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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어떤 모습으로 잠자리에 드는가. 눕자마자 드르렁 코고는 소리와 함께 잠속으로 빠져드는 사람이 있는 반면, 쉬이 잠이 오지 않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기도 하고 모로 누워 커다란 베개를 다리 사이에 끼우고 잠을 자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엎드려야만 잠이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모습이 어떠하든 다들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자세를 찾아 뒤척이고 또 뒤척이다 잠을 잘 것인데, 보통 생후 3~4개월 정도면 시작하는 뒤집기를,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는 1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못하는 관계로 잠 속으로 빠져 들때 풍경이 한마디로 가관이다.

돌때까지는 무조건 바로 눕혀 재웠다. 그러려고 그런건 아니라 그리 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랬었는데, 잠이 들 때마다 한두시간씩 울어 재꼈던 것은 기본, 길 때는 네시간씩 울다 잠든 적도 있었을 정도로 잠드는 것이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아이 본인에게는 어떠했을지 모르겠으나 하여간 엄마,아빠에게는 참으로 고역이었다.

그러다 고향으로 이사온 후 넓은 잠자리를 갖게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엎어 재워보았더니 밤중에 자다 깨어 우는 일이 거의 없어지고 전에 비해 너무나 잘자는 것이 아닌가.

또한 잠이 들 때에도 엎어서는 팔로 기어 조금씩은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뒤척이는 것이 가능해진 탓인지 아무래도 잠자는 일이 예전보다는 편안해졌다.

물론 부작용도 있다.

아빠를 닮아 가뜩이나 부어있는 눈이 엎드려 자고 일어난 후에는 더욱 심하게 붓는다는 거! 해서 부은 눈이 점심이 지나 늦은 오후에나 붓기가 빠진다는 엄청난(?) 부작용을 얻고야 말았다.
곤히 잠들어있는 아이... 엎드려 잘때도 다리는 개구리처럼 오므리고 잔다.
▲ 잠든주언 곤히 잠들어있는 아이... 엎드려 잘때도 다리는 개구리처럼 오므리고 잔다.
ⓒ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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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누웠을 때 뒤집기는 여전히 불가능하지만 엎드려 있을 때 바로 눕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도 아이를 엎어 재우면서 얻은 엄청난 소득이다.

이에 파생된 안타까운 부작용 또한 있다는 것이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핵심인데

무언가를 새로이 익힐 때 일부만 가능하고 전체를 익히지 못하였을 때의 안타까움을 경험해본 바 있을 것이다. 가령 인라인스케이트를 탈 때 직진은 어렵사리 되는데 턴이 불가능하여 멈추지 못하고 한없이 갈 수밖에 없었다든가, 운전을 배울 때 차선변경을 못하여 목적지와 다른 곳으로 한없이 가야만했던 가슴 아픈 경험. 우리 아이의 안타까움도 이와 비슷한 지점에 있다.

엎드려 있을 때 바로눕기는 가능해졌지만 바로 누웠을 때 뒤집기는 못하게 되면서 아이가 잠들 때의 갈등이 바야흐로 시작되었다.

그러니까 졸립다는 신호가 머릿속으로 전달된 이후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하품과 함께
적당한 정도의 뒤척임이 있어야 빠른 시간 내에 꿈나라로 떠날 수 있을 것인데, 뒤척임 단계에서 몸놀림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갈등의 원인이다.

일단은 움직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마음껏 움직이라고 엎어는 놓는데, 뒤척이다가 바로 누워 버리면 그 다음 단계의 뒤집기가 안 되다 보니 짜증 섞인 울음이 바로 터진다. 그렇데 되면 옆에서 지켜보던 엄마나 아빠가 대신 뒤집어 주고 또 저 스스로 뒤집고 또 옆에서 뒤집어 주고 하는 동작이 한시간 이상 반복되어야 비로소 잠들 수 있게 된다.

하루 시간을 24시간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쪼개어 쓰는 엄마로서는  아이를 재우느라 실랑이하는 그 시간이 아깝기 짝이 없지만, 뒤집기가 안되서 잠들 때 자유롭게 뒤척이지 못하는 16개월짜리 아들녀석을 두고 저 스스로 잠들도록 나와 버릴 수도 없는 일이라 옆에서 아이가 원활히 잠들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금은 힘들지언정 언젠가 아이 스스로 뒤집기가 가능해지면 본인 스스로 뒤척이다 스르르 잠이 드는 그 날이 언젠가는 도래하지 않겠는가.

물리치료실에서 치료 도중 힘이 든지 잠들어있다.
▲ 치료실주언 물리치료실에서 치료 도중 힘이 든지 잠들어있다.
ⓒ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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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blog.naver.com/yipd



태그:#장애, #장애아이 육아, #잠버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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