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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후보만 셋? 영등포가 술렁인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어." "뭐 이젠 여자들도 똑똑하니까." "다양한 후보들이 나와서 대변하는 건 좋아 보여요. 다들 자기가 하고 싶었던 것을 밀고 나갔으면 하죠." "이젠 어색하지 않죠. 대통령 후보로도 찍자 하는데요 뭘."

서울 영등포갑. 이곳은 준공업지대의 흔적이 아직까지 곳곳에 남아있으며 재래시장이 폭넓게 형성되어 있다. 16대 김명섭 민주당 의원에서 17대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을 배출한 영등포구갑 구역(영등포 1, 2, 3동, 당산 1, 2동, 도림 1, 2동, 문래 1, 2동, 양평 1, 2동과 신길 2, 3동)은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와 바로 이웃한 관심지역이다.

여성 후보자가 전체의 11퍼센트를 넘어선 18대 총선. 영등포갑에는 통합민주당 김영주 후보, 한나라당 전여옥 후보, 민주노동당 이정미 후보 등 여성후보 3명이 출마해 경쟁을 벌인다.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 27일 유세가 한창인 현장을 찾았다.

통합민주당 김영주 후보(왼쪽) 지원 유세에 나선 강금실 전 장관
 통합민주당 김영주 후보(왼쪽) 지원 유세에 나선 강금실 전 장관
ⓒ 김홍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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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역] "21년간 살아온 진정한 영등포의 일꾼을 지지합니다"

당산역 홍보차에는 강금실 최고위원과 김영주 후보가 나란히 올라섰다. 통합민주당은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길 원하는 중산층을 겨냥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한 달인데 "1000만원 등록금에 자식들 대학 보내기도 겁이 난다"며 강금실 최고위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영등포 갑 지역에서 21년간 살아온 김영주 후보 지지유세를 나온 것이다.

김영주 후보는 농구선수 출신으로 은퇴 후에는 은행원으로 일했다. 여성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문제 제기하며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에 힘썼다. 4년간 영등포구에서 활발한 의정활동을 해왔던 것을 기반으로 삼아, 준공업지역 해제 및 개편과 최첨단 대학병원 유치, 제2구민체육센터 신축, 신안산선 지하철역 유치, 학교 시설 개선 및 외국어고 자사고 신설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이들이 초중고교를 다 여기서 나왔어요. 제가 영등포에서 활동할 수 있는 근본이 학교 모임입니다. 교육개선학교모임도 만들고 체육관도 유치하고, 지역에 아파트가 많아서 과밀지역이거든요. 공약에서도 교육 문제를 중요하게 다뤘습니다."

다음 유세를 위해 이동하는 사이 짧은 인터뷰 동안에도 김영주 후보는 바빴다. 지역 학부모가 격려차 인사를 하러 온 것. 김영주 후보의 딸도 엄마와 함께 선거운동에 참여해 엄지손가락(기호 1번)을 흔든다. 

비례대표  출신이자 국회 여성위원회 상임위원이었던 김영주 후보. 그는 아직까지는 정당 정치가 혈연이나 지연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때문에 여성할당 비례대표제가 없었다면 지역구에 수많은 여성들이 출마할 기반을 만들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평가. 그러나 직능대표성이 짙은 비례대표를 떠나, 지역구 선거에서 김 후보는 '여성'에 방점을 찍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주민에게서 공로패만 11개 받았던 경험을 기반으로 경선을 거쳐 지역구 후보로 선정될 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일 잘 했던 사람이 앞으로도 일을 잘할 수 있습니다. 철새나 낙하산은 국민들도 혐오합니다."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 선거유세를 들은 주부는 "남자든, 여자든, 누가 됐든 추진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중요하겠죠. 준공업지역이었기 때문에 남아있는 지저분한 환경들을 개선해줬으면 좋겠어요. 당내에서 싸우느라 정책 제대로 못 내놓지 말고"라며 선거에 거는 기대를 표시했다.

민주노동당 이정미 후보
 민주노동당 이정미 후보
ⓒ 김홍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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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시장] "여성의 정치는 사람을 따뜻하게 하는 정치"

이 지역에는 새로운 민주노동당의 여성대표주자라는 타이틀로 공천을 거머쥔 이정미 후보도 있다. 여의도 증권거래소 앞에서 홈에버, 이랜드 여성 노동자들과 함께 발대식을 마친 후 영등포시장을 방문했다.

웃음 띤 얼굴로 시장 입구의 상인들, 주민들에게 명함을 건넸다. 주민들로부터 "(북한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빵공장도 하시고…", "저도 옛날에 학생운동 했는데, 꾸준히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라는 격려를 받기도 했다. 반값 등록금-등록금 상한제, 대형마트 규제, 카드 수수료 인하, 여성과 아이들이 행복한 영등포 등의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워 영등포 시장 중심 서민들을 집중 공략한다.

