 솟아나는 힘은 인간에게 도적상의 악과 선에 대하여 어떠한 현자보다도 더 많을 것을 가르쳐 준다"고 시인 '워즈워스'는 말한다.
 
삼월의 햇살은 부드러운 신의 음성 같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봄처녀의 옷고름처럼 부드럽다. 봄산에 오면 그 흐르는 봄물소리가 여느 때와 달리 봄새가 우는 소리 같다. 봄구름이 흐르는 소리, 봄바람 소리가 보리 피리 소리처럼 들려온다.
 
나무들 시집 가는 봄, 봄, 봄
 
봄철의 명절은, 정월 대보름, 2월 초하루, 3월 삼짇날을 들 수 있다. 열나흗날, 농가에서는 벼가릿대를 세워 풍년을 비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나무 시집 보내기라고 해서 대추나무, 감나무, 밤나무 등 과실수 나뭇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놓으면, 열매가 실하게 열린다고 믿고, 마을의 평안과 행운을 비는, 동제(洞祭)를 올렸다. 
 
봄은 나무 시집 보내기 많듯이 우리 사는 세상도 입학식도 많지만, 결혼식도 유달리 많다. 많은 신혼부부들이 태어나는 봄, 봄…. 그 봄산 올라가는 길목에서 천 년 해로한 천 년의 부부 소나무를 만났다. 너무 곱게 늙은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을 닮았다.
 
사람들은 부부는 일심동체라고 하지만, 부부는 또 돌아서면 남이라는 말처럼 적당한 간격이 천 년 나무를 서로 바라보는 그 편안함에, 그 긴 천 년을 하루 같이 살아온 것 같다. 
 
서로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를 지키며, 각자 멋진 자태를 뽐내는 부부 소나무를 감상하다가, 안적사 까지는 약 300m 남았다는 이정표를 만난다. 타박타박 봄산을 올라가니 나도 모르게 휘파람이 절로 나온다.
길의 왼편에서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은 너무 맑다. 그야말로 명심보감의 글귀 하나 떠오르게 하는 명경(明鏡)이다. 두 손바닥으로 흐르는 물을 받아먹으니, 도시 매연에 커멓게 그을린 속이 다 깨끗해진 기분이다. 아니 봄 처녀가 된 기분이다.
 
봄의 계단, 그 '청라 언덕'에 올라
 
3월 삼짇날에는 우리 조상들은 처음 본 나비의 빛깔로 길흉을 점치기도 했다고 한다. 노랑나비나 호랑나비는 길조이지만, 흰나비는 부모 상을 상징해 이를 꺼려 했다 한다. 아녀자들은 이날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윤이 나 아름다워진다고 믿었다고 한다.
 
봄은 환상의 계절이 틀림 없다. 봄의 교향악이 흐르는 청라 언덕… 봄은 오색중 청(靑)에 해당한다고 한다. 온갖 풀과 나무의 새싹이 돋아나고, 햇볕이 따뜻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 그 봄, 봄의 계단을 오른다.
 
숲길 어디선가 '상춘곡'이 들려온다. 봄, 봄, 봄, 봄은 어디에서나 아름다우리… 하지만 마음에 봄이 오지 않으면, 봄, 봄, 봄처녀는 저 혼자 놀다 가버린다. 그래서 귀한 그 봄, 그 봄이 그대 곁에 가까이 왔다.
 
장안을 거닐며
봄이 온 줄 몰랐는데
울타리 너머로 갑자기
작은 복사꽃이 찡긋하고 서 있네
 
- 허균 '작은 복사꽃' 
 
봄바다, 그 멸치 냄새는 벚꽃보다 향기롭다
 
수령산 정상에서 산 아래 내려다보니, 대변항 바다가 목측이다. 대변항 바다는 봄이 와야 비로소 대변항이다. 봄멸치가 별빛처럼 쏟아지는, 대변항의 밤바다는 집어등이 장관이다. 봄바다에서 나온 싱싱한 멸치 냄새는 꽃보다 향긋하다. 미나리와 파를 넣고 머물린 대변항 멸치회, 정말 기장의 대 명물이다.

덧붙이는 글 | 지난 3월 2일 기장, 수령산에서 구곡산까지 다녀왔습니다.


태그:#수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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