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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정신적 가치는 배제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해 있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민주당의 중요한 인사들이 대부분 뉴타운 등 건설신드롬 속에 탈락했는데, 여기에 대운하가 겹쳐지면 전국적 현상이 될 것이다. 우리 국민이 일종의 경제동물화하고 있는 게 아닌가."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한 인병선 짚풀생활사박물관장이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나타난 서울지역의 18대 총선 결과에 대해 이렇게 '충격'을 표현했다. 

 

'껍데기는 가라'를 쓴 고 신동엽 시인의 부인이기도 한 인 관장은 14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가 국민들의 '몰가치'와 '경제동물화'를 유도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현상이 다음 지방자치선거와 대선 때까지 이어지면 우리 사회의 심각한 가치전도가 걱정된다"는 깊은 절망감을 나타냈다.

 

그는 민주당의 대응에 대해서도 "전략부재"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서울시는 뉴타운 추가 건설계획이 없다고 하고, 이는 의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공약도 아니었다"면서 "이런 문제를 비판하고 나섰어야 할 민주당이 오히려 '나도 할 수 있다'고 나섰는데, 국민들은 여야 중에 누가 이 공약을 실천할 수 있다고 믿겠느냐"고 지적했다.

 

인 관장은 또 "이런 공약에 속은 국민과 유권자도 심각하다"며 "국민은 무조건 옳고 정치인은 틀렸다는 인식도 바른 자세는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음은 인 관장과의 일문일답.

 

-이번 총선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서울 강북지역에서 통합민주당의 중요한 인물들이 모두 탈락했다. 아무리 약육강식의 사회라 해도,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을 위해 살려야 하는 분들이 있는데 모두 탈락하고 말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들인가.

"손학규·정동영·유인태, 특히 김근태 같은 분들인데, 우리같은 사람들로서는 아깝다. 같은 생각을 가졌다는 점 뿐 아니라 정치인들로서 귀중한 인재들 아닌가."

 

-민주당이 왜 강북지역에서 참패를 당했다고 보나.

"한나라당이 뉴타운 등 개발 공약을 걸고 나왔다. 민주당이 현명하게 대응했어야 했는데 '나도 할 수 있다'고 대응했다. 국민들이 여야 중에 누가 할 수 있다고 믿겠나. 민주당도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 전략부재, 정책부재다.

 

국민과 유권자 문제도 심각하다. 서울시는 뉴타운 계획도 없다고 하고, 또 의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공약도 아니다. 유권자들이 속은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보나.

"건실신드롬이 일어나면서 국민들이 정신적 가치는 배제하고, 눈앞의 이익에만 몰두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땅값, 집값 상승보다 더 중요한 가치들이 있는 것 아닌가. 민주당은 이런 문제를 지적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왜 이렇게 전략이 없는지 답답하다.

 

정동영 후보가 나선 동작을에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과 지원을 갔었다. 수조원 재산을 가진 정몽준 후보가 뉴타운 만들기로 오세훈 서울시장과 약속했다고 했는데, 이런 문제점을 공격해야지, 정 후보쪽은 '나도 할 수 있다'고 하더라. 이런 전략은 당 차원에서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경부대운하까지 겹쳐지면 전국적 현상이 될 것이다. 지방자치 선거와 대선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텐데, 이는 우리 사회의 가치가 전도되는 것으로, 일종의 경제동물화하는 현상아닌가. 이명박 정부가 이를 앞장서서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에서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유인태 의원 등이 지금 후회한다고 하는데, 국민들이 그걸 후회라고 보겠나. 그리고 국민은 철저하게 옳고, 정치인들은 모두 틀렸다는 그런 자세도 문제가 있다. 국민들에게 우리가 잘못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뉴타운 건설 등에 대한 대안도 있다. 경남 김해가 가야문화의 본거지인데, 김해시에서 도시디자인과를 만들었다. 가야문화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환경친화적인, 전통문화적인 도시를 건설하는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뉴타운 건설을 밀고 나가는 것은 국민현혹작업이다. 세입자·세민은 쫓겨나는 것 아닌가."

 

-서울지역 민주당 당선자들 보면, 열린우리당 색깔이 적은 분들이나 구 민주당계 인사들은 당선이 됐다. 꼭 뉴타운 등 개발공약이 핵심요인이라고 볼 수 있겠나.

"상대방이 어떤 인물이냐 등의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열린우리당의 상징적인 분들에게는 한나라당이 집중공격을 한 게 아닌가. 여야를 떠나 존중해야 할 정치인 있는 것 아닌가."

 

-총선 이후 민주당 모습을 평가한다면.

"구심점이 어디로 가는지가 관심사항인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은 잘 모른다. 다만 공천탈락한 분들이 들어온다, 안 된다 이런 논란이 있는데, 공천배제한 분들은 살았고, 정말 살아야 하는 분들은 떨어졌다.

 

배제한 분들을 다시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물론 지금 우리가 권한이 있는 게 아니니까…. 많은 중진의원들이 낙선하고, 민주화의 상징적인 인물들이 도태된 것은 아쉽지만,  민주당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세대교체가 불가피한 것일 수 있고,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므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이것과 별개로 강북지역에서 건설신드롬에 편승한 것은 반성해야 한다."

 

-최근 비례대표 당선자들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데.

"의원들의 성분편향이 심각하다. 지역구 공천신청자 심사하면서 보니 법률가·언론인·지방자치단체 출신자들, 시민사회 출신자들, 약사, 세무사 다 있는데 문화 쪽은 없었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투표율이 46%였는데, 국민이 왜 무관심한가. 국회를 자신와 관계없는 정치꾼들이 권력잡기판으로만 보고 있는 것이다.

 

비례대표 후보 선정은 사실 당 대표들의 자기 사람 심기와 논공행상에 불과한 것 아닌가. 비례대표 숫자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본다"


태그:#인병선, #통합민주당, #18대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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