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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주 노동자 인권센터에 처음에 갔을 때 눈에 띈 것은 바로 이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입구였다. 주위가 공장이라서 그런지 공장을 개조한 센터 안에 그려진 세계지도가 이국적인 느낌이 들게 한다.
 한국 이주 노동자 인권센터에 처음에 갔을 때 눈에 띈 것은 바로 이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입구였다. 주위가 공장이라서 그런지 공장을 개조한 센터 안에 그려진 세계지도가 이국적인 느낌이 들게 한다.
ⓒ 야마다다까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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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월부터 인천광역시 서구 가좌동의 '한국 이주 노동자 인권센터'에서 시작한 '다문화 강사 양성강좌'에 참가하고 있다.

2007년 9월, 당시 1학년이었던 아들이 학교에서 방과 후 '다문화 교육 수업'을 받으며 "1학년인 내가 왜 6학년 누나랑 같이 2시간이나 한글 공부해야 해? 이제 가기 싫다"라고 해서 고민을 했었다. 그러던 중 교대생 선생님이 집에 와서 하는 '다문화 자녀 멘토링'을 받게 되었던 것이 이 센터와의 첫 만남이었다.

학교에서도 첫 실험이라서 어쩔 수 없이 '다문화 교육'을 방과 후에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모두 모아 한 방에서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당시 아들은 1학년이었고 그 방에서 1학년생은 혼자였다.

"왜 집에 들어간 후에 나만 학교에 가서 한글공부 해야 하나? 같은 반 친구랑 노는 약속도 했는데 엄마가 일본 사람이니까 한글 못 해서 나만 방과 후 수업을 받는다고 이야기 해야 돼?"

이런 일을 통해 학교에 가는 것이 싫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도 되고 해서 일단 쉬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름 방학 때 '국제결혼자녀 성장지원 방안연구팀'의 검사를 받아보니 인지발달·언어발달에는 문제가 없고 사회 정서 발달에서 교사와의 관계나 또래와의 관계 부분에 자신감이 많이 부족하다고 되어있었다.

'다문화 가정 자녀 발달측정 결과 소견서'에 따라 지금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한글 공부보다 흥미를 끄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학년 때부터 무리하게 공부를 시키면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기 쉽지만, 하고 싶은 공부를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한글도 늘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같은 또래 아이들과 놀면서 배운 게 더 많을 것이라는 체험부터 깨달은 부분도 있었다.

그런 이유로, 한글 수업 대신에 친구들과 노는 것을 허락하면서 불안감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나 자신이 한국에서 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제도가 어떻게 되어 있고 그 속에서 '다문화 교육'이라는 것은 어떻게 할까에 대해 알고 싶기도 했다.

학교에서 무료로 해준다고 했으나 아들이 수업에 안 나가게 된 후에는 개인적인 상담을 하기가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다문화 수업'이 시작 했을 때 첫 수업에 참석한 학부모는 나 밖에 없었고 뭔가 편하게 질문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혼자서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옆 동네 학교에 다니는 '다문화 가정' 엄마에게 물어보고, 또는 다문화 교육 관계자에게 질문도 했었는데, 다문화 교육 담당 선생님 생각에는 내가 자신의 수업에 대해 비판적이라고 오해를 했던 모양이었다.

나중에 '다문화 수업'에 참가 못했던 우리 아들에게도 '종료식'이니까 오라고 연락이 와서 싫다는 아들을 설득해 데리고 나갔다. 그러나 담당 선생님은 우리를 환영하는 대신에 "어머니께서 뭔가 오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라며 말을 꺼냈다. 우리 아들이 수업에 늦게 왔기 때문에 수업을 따라하지 못했던 것인데 왜 아무런 상담도 없이 다른 학교의 수업을 알아 보거나 다른 곳에서 상담했냐며 화를 내셨다.

