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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름 : 김세환의 행복한 자전거

- 글쓴이 : 김세환

- 펴낸곳 : 헤르메스미디어(2007.4.5.)

- 책값 : 9800원

 

(1) 자전거를 타지 말라고 하는 세상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한 소리를 듣습니다. 나이가 어리면 어린 대로 한 소리를 듣습니다. 나이가 많으면 많은 대로 한 소리를 듣습니다. 실업자는 실업자대로 한 소리를 듣고, 회사원은 회사원대로 한 소리를 듣습니다. 농사꾼은 농사꾼대로, 글쟁이와 사진쟁이는 글쟁이와 사진쟁이대로 한 소리를 듣습니다. 아주머니는 아주머니대로,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대로 한 소리를 듣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아이들대로 자전거로 학교를 오가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아직 어려서 찻길에까지 나오면서 자전거를 타면 차에 치일까 걱정이라고 합니다. 골목길에서도 씽씽대며 자동차를 들이미는 사람들은 쉴새없이 빵빵질을 하면서 아이들한테 욕지거리 퍼붓습니다.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중고등학교 아이들대로 학교까지 자전거로 다니기 어렵습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수험공부에 시달려서 몸이 고단하기도 합니다. 자전거로 다닐 시간에 부모님이 자가용에 태워서 씽 보내주어야 몸이 덜 고단하고 공부할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많다고들 이야기를 한답니다.

 

대학교에 다니는 사람들은 어떠할까요. 학점따기 공부나 동아리 활동이나 사랑놀이나 온갖 일거리에 바쁘니 자전거 탈 겨를을 마련하기 힘듭니다. 일터를 나가는 사람들은 일터에 나가는 사람대로 치이고 볶입니다. 더욱이 저녁에는 툭하면 술자리인데 어느 세월에 자전거를 타겠습니까. 아침에 늦잠을 자고 부랴부랴 길을 나서니 자전거를 타고다닐 엄두는 도무지 내지 못합니다.

 

... 내가 처음 산악자전거를 탄 것은 내 나이 마흔을 넘긴 시점이었다. 경제적으로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그 나이에 젊은 사람들도 타기 어렵다는 산악자전거를 타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놀라는 반응을 보내 왔다. 그런 시선들 속에는 부러움과 비웃음이 섞여 있었을 것이다. 현란한 복장과 몸에 딱 달라붙는 바지를 입고 자전거를 타겠다는 것이, 나이로 보나 사회적인 위치로 보나 이해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내게는 산악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열망이 그 모든 부정적인 반응보다 강렬했다...  (77쪽)

 

자전거 타기 힘든 세상, 아니, 가만히 살펴보면, ‘자전거는 타고다니지 말라는 세상’입니다. 지금 아이들 교육 얼거리를 보면, 참다운 사람으로 크도록 이끄는 학교 교육이 아닙니다. 더 높은 대학교에 가도록 시험점수 잘 받게 지식을 집어넣는 교육일 뿐입니다. 아이들한테 영어를 일찌감치 가르치는 까닭이, 아이가 ‘착하고 올바르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라는 뜻인가요? 아이들이 ‘더 많은 돈을 벌 재주를 기르라’는 뜻에서 가르치는 영어가 아니던가요? 한자를 가르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컴퓨터를 가르칠 때에도 그렇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인문학이 푸대접도 아닌 똥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까닭은 한둘이 아닐 테지요. 무엇보다도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났음에도 사람으로 살기보다는 ‘사람 아니게’ 살도록 내모는 사회 얼거리가 갈수록 깊어지기 때문에 인문학은 똥대접, 찬밥대접이 아니겠느냐 싶어요. 느긋하게 자기 삶을 돌아보면서 가꾸도록 아이들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아이들한테 두 다리로 우리 땅을 디디면서 살아가는 즐거움을 일깨우지 않습니다. 아이들한테 자기 몸뚱이를 움직여서 일하는 기쁨과 땀흘리는 맛깔스러움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들이마신 산소는 몸만 정화시킨 것이 아니라 세상살이에서 받은 온갖 스트레스와 걱정까지 날려 주곤 했다...  (8쪽)

 

자전거는 취미일 수도 있으나, 어디까지나 삶입니다. 손빨래를 취미로 하는 분도 없지는 않을 터이나, 손빨래는 어디까지나 삶입니다. 1회용 기저귀를 안 쓰고 천기저귀를 쓰면서 손빨래를 하고 삶아서 빨랫줄에 널어서 햇볕에 말리는 사람들은 그저 환경운동 때문에 이렇게 하지 않습니다. 새로 이 세상에 태어난 아기가 좀더 사람답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에 이렇게 합니다.

 

1회용 나무젓가락을 안 쓰고 쇠젓가락을 쓰거나, 나무젓가락을 깨끗이 씻고 말려서 다시 쓰는 사람들도 그래요. 한낱 환경운동으로 이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삶을 가꾸고 보듬으려는 마음이라서 이렇게 합니다. 내 이웃과 내 식구들, 그리고 내 자신까지 사랑하는 마음이기 때문에, 1회용품 한 가지로도 우리 삶터를 더럽히고 싶지 않습니다.

