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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녹이면서 올라온다는 앉은부채
 눈을 녹이면서 올라온다는 앉은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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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문산자연휴양림 입구인 노령문
 회문산자연휴양림 입구인 노령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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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초 전북 순창군에 자리한 국립 회문산자연휴양림을 찾았다. 전날 전주에서 아는 후배와 술한잔하기로 한 관계로 전북대학교 훈산 건지하우스에서 1박한 후 길을 나섰다. 가는 길에 휴양림 길목인 임실의 강진삼거리에 있는 고향산천에서 다슬기탕으로 아침을 먹었다. 다슬기국물과 함께 나온 수제비로 인해 얼큰한 맛이 일품이다.

4년만에 다시 찾은 휴양림은 입구에서 보면 여전히 겨울이다. 2월말에 내린 폭설이 아직 군데군데 남아 있어 설경을 연출하는 곳도 보인다.

회문산자연휴양림은 구림면 안정리의 회문산자락에 위치한 자연휴양림이다. 회문산은 북서쪽에 장군봉(780m)과 북쪽 중앙에는 회문봉(837m)으로부터 남서쪽으로 뻗은 산줄기를 따라 크고 작은 암석군이 형성되어 멋진 경관을 자랑한다. 회문산은 6.25때 빨치산이 머물던 곳으로 유명한데, 영화 <남부군>의 무대가 되기도 했다.

매표소를 지나 올라가자 노령문이 제일 먼저 나그네를 반긴다. 노령문은 휴양림 개설 당시 큰문턱바위를 출렁다리와 연결하면서 만들어진 문으로 회문산이 노령산맥의 줄기에 해당되어 붙은 이름이다.

도로를 만들기 위해 산허리를 자르면서 양 옆에 돌을 길게 이어붙여서 성벽처럼 만들어진 문이다. 문 양 옆으로 지난 주에 내린 눈이 길게 깔려 있다.

노령문 옆에 잠시 차를 세우고 옆으로 올라서자 출렁다리가 계곡 위로 늘어서 있다. 출렁다리 위에 올라가 아래쪽의 계곡과 폭포를 카메라에 담았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계곡 사이로 물줄기가 힘차게 쏟아져 내려온다. 눈과 얼음을 뚫고 봄이 오는 소리를 토해낸다. 다리를 건너 반대편에서 출렁다리 전경을 촬영하고 위쪽으로 올라가 빨치산사령부 앞에 차를 세운다.

복원된 빨치산사령부 내부
 복원된 빨치산사령부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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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은 6.25때 빨치산 전북도당의 사령부와 정치훈련원인 노령학원, 세탁공장이 있었던 곳으로 당시의 모습을 복원해 놓았다.

입구에는 땅속으로 연결된 두 개의 문이 있는데, 안으로 들어서면 빨치산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환자를 간호하는 모습, 총기를 수리하는 모습 등이 마네킹으로 재현되어 있으며, 당시 사용된 물통, 모자, 찬합, 모포 등이 전시되어 당시 상황을 잘 말해준다.

빨치산사령부를 둘러본 후 차를 이동해서 등산길에 나섰다. 오늘의 주 목적인 앉은부채를 촬영하기 위해서다.

눈을 뚫고 올라오는 앉은부채의 새잎
 눈을 뚫고 올라오는 앉은부채의 새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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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자 눈속을 헤치고 올라오는 녀석이 보인다. 앉은부채는 복수초처럼 몸에서 열을 내면서 눈을 녹이고 올라와 꽃을 피운다. 앉은부채는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지의 응달에서 주로 자란다.

줄기가 없으며 잎은 뿌리에서 뭉쳐 나오는데, 30∼40cm 길이로 둥근 심장 모양을 하고 있다. 뿌리의 길이가 1m50cm에 이를 정도로 깊고 넓게 박혀 있어서 다른 곳에 옮겨심어 키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여름이 되면 붉은색으로 열매가 익는다. 앉아 있는 부처님같다고 해서 앉은 부처로 불리다가 앉은부채라 불린다.

어쩌면 부채처럼 바람을 일으켜 눈을 녹인다고 해서 부채가 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녀석이 눈을 뚫고 나오면서 봄바람을 불러오지 않는가?

눈위에 활짝핀 앉은부채
 눈위에 활짝핀 앉은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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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녹이면서 초록빛 새싹을 내밀고 있는 모습이 앙증맞다. 조금 더 올라가자 눈 위로 무리지어 고개를 내밀고 피어 있는 앉은부채가 보인다.

잎이 땅에 떨어진 낙옆이랑 색깔이 비슷하다. 보호색을 하고 있어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찾기가 쉽지 않은데 눈 위에 다소곳이 서 있어 쉽게 눈에 들어온다. 잎을 벌린 사이로 도깨비방망이처럼 생긴 꽃이 들어앉아 있다. 곤봉같기도 하고, 도깨비방망이처럼 보이는 황금빛 자태에 눈이 부시다.

잎속에 들어앉은 도깨비방망이를 꺼내 ‘금나와라 뚝딱, 은나와라 뚝딱’ 하면 금세 부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잎이 벌어진 틈이 워낙 작아서 사진촬영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대체적으로 꽃을 촬영하면 실제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예쁘게 담기는데, 앉은부채는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아내기가 어렵다.

때로는 땅바닥에 엎드려서 촬영하기도 하고, 때로는 삼각대를 세우고 촬영했다. 주변에서 올라오는 녀석을 건드릴 수도 있어 삼각대는 주변의 바위와 돌 위에만 설치했다.

일반적으로 꽃과 눈높이를 맞추어야 멋진 사진이 되지만, 이 녀석은 꽃의 특징인 도깨비방망이를 함께 담으려면 때론 완전히 일어서서 내려찍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잎 안쪽에 들어앉은 도깨비방망이와 잎의 노출 차이가 크기 때문에 노출을 맞추는 것도 결코 쉽지가 않다.

앉은부채의 꽃은 도깨비방망이를 닮았다
 앉은부채의 꽃은 도깨비방망이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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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3시간 가까이 꽃과 씨름해서야 마음에 드는 사진을 담고는 내려왔다. 숲체험교실에서 나비, 나방 등 다양한 곤충표본을 촬영했다. 이곳 관리인의 이야기로는 3월말까지는 앉은부채를 볼 수 있으며, 그 무렵에는 복수초도 만발한다고 한다.

4월 중순에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남방바람꽃이 군락을 이루어 피어나며, 7월에는 버꾹나리가 장관이라며 그때 다시 한번 찾아오라고 당부한다.

나오는 길에 회문산장가든에서 다슬기탕으로 늦은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정수 기자는 여행작가로 홈페이지 출발넷(www.chulbal.net)을 운영중이다. 저서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섬진강>, <남성미가 넘쳐흐르는 낙동강>, <주말에 떠나는 드라마 & 영화 테마여행> 등이 있다. 일본어 번역판인 <韓國 ドラマ & 映畵ロケ地 紀行>이 출간되었다.



태그:#회문산자연휴양림, #순창, #여행, #앉은부채, #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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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로 남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금오산 자락에서 하동사랑초펜션(www.sarangcho.kr)을 운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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