나의 큰 실수였던 것 같다. 나는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던 내용인데도 설명이 부족했던 탓인지 단순히 선생님을 비판한 것으로만 보였던 것 같다. 내가 그 선생님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 그 학교의 '다문화 교육'을 따라가기 어려워 그 외에 개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없는지 알아 보고 싶었던 것 뿐이었는데….

그런 상황을 설명하고 싶었지만 화 내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그냥 사과를 드릴 수밖에 없었다. 집에 돌아오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이 나라의 다문화 교육에 필요한 것은 일방적인 한글 교육이 아니라 '다문화 가정'을 이해하고 다문화 가정이므로 생길 수 있는 오해를 풀어주며 '다문화'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 '다문화'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인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것이었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여러가지 걱정도 있었지만 '다문화 강사 양성강좌'에 참가해보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문화 강사 양성 강좌'가 없는 일요일 오후가 되면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먼 곳에서 센터를 찾아온다. 영화 등을 볼 수있는 무대도 있고 치과 치료도 받을 수 있다.
 '다문화 강사 양성 강좌'가 없는 일요일 오후가 되면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먼 곳에서 센터를 찾아온다. 영화 등을 볼 수있는 무대도 있고 치과 치료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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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민자들의 여러가지 사정

24일에는 파키스탄 출신의 박이스라 선생님을 강사로 모시고 '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문화 교육 참관'에 대해 배웠다. 그는 이 센터에서 다문화 가정 지원팀장을 하는 부인 박영금씨와 1남 1녀의 자녀를 키우면서 겪었던 경험을 통해 학교에도 '다문화 이해 교육'이 필요 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단다.

외모부터 다르게 보인 결혼이민자와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자신들에 대한 눈치와 편견 때문에 아직도 가슴 아픈 일이 많다라는 것을 이 강좌에 참여한 결혼이민자 엄마들의 경험담을 통해 실감할 수 있었다.

박이스라 선생님의 아들도 피부색이 약한 검었기 때문에 '초코파이'라고 아이들의 놀림을 받아 "다 아빠 때문"이라고 울었던 일이 있었단다. 박 선생님도 죄 없는 아이들에게 이런 대접을 받게 하는 것보다 파키스탄 학교에 보내는 것이 낫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단다. 그러나 거기서 도망가지 않고 가족이 하나가 되어 학교에 가서 '다문화 가정'이라는 것을 이해시키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지금은 그 아들도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단다.

200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6년 '시도별 국제결혼수와 비율 조사' 결과 전라남도의 총결혼건수 1만507건 가운데 국제결혼수는 1695건이었고 국제결혼 비율이 16.1%로 제일 높았다. 이곳에서는 아동의 50%가 '다문화 가정'이고 결혼이민자 여성들도 부녀회장 등을 맡아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단다.

그렇다면, 그런 지역에서는 당연히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장래의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겠다. 그런 현실을 볼 때, 우리가 우리의 '다문화 자녀'들을 잘 키우면 우리 지역사회가 잘될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나의 시댁이 있는 강화도에도 요즘은 베트남에서 온 부인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강화군청에 전화로 물어봤더니 2008년 현재, 300명 이상의 이주 노동자가 있단다. 강화도의 총인구가 약 6만5000명정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다. 또한, 결혼 이민자만도 122명이 된단다. 그중에서 44명이 중국 출신이고 그 다음은 39명의 베트남 출신자들이었다.

이대로 몇 년 정도 지나면 강화도도 전남과 같은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지금보다 좀 더 많은 것을 경험해 나중에 올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 위해서라도 이런 강좌를 통해 여러가지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덧붙이는 글 | '한국 이주 노동자 인권 센터'URL(http://www.migrant114.org/)

이기사는 인천 e조은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다문화 강사, #결혼 이민자 , #다문화 가정, #한국 이주 노동자 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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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이주민영화제(MWFF) 프로그래머 참여 2015~ 인천시민명예외교관협회운영위원 2017년~2019년, 이주민방송(MWTV) 운영위원 2021년 ~ 인천서구마을공동체 웃서모 대표 겸임 2023년~ 인천 i-View 객원기자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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