 

이리하여 자전거입니다. 자가용도 안 몰지만, 또는 자가용을 모는 분들이라 한다면 조금 덜 몰지만, 내 몸뚱이를 움직여서 내 힘으로 내 사는 이 나라 이 터전을 밟는 자전거입니다.

 

... 편안한 복장 때문에 마음까지 가벼웠고, 페달을 밟는 다리에 더욱 힘이 갔다. 역시 나에게는 갇힌 공간인 자동차나 목을 누르는 넥타이보다 이렇게 자유로운 복장과 자전거가 제격이었다 … 정장을 벗고 자동차를 버렸던 그날, 내가 풍경을 즐기면서 가장 빨리 도착점에 이르렀던 것처럼 … “이런 오르막길을 어쩌면 그렇게 잘 오르세요?” 웃음으로 답하지만, 사실 나의 비결은 천천히 포기하지 않고 내 속도로 올라가는 것이다. 빠르게 올라갈 자신은 없지만 지치지 않고 오래 올라갈 자신은 있다 ..  (41∼42쪽, 50쪽)

 

저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눈 비 바람 햇볕 어느 때에나 자전거로만 움직이면서 지난 몇 해를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자동차꾼들이 일으켜 주신 ‘뺑소니 사고’ 여러 차례에 몸이 망가져서 팔다리 장애인이 되었습니다. 사랑스럽고 그리운 자전거가 먼지 먹는 모습을 씁쓸한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걸레질만 해 줍니다.

 

아무래도 자전거 세상이 아닌 자동차 세상인데, 이런 세상을 거스른 탓일까요. 더 높은 학교를 다니고 더 많은 돈을 벌어서 더 크고 빠른 차를 몰면서 살아야만 ‘내 이웃을 밟고 올라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인데, ‘위로 올라갈’ 생각은 않고 아래에서 자전거만 타고다닌 보람일까요.

 

(2) 김세환 님, 다음에는 부디 '행복한 자전거' 이야기로...

 

연예밭에서 일하는 김세환님은 1986년부터 자전거를 탑니다. 그리고 2007년, 당신이 스무 해 남짓 즐겨 온 자전거 이야기를 책으로 하나 묶어냅니다.

 

김세환 님이 자전거가 아닌 자동차 몰기로 당신 길을 걸었다면, 이렇게 자기가 살아온 이야기를 책 하나로 묶을 수 없었을 겝니다. 그래도 당신 자서전을 쓰기는 쓰지 않았겠느냐 싶습니다만, ‘자동차와 살아온 발자국’만으로 펴낸 자서전이었다면, 우리 눈길을 그다지 사로잡지는 못했으리라 봅니다.

 

... 어찌된 일인지, 좋은 자전거를 사면 다들 윌리부터 시도하려고 한다. 좋은 장비를 갖췄으니 뭔가 그에 걸맞은 멋진 기술을 구사해 보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인가 보다. 그러나 산에서 자전거를 탈 때 기술은 곧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겸손하게 하나씩 단계를 밟아 배우겠다는 마음가짐부터 가져야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  (154쪽)

 

그러나 <김세환의 행복한 자전거>는 못내 아쉽습니다. 김세환님 당신이 스무 해 넘는 세월을 자전거와 함께 살면서 ‘행복했다’고 말씀을 하지만, 얼마나 어떻게 ‘행복했는지’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이 책은 ‘행복한 자전거’를 말하는 책이라고 내세우지만, ‘자전거 풋내기한테 알려주고 싶은 선배 도움말’ 몇 가지에다가, ‘아직 자전거를 안 타는 사람한테 해 주고 싶은 말’ 몇 가지에다가, ‘산타는자전거를 즐기고픈 이한테 미리 알려주는 말’ 몇 가지에 무게가 지나치게 쏠려 있습니다.

 

자전거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가 너무 적게 들어가 있고, 책에 담은 글은 ‘자전거에 앉아서 땀흘리며 쓴’ 글이 아니라, ‘책상 앞에 앉아서 머리로 생각하며 쓴’ 글이라는 느낌이 짙습니다.

 

김세환님 자전거 삶 스무 해를 헤아려 본다면, 알맹이가 빠져 있다고 할는지요, 팥소가 빠진 찐빵이라고 할는지요. 한편, ‘행복한 자전거’를 알뜰하게 채우지 못하는 가운데 책끝에 ‘김세환님 자서전’ 비슷한 이야기를 달아놓습니다. 김세환님을 좋아하는 분들한테 드리는 선물 같은 꼭지라고 보아도 좋을 수 있으나, 이 또한 ‘행복한 자전거’하고는 너무 멀리 떨어지고 맙니다.

 

책을 읽으며 별 숫자로 점수를 붙이고 싶지 않습니다만, 부디 김세환님이 다음에는 좀더 ‘행복한 자전거’ 이야기를 들려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별 다섯 만점에서 둘 반을 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 이 글에서는 '산악자전거'라는 말을 쓰지 않고 '산타는자전거'로 풀어내어 씁니다.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책+헌책방+우리 말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김세환의 행복한 자전거 - 인생이 아름다워지는 두 바퀴 이야기

김세환 지음, 헤르메스미디어(2007)


태그:#자전거, #책읽기, #김세환, #김세환의 행복한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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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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