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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9일에 실시될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압승을 기대하고 있었다. 대선에서의 압승의 여세를 몰아 입법부까지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야당은 그 동안 명분없이 몰려다니며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그들이 적절한 야당의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 국민은 많지않다. 정권초에는 보통 기대감의 반영으로 집권당의 지지율이 매우 높았었기에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이 거저먹기와 다름이 없다.

 

그런데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인수위의 허다한 뻘짓, 압도적으로 도덕성에 하자가 많은 내각 구성, 경제를 살리겠다더니 날마다 경제위기론만 설파하는 모습, 법으로 정한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왕따작전으로 해결하려는 치졸함 등이 국민의 의구심을 사고 있는 것이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취임 한 달도 안돼서 벌써 이렇게 국민에게 심려를 끼치는 정권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걱정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대통령이 되더라도 설마 한반도 대운하는 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국민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정권이 하는 행태를 보면 점점 그 소름 돋는 일을 밀어부칠 것같다. 과거 자신들이 주장해서 관철시켰던 법질서조차 뒤집고 무력화시키는 행태에서 박정희 시대의 망령을 다시 보는 듯하다. 한반도 대운하는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명토박는 일이 반복되면서 국민의 우려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그런데 총선공약에서 한반도 대운하건을 빼겠다고 한다. 재검토나 백지화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총선에서 국민이 명시적으로 반대할 구실을 주지않겠다는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가 정말 필요하고 옳은 일이라면 그렇게 비겁한 전략을 구사해선 안될 일이다. 당당히 공약으로 걸고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한반도 대운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한나라당을 찍을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 야당을 찍어서 국회가 견제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한나라당이 스스로 총선 공약에서 이 것을 빼려는 의도는 명백하다. 이것이 이슈로 부각되면 총선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숨겨두려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총선을 이기고 나면 다수당의 힘으로 특별법을 만들어 밀어부칠 심산이다. 그러한 방식으로 구성된 의회는 진정한 민의를 반영한 것이 아니다. 분명하게 국민을 속이는 눈속임이다. 당당히 총선공약으로 내걸지도 못할 일이라면 당연히 추진하지 말아야 한다.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만을 앵무새처럼 되뇌며 집권했지만 막상 경제를 살릴 길이 없어서 답답한 마음을 이해못할 바가 아니다. 이미 한국경제는 특정인의 집권, 특정세력의 집권으로 크게 상황이 달라질 수 없는 구조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세계경제의 핑계를 대며 변명거리를 만들고 있다. 금수강산을 온통 파헤처서 들썩이게 만들면 잠시 경기가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정말 경제를 살리고 있다며 눈속임할 수단으로 한반도 대운하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지난 5년간 세계경제가 호황이었고 그 덕에 정권이 일을 못했음에도 그나마 버텨온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참여정부 5년간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에서 99달러까지 지속적으로 올랐다. 원자재 가격도 이명박 정권 취임후 갑자기 오른 것이 아니다. 참여정부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던 것이다. 미국 경제가 지금보다 덜 불안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금리가 오르내린 것을 따라가보면 그리 안정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말하자면 특별히 더 어려워진 것은 별로 없다.

 

20달러에서 99달러가 된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고, 99달러에서 110달러되면 금방 난리가 나는 것이 아니다. 대선 때 이미 공언하지 않았는가? 누가 대통령이 되는냐에 따라 당장 투자가 늘어나고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그런데 왜 투자는 더 위축되고, 주가는 폭락을 지속하는 것일까? 결국 거짓말로 집권한 탓에 또 다른 거짓말을 해야할 처지가 된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하면 중장비가 강물을 헤집는 동안 아마도 건설현장에 일자리가 생겨나고 현금유동성이 좀 증가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러한 것으로 한국경제를 지탱할 수는 없다. 잠시의 기분을 위해 마약을 투입한다고 병증이 나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결국 그 것을 수단삼아 국민을 눈속임하고 정치적 이득을 유지하려는 술책이 담겨있다고 보여진다.

 

그렇기 때문에 총선공약으로 당당히 내걸지도 못하면서 총선이 끝나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국토에 거대한 재앙을 만들어내는 일을 저지르고 그 것을 수단삼아 정치적 이득을 취해서야 되겠는가? 대대로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국토에 그렇게 큰 생채기를 내서 물려줄 수는 없는 일이다.

 

진정으로 옳고 타당한 일이라면 당당히 총선의 핵심공약으로 걸어라. 총선의 핵심공약으로 걸 자신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백지화한다고 약속하라. 아마도 백지화를 하는 순간 총선의 판세는 단숨에 지난 대선과 비슷한 구도로 돌아갈 것이다. 토목공사로 경제를 살리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총선에서 2/3의석을 확보할 비책은 여기에 있다. 한반도 대운하 백지화이다. 대운하를 파면서 5년을 지탱하려고 한다면 생각처럼 잘 안될 것이다.

 

이미 국민은 그 후의 일까지 염려를 하고 있다. 비겁하게 총선에서는 조용히 숨겨두고 총선이 끝난 후 일을 저지르려는 의도는 그리 잘 통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총선에 개입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 아니라 간단히 한반도 대운하만 취소해도 압승이 가능하다. 그렇게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면 당당하게 공약집 맨 첫줄에 굵은 글씨로 한반도 대운하 특별법 추진을 명시하고 총선에 임하라. 그 것이 지당한 도리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태그:#대운하, #총선공약, #한나라당, #의회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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