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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20대들이 '2008 총선에 제안하는 정책 어젠다'를 발표하고, 20대 문제 해결을 위한 각 정당의 노력을 요청했다. 이들은 "20대 문제는 생활권 극복과 실업문제 장기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며 20대 문제 해결을 위한 8가지 어젠다를 제시하고 국가적인 지원과 관련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이 제안한 어젠다는 사회적 기업, 등록금 낮추기, 20대 국회의원 만들기 등 모두 8가지.

 

실업극복국민재단 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 '희망청' 주최로 6일 오후 대학로 쇳대 박물관에서 열린 '88무브먼트 <20대가 열쇠다>' 행사는 사회자의 표현대로 "총선을 앞두고 20대들의 목소리를 모으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퍼포먼스 형태로 진행된 행사는 20대들이 88만원 세대, 토익폐인 등 우울한 단어로 표현되는 것에 희망과 가능성을 갖고 있는 세대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마련된 시간. 자리를 가득 메운 100여명의 참석자들은 오프닝 공연과 함께 20대들의 요구가 발표되자 대부분 공감하는 표정으로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88만원 세대의 고민에 큰 관심없는 정당들

 

이날 행사와 관련해 희망청 박광철 대표는 "20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고민을 나눠보자 라는 의도에서 행사가 기획됐다"며 "일자리와 복지 등 20대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요구를 이야기 하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각 정당들에게 20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희망청은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네트워킹 단체로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20대 당사자들의 조직. 따라서 이들이 직접 기획해 발표한 정책 어젠다에는 20대들의 진솔한 고민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유력정당들은 크게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정당은 통합민주당과 진보신당. 통합민주당은 청년위원장과 대학생 정치참여위원회 관계자가 왔으나 청년위원장은 이내 자리를 떴다. 진보신당은 종로에 출마한 최현숙 후보가 직접 방문해 20대 정책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은 "유세 막판이라 선거운동이 바쁘다"며 불참을 밝혀왔고, 창조한국당은 "담당자에게 연락하려 했으나 전화를 해도 안 받았다"는 것이 행사 관계자의 전언이다. 민주노동당은 "이주희 비례대표 후보가 올 예정이었으나 TV토론으로 인해 불참을 알려왔다"고 한다.

 

정당별로 20대 문제에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20대 문제를 이야기하는 당사자들의 목소리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날 모임에 나온 통합민주당 관계자조차 자당의 20대 정책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다.

 

통합민주당 대학생정치참여위원회 이동학씨는 "정당들이 미래를 바라보지 않는다. 기성세대들의 견고한 벽에 20대들이 막혀있다"고 말하고, "선거를 앞두고 내는 정책의 진정성에도 의문이 간다"고 지적했다. 

 

박광철 대표는 "20대 국회의원 만들기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과도 이야기해 보고자 10여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은 일부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20대들의 정치 진출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 못한 정당들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정당들의 20대 정책에 진정성 있는지 의문

 

이날 발표된 어젠다는 사회적 기업, 독립영화보기, 대학 등록금 낮추기. 아르바이트하는 20대, 정당 20대 지수, 보육문제, 20대 국회의원 만들기, 대체복무제 등 20대들이 당면한 현실적 문제가 모두 들어 있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88만원 세대에 대해 당사자들이 직접 제시하는 해법인 셈이다.

 

사회적 기업은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20대들이 중요한 열쇠로 생각하는 제안이었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도 효율성과 수익성에서는 일반 기업들에 버금가는 새로운 비즈니스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독립영화 저뱐 확대는 20대의 이야기를 20대가 직접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고 젊은 세대들의 창의성과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제안한 어젠다였다. 등록금 낮추기 운동, 20대 아르바이트의 고용 환경 개선 등은 당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호소였다. 20대 아르바이트 문제는 월평균 81만 6천원을 받으며, 처절하게 살고 있는 20대 비정규직에 대한 고민이기도 했다.

 

출산과 보육 문제는 사회경제구조의 문제가 20~30대의 삶을 옥죄고 있다는 지적이었고, 대체복무제는 징병으로 인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시한 대안이었다. 그리고 20대 국회의원 만들기는 20대의 문제는 20대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나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행사에 참석한 진보신당 최현숙 후보는 88만원 세대의 고민에 대해 "결국 새로운 진보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가? 라는 문제이며 이런 주장들이나 움직임이 선거공간에서 의제화 되고 정책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이를 통해 20대 정치인을 만들 수 있어야 되며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확대해 정치참여기회를 마련해 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도정치 안에서 만들어져야 할 부분이기에 계속 힘을 쏟아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희망청 김류미씨는 "정당들의 20대 정책을 분석해 보니 구호는 있지만 현실적인 해결책으로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고 꼬집었다. 형식적인 겉모습만 느껴질 뿐 실질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적다는 것이다.

 

구호만 있을 뿐 현실적 해결책 안 느껴져

 

예를 들어 "한나라당의 경우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실업을 해결하겠다지만 결국 대운하와 연관되는 부분이었고, 민주당의 경우도 기존 정책만 되풀이 할 뿐 대안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도 기대치가 높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대한 것보다는 약한 느낌이었으며, 진보신당만이 내용 구체적이고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이 돋보였다"고 평가했다. 창조한국당의 경우 "사회적 기업과 연관돼 기대를 했었으나 논리적인 요소만 있을 뿐 상상적인 면이 크다"고 분석했다. 

 

88만원 세대에 대한 정책은 많아 보이는데, 그것이 왜 겉도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부분이었다.

 

한편, 희망청은 “6월쯤 다시 한번 88무브먼트를 열어 20대들의 목소리를 모아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희망청의 88무브먼트는 20대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으고(media), 그것을 사회에 전달하여(terminal) 20대의 건강한 사회적 데뷔를 지원하는(platform) 과정으로 전개된되는 행사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대학생 김용건씨는 "20대 당사자들이 직접 어젠다를 기획하고 발표하는 것이 인상적 이었다"며 "자율적이고 참신한 분위기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함께 볼 수 있는 기획들이 미흡해 보여 아쉬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태그:#88만원 세대, #총선, #희망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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