이정미 후보는 한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조직국장으로 활동했으며 민노당 최고위원과 당 대변인, 당 대회 부의장을 역임했다. 서울여성회 지도위원이기도 하다. 투명한 공천을 통해 나왔다는 자신감과 주민들의 말에 오래 귀 기울이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특징으로 꼽는다. 서민을 대변하는 의원이 되겠다는 이 후보는, 여성 후보들 간의 대결에서 자신의 위치를 이렇게 밝힌다.

"기자 분들이 꼭 물어요. 다른 두 (여성) 후보들과 어떻게 차별화할 계획이냐고. 전 말씀 드립니다. 이미 차별화되어 있다고. 진정한 여성의 정치는 사람을 따뜻하게 하는 정치입니다. 권력의 중심에 서기 위해 줄을 서고 자기가 떠나려는 정치세력에 대해 막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10년간 여성들의 삶을 가장 아프게 했던 정당, 여성들 다수가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들을 몽땅 해고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 후보는, 누가 50%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해 줄 수 있는가에도 자신이 있다고 한다. 정당 안에서 30% 여성 할당을 관철시켜가며 성평등 인식을 높였다는 것. 민주노동당은 2004년도 원내정당을 '씩씩한 언니들의 정당'이라고 불렀을 만큼 50% 여성의 목소리를 명확히 내는 정당이라고도 덧붙인다.

이 후보와 악수를 나눈 상인들, 장 보던 주민들은 "인상이 선하다.", "처음 나오신 분 같은데, 신선하다", "소탈해 보여 좋다"고 말한다. 검은 비닐봉지에 장을 봐가던 할머니는 "물가 안정이 최우선이지~ 이게 만 오천 원이나 줬어~", 영등포시장 입구의 상인 아주머니는 "여기 바로 앞이 주차장인데 하루에 주차비가 만 오천 원이나 나와요~ 이것 좀 해결해줬으면"하고 의견을 피력한다.

"다 똑같아~ 한때뿐이고 뽑아놓으면 여기 절대 안 오지. 새벽에 들러서 보리밥이나 같이 먹고. 서민을 대변해주고. 우리가 바라는 거 그거 아닌가?"라는 불만 섞인 바람도 한구석에 있다.

한나라당 전여옥 후보(자료사진)
 한나라당 전여옥 후보(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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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능력 있고 힘 있는" 후보의 유세

전여옥 후보 역시 김영주 후보와 마찬가지로 비례대표 출신. 국회 여성위원회의 상임위원을 맡아왔다. KBS 기자로 활동했으며, 한나라당에 입당, 거침없는 말솜씨로 당 대변인을 거쳐 최고위원의 자리에 올랐다. 영등포구에는 6년째 살아오고 있으며, 고진화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았다. 공약으로는 관통의 철로 테크화, 자사고, 국제고, 개방형 자립고 등의 유치, 준공업 규제 완화를 통한 해제를 내세웠다.

앞서 언급한 두 후보와 마찬가지로 27일 유세를 시작한 전여옥 후보는, 공개 홈페이지를 통해 '네거티브 없는 선거운동'의 의지를 밝히고, '한나라당이 영등포처럼 낙후되고 어려운 분들이 적잖이 계신 곳에서 뿌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등포에 살다보니 이 열악한 여건을 제가 개선해 보고 싶은 강렬한 의지가 생겼다. 또 6년 살다보니 정 많은 곳이라 진짜 뿌리를 내려야겠다 싶었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영등포갑, 여성 후보 강세
이번 총선에서 영등포갑에 출마하는 후보는 모두 5명. 이 가운데 3명이 여성 후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여성후보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여성 의원 탄생이 유력하다.

지난 3월 17일 조선일보-SBS-한국갤럽 공동 여론조사에선 전여옥 후보가 42.3%, 김영주 후보가 24%, 이정미 후보가 8.8% 지지율을 기록했다(15일 500명 이상 조사, 최대허용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 이밖에 친박연대 한경남 후보, 평화통일가정당 김문식 후보가 출마했다.

27일 영등포구 곳곳에서는 "똑똑하고 능력있고 힘있는 전여옥 후보"의 플래카드를 발견할 수 있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유세 첫날 오전 6시 30분의 선거운동을 시작해, 오전 8시 유권자들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당산역에서 첫 유세를 시작했다.

그는 첫 유세를 마치고, ▲ 절대로 상대를 비방하는 네거티브를 하지 않는다 ▲ 선거법을 위반하는 일 역시 절대로 하지 않는다 ▲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전여옥의 맹세'를 강조하기도 했다.

여성 정치인은커녕 여성 기자도 낯설던 소녀 시절, 베스트셀러 <여성이여 테러리스트가 되라>의 감동을 기억하는 기자는, 정치색을 떠나 여성정치사의 측면에서 유력 후보들을 재조명하고자 한다는 취지로 이틀에 걸쳐 수차례 취재요청을 했으나 전 후보는 인터뷰를 거부했다.


태그:#격전지, #김영주, #전여옥, #이정미, #영등포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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