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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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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의 '낮은 가격'은 문제의 핵심이다. 미국 쇠고기의 값이 싸다는 사실은 수입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논거이다.

지난 11일 밤 11시 10분 KBS가 방송한 <생방송 심야토론>에서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18만4000마리가 광우병에 걸렸던 영국에서 얼마나 스테이크 잘 먹고 있냐?", "미국 3억 인구가 미국산 쇠고기를 소비하고 있다" "값싸고 우리가 쉽게 먹을 수 있는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서 서민과 중산층도 쇠고기를 먹게 해주는 게 국민 복지 아니냐?"하고 미국산 쇠고기의 낮은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관련기사 "값싼 미국 쇠고기, 서민층이 먹게 해줘야" "영어 해석조차 못하는 정부를 믿으라고?")

값싼 쇠고기를 먹는 게 국민 복지가 되려면 쇠고기 소비 증가가 국민들의 건강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지금보다 쇠고기를 더 많이 먹어야 할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미 충분한 단백질... 왜 쇠고기 많이 먹어야 하나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단백질 섭취량은 75.8그램이다. 이미 권장량(60그램)보다 25퍼센트 더 많은 양을 먹고 있는 셈이다.

"스테이크 잘 먹는" 영국인들과 "미국 3억 인구"는 쇠고기 덕분에 건강한가? 그렇지 않다. 좁은 비육장에서 곡식을 먹여 지방함량을 인위적으로 높인 쇠고기는 영·미인의 허리둘레를 두텁게 하는 데 기여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과 영국의 비만율은 OECD 국가들 중 각각 1, 3위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비만이 광우병보다 더 심각한 문제다. 비만은 고지혈증·고혈압·당뇨병·심혈관질환·관절염 등을 일으키는 위험 인자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의 2002년 '세계건강보고서(World Health Report)'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과체중과 관련된 사망자 수는 한 해에만 25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광우병 사망자가 제일 많은 나라인 영국에서도 광우병은 비만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지난 10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을 반대하는 학생과 시민들이 지난 10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문화제에서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정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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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 의하면 영국에서 2007년 6월까지 광우병 누적 사망자 수는 161명인데 반해 비만관련 사망자 수는 매년 9000명에 이른다. 비만은 영국인의 기대 수명을 평균 9년 단축시키고, 해마다 25억 파운드(4조4000억원)가 넘는 사회적 비용을 소요하게 만든다.

햄버거의 나라 미국도 상황의 심각성은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비만과 연관된 사망자 수는 매년 11만2000명으로 추산되고, 사회가 치르는 비용은 매년 1200억 달러(약 120조원)가 넘는다.

'값싼 쇠고기를 많이 먹을 수 있으면 국민에게 혜택'이라는 식의 단순한 경제논리를 영양문제에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소에게 소 부산물 사료를 먹여서라도 생산비용을 낮추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광우병'이라는 현대인의 재앙을 가져왔다. 대량생산과 효율성만을 중시한 패스트푸드는 비만 역병이라는 또 다른 재앙을 가져왔다.

먹는 문제는 복잡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 논리가 아니라 깊이 있는 논의이다.


태그:#광우병, #미국소고기, #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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