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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재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지난 2006년 9월 첫 선을 보인 재래시장상품권이 별 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시가 최근 지역 내 56개 재래시장과 15개 지하상가의 점포 8211곳 중 4212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재래시장상품권 유통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래시장상품권은 시장이나 지하상가 매출 증대에 큰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점포의 72.4%가 재래시장상품권 사용이 가능한 가맹 점포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중 61.1%는 재래시장상품권 발행이 가게 매출을 올리는 데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1월말까지 95억원 발행돼 72억원 판매

전체 가맹 점포수로 나누면 효과 미약

 

인천시가 예산을 반영해 인천시상인연합회와 공동으로 발행하는 인천시 재래시장상품권(5000원․1만원 권 두 종류)은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06년 도입됐다. 사용 가능한 곳은 가맹점으로 등록된 재래시장과 지하상가다.

 

시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설, 추석 등의 명절을 통해 모두 95억원의 재래시장상품권을 발행했으며, 이중 2008년 1월말 현재 72억원이 판매됐다. 금액으로만 보면 72억원이 지하상가와 재래시장으로 스며든 셈이다.

 

수십억원의 금액이 재래시장으로 들어갔음에도 불구, 상인들이 별 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느끼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상품권이 발행된 지난 2006년 추석부터 최근 집계된 2008년 1월까지는 약 17개월이다.

 

도식적으로 단순화시켜 월별로 계산해 보면 대략 4억 2400여만원에 이른다. 이를 다시 상품권 가맹 점포수로 나누면 효과는 미미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상품권 유통이 가맹점 사이에 편차가 심하다 보니 상인들이 상품권 효과를 느끼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소비자, 상품권 이용 번거롭기만 해

명절 때만 반짝, 일상적 통용 안 돼

 

또 발행된 재래시장 상품권이 재래시장 매출 증대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못한 데는 상품권 발행이 유효수요를 창출하지 못한 데서도 비롯된다. 현재 재래시장 상품권은 설이나 추석 등 명절 때 공공기관을 통해 일시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평상시에는 상품권 유통이 거의 드물다.

 

평상시는 구매자가 새마을금고에 들러 상품권을 구매한 뒤 이를 시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하게 돼 있다. 현 구조상 상품권을 구매해서 시장을 이용하는 경우와 현금을 이용하는 경우가 차이가 없다. 일반상품권은 저렴하게 구입해서 금액만큼 사용할 수 있지만, 재래시장 상품권의 경우 그렇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 현금을 이용할 때와 상품권을 이용할 때 아무런 차이가 없다. 때문에 굳이 새마을금고에 들러서 상품권을 구매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재래시장 상품권의 유통경로를 일반 백화점이나 기업의 상품권처럼 취급할 순 없다. 일반 상품권 가격이 액면가에 비해 저렴하게 판매되는 것은 비정상적인 유통구조에 기인한다. 이를테면 급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한숨이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가 재래시장상품권을 이용할 경우 누릴 수 있는 인센티브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하는 어려움이 남는다.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상인들이 번거로움을 들어 상품권을 기피하는 이유도 있고, 소비자 역시 상품권을 들고 갔을 경우 상인들로부터 외면 받은 경험이 있다 보니 상품권은 이래저래 애물단지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상인들이 상품권 발행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부평시장 이상복 총무는 “문제의 핵심은 상품권 발행으로 시장을 찾는 발길이 늘어야 한다는 데 있다. 지금처럼 명절 때 반짝하는 상품권 유통은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다. 상품권이 재래시장의 유효수요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으로 통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상품권 발행은 그 취지에 비해 효과는 미약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72억원을 판매하기 위한 공공기관 종사자들의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지금이 재래시장상품권 발행을 짚고 넘을 적정한 시점인 셈이다.

 

시장 특화상품 개발 필요성 높지 않아

35.7%, 대형마트에서 생활필수품 구입

 

한편, 재래시장상품권 가맹점에 가입하지 않은 점포들은 ‘현금 매매 선호(26.1%)’ ‘상품권 환전의 번거로움(21.6%)’ 등의 이유로 가입 하지 않았다.

 

또한 특화상품 개발 여부에 대한 질문에 44.5%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큰 차이 없는 37.6%가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답해 상인들이 인식하는 특화상품 개발 필요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이한 점은 재래시장 상인 중 35.7%가 생활필수품 구입 장소로 대형마트를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대형마트로 인해 붕괴 직전에 이른 상인들이 자신의 생존을 위협하는 대형마트를 상당수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최근 대형마트 규제와 중소상인 육성을 위한 상인대책협의회의 ‘상인과 상인가족부터 재래시장을 이용하자’는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 주고 있다.

 

인천 재래시장과 지하상가 점포 상인의 나이별 분포는 50대가 33.2%로 가장 많고, 40대( 30.3%), 60대 이상(17.4%) 순으로 뒤를 이었다. 가게 운영 형태는 65%가 임대였고 자기 소유는 24.2%, 노점상은 8.4%에 불과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재래시장상품권, #인천경제, #재래시장, #지하상가, #부평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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