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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자체가 시다. 진지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 그대로에는 가식이 없어 아름답다. 마음에 전해지는 순수함이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꾸며주거나 장식하는 말에는 분명하지 않지만 공허함이 배어 있다. 그러나 가식 없는 원형 그대로의 시어는 그 자체만으로 향을 가지고 있다. 그 향이 배어들면 감동에 젖어든다.

 

투박하지만 그것이 매력으로 다가오고 소박하지만 내적 일치감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좋은 시란 영혼을 울릴 수 있어야 한다. 필연적으로 삶의 진솔함이 배어 있어야 한다. 격동의 세월을 온 몸으로 살아온 노작가의 시집은 그래서 눈길을 잡는다. 8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문학을 열정이 넘치는 청년의 혼이 담겨 있어 더욱 더 존경스럽다.

 

<간이 역장은 딸기코> 김장천 시집이다. 2008년 4월 15일에 신아출판사에서 펴낸 시집이다. 저자는 전북 고창군 흥덕에서 살고 있다. 역사의 격동기를 살아오면서 내면에서 폭발하고 있는 감성을 주체하지 못하는 정열을 가진 분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독특하기에 특별한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모습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지금 어느 낯선 지역에/가난한 청춘이 하나/아 말없이 가나보다//(중략)/몇 만겁/새로이 간다 해도/다시금 모체로 갈 수 없는 혼이 되어/어느 낯선 성좌를 빙빙 돌아/슬픈 노래를 부를 것이냐? <‘유성’의 부분>

 

방황하는 인생을 노래하고 있다. 떨어지는 유성처럼 이름 모를 필부들의 삶이 눈에 선명하게 그려진다. 영혼이 메말라 버려 고통 받고 있는 독자들의 정신에 한 줄기 감미로운 빛으로 다가오고 있다. 영원히 되돌아갈 수 없는 어머니로의 회귀를 갈구하는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우리가 잊고 있는 소중한 것을 떠올리게 해준다.

 

내 고향은 한강 백사장 서남쪽 새남터/사람 죽는 날은 내 생일날/모주 한 동이 배 터지게 먹고/청룡도 휘날리며 춤을 춘다./도요새도 넋이 나가 어디론가/날아간 백사장에/그 죄수와 나는 마지막 눈 맞춤을 한다./그/까만 눈망울 속에 푸르디푸른 조선의 하늘이 쉬었다 간다. 그 까만 눈을 다시 들여다보니/(후략) <‘개망나니의 전설’ 부분>

 

인간의 극한적인 상황을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죽음을 향하는 것이 아닌가? 개망나니의 칼날이 번득임은 잔인하지만, 그것 또한 또 하나의 삶이라는 것을 시인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죽임을 당하는 자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조선일 수도 있고 청자 빛 하늘일 수도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생략)/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천산산맥 넘어 어느 피안으로 가버리고/봄내/귀촉도가 뿌리고간 선혈을 뒤집어쓰고/서천서역국 당신이 살고 있을 서역을 우러러/몇 만 겁이 흘러도 만나지 못할 숙명에/검붉게 타오르는 나를/사람들이 상사화라 부르네. <‘상사화’ 부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서러움이라고 할까? 꽃과 이파리가 만나지 못한다고 하여 붙여진 상사화가 아니라 몇 만겁 동안을 그리워하며 사랑의 끈을 놓지 못하는 시인 자신을 상사화라고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루어지는 사랑도 아름답지만 이루지 못하는 사랑은 더욱 더 숭고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랑의 열정이 넘치는 시인 자신의 모습을 노래한 시들이 눈에 들어온다. '내, 첫사랑 시절에는'에서 시인은 사랑하는 여인을 하늘의 별로 우러러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랑을 종교를 믿고 평생을 살아온 시인의 삶이 눈앞에 그려진다. 무명의 노시인의 시를 음미하고 있으면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다.


태그:#시집, #노시인, #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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