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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정권 시절 노동절은 집회를 지켜내는 것만으로도 진보적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합법화되고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이 생겨난 지금, 도리어 노동절은 관성적 행사로 추락하고 있다.

 

단적으로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오늘은 즐거운 연휴의 첫날이지만, 천만에 가까운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 그리고 '알바'들에겐 고된 노동을 하루 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월 2회 휴무를 받으며 하루 12시간씩 노동하고 있는 20대 노동자 상당수에게 노동절은 '그들만의 잔치'이다. 

 

가장 착취 받는 노동자가 함께 하지 못하는 노동절! 이것이 오늘날 노동절의 현실이요, 노동자 운동의 현실이다. 한국 노동자운동의 투쟁역사와 민주노총의 혁신 노력을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전체 노조 가입률 10.3%에 비정규직 노조 가입률 2.8%, 이 수치는 노동자운동이 철저히 바뀌어야 함을 말해주지 않는가? 민주노총은 5~6월에 교육, 의료 등 사회 공공의제로 전면 투쟁하겠다고 하지만, 노동자 운동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명박 정부에 맞설 희망이 노동자 운동이라면, 무너진 노동자 운동을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가? 다음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노조 사무실을 지역사회에 개방하자. 즉 지역사회와 관계 맺는 노동운동이 되자. 현장 노동자들은 임금협상에만 골몰하는데 중앙이 '사회개혁 투쟁'을 선포한다고 될 리가 만무하다. 아래로부터 사회적 연대가 강화될 때 노동자의 사회적 의식도 생겨난다. 노동조합 사무실을 어린이들의 도서관, 노인과 주부들의 쉼터, 지역 서민들의 공동체로 만들자. 교육, 의료에 대한 서민의 목소리가 노동조합에 생생히 반영될 것이고 노동운동은 지역사회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

 

둘째, 생태주의, 사회적 책임의 관점으로 구체적 경제 대안을 제시하자. 비정규직과 토건산업 중심의 한국경제로는 더 이상 희망이 없으며, 임금인상만을 위해 이 구조에 담합한다면 노동자운동 역시 희망이 될 수 없다. 이제 노동자운동은 사안별 반대를 넘어 신자유주의에 맞선 경제 대안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지지를 받아야 한다. 미래 경제는 사람 중심, 지식 기반, 문화 다양성, 사회적 책임, 생태주의가 열쇠이다. 가령 5대 개발공사를 통폐합하되 국토의 생태적 복원사업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등의 대안을 말하자.

 

셋째, 모든 진보적 정당에 문호를 열고 노동자운동의 정치적 활력을 살려내자. 한국사회당과 진보신당 등 다양한 진보가 공존하는 현재에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는 옳은 방향이 아니다. 노동자 운동 혁신에 대해 여러 견해가 공정하게 경쟁한다면 조합원들의 관심과 참여도  늘어날 것이다.

 

넷째, 관료주의와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88만원 세대에게 다가가는 문화적 노동자운동이 되자. 노동자들의 단결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이 사라지는 단결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신세대들이 있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절반 이상을 바로 이들 20대가 차지하고 있다. 이들에게 다가가려면 기존 노동자 운동은 인터넷과 문화적 기제를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메이데이(Mayday)에는 'SOS'의 뜻도 있다. 메이데이를 구할 이, 바로 노동자 자신이길! 

 

 

첨부파일
이주노동자.jpg

덧붙이는 글 | 오준호 기사는 한국사회당 대변인입니다. 이 글은 한국사회당(http://sp.or.kr)에도 실려 있습니다. 


태그:#노동절, #메이데이, #한국사회당,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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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기본소득당 공동대표. 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기본소득 쫌 아는 10대> <세월호를 기록하다> 등을 썼다. 20대 대선 기본소득당 후보로 출마했다. 국회 비서관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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