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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생활인이었을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이명박 하야'를 외친다. 이것이 일부의 목소리일까? 아니다. 시위나 데모에 부정적인 인상을 갖고 있는 한국인이지만, 촛불시위에 대해서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경적 소리로써 그 목소리에 동참하는가 하면, 시위로 인해 길이 막힌 운전자도 창 밖을 내다보며 피켓을 같이 흔들거나 환호해준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0%조차도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19.5%의 지지율을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도 있었다. 취임한 지 100일도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임기 초 레임덕', '얼리덕'이라고도 한다.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왜 이 지경이 된 것일까?

 

시위 참여, 민주주의 시민의 기본 지켰을 뿐

 

여기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나는 '이명박'이라는 사람이 유력대선주자로 부각되던 순간부터 위기를 직감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의 상상을 초월하는 불법비리의혹을 묵과했던 여론 분위기는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적인 법질서조차도 부정 당하는 수순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사회 기본의 붕괴를 묵과하면서까지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고자 했던 대중의 욕망이 '이명박'을 제대로 통찰하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국민은 "경제를 살리라"는 전제 속에 그런 엄청난 오욕을 감수한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이라는 이름과 함께 한 정책들은 온통 서민 죽이기 정책 투성이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을 그대로 실천하려 했을 뿐이다. 국민들이 뒤늦게 알고 생존의 위기를 느끼면서 '행동'으로 나선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으로서의 기본적인 소양을 잊지 않은 국민이라면 '행동'으로 나서거나, 최소한 그를 보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명박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생존의 위기'를 느꼈을 경우엔 누구라도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우리는 그것을 '참여'라고 한다. '참여'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경찰은 시위에 대해 물대포와 과잉진압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시위 참가자들에게 죄가 있다면 '참여'라는 민주주의 사회 시민의 기본적인 소양을 지키려 했다는 것뿐이다. 기본을 지키려 하는 국민, 그리고 "촛불을 누구의 돈으로 산 것인지 알아오라"는 대통령과  '참여'를 '불법'으로 규정해 진압에 나서는 경찰, 먼 훗날 역사는 이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이명박 정부 특유의 고질병 '눈 가리고 아웅'

 

분야를 가릴 필요도 없다. 이명박 정부의 대처 방식은 세 살 먹은 어린 아이도 쉽게 알 수 있다.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하거나, 여론의 방향을 잠시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하는 '눈 가리고 아웅', 이게 이명박 정부의 대처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대처방식이기도 하다. 정권의 위기, 혹은 정권이 밀어붙이던 사안의 위기를 맞이했을 때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이명박 정부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특유의 땜질 방식으로 모든 일에 대처하고자 한다. 그러면서 본인들이 꾸미려는 일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밀어붙인다.

 

하지만 국민은 '본질'을 요구하고 있다. '쇠고기 파동'이든 '대운하'든 각종 공공부문 사유화 정책이든, 이명박 정부의 '본질'에 대해 직접적으로 항의에 나서고 있으며, 그 '본질'을 고쳐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다가 그것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그리고 그 목소리에 대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대처하면서 이 정부가 국민을 위하는 정부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이명박 하야'라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눈 가리고 아웅'으로 대처한다. 장관이나 수석 비서관 몇 명 경질하는 것을 '민심 수습'이라고 제시하는 것을 보고 개인적으로는 쓴웃음을 지었다. 과거, 신한국당 시절까지,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았던 시절로 상징되는 옛 권위주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운천'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하든, 또다른 아무개가 장관을 하든 '이명박'이라는 사람이 대통령 직을 유지하는 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점은 만인이 알고 있다. 장관은 실천자일 뿐, 임명권자와 명령권자는 '대통령'이 아니던가.

 

취임 100일을 맞아 경고하건대, 이런 식으로 대처하지 마시라.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한 가지 더 당부하고자 한다. "촛불 1만개는 누구의 돈으로 구입한 것인지 보고하라"고 했던데, 개인적으로는 엄청난 섬뜩함을 느꼈다.

 

그에 대해, 휘하 참모가 "누구의 돈으로 구입했는지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불호령에 시달릴 것이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방식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안되면 되게 하라"라고 하는 그 방식 말이다.

 

꿈에라도 그런 식으로 대처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봉착한 지금의 위기는 다른 누구도 아닌 이명박 대통령 본인의 탓이다. 국민 여론과는 동떨어진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 반대 여론에 대해 인격적인 조롱까지 불사하면서 국민을 자극시킨 장본인, 누군가?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리고, 세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모르고 여전히 1970년대로 착각하면서 본인들만의 매트릭스 속에 살고 있는 한나라당이다.

 

이명박 대통령, 이미 '루비콘 강 건넜다'

 

나로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이미 '루비콘 강'을 깊숙하게 건넜으며 발을 빼려 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주지시키고 싶다. 이명박 대통령이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신뢰를 하기는커녕, "또다른 일을 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아냥만 날아올 뿐이다. 수치로 드러난 낮은 지지율보다 더 심각한 현상이다.

 

최근 들어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을 막도록 하겠다"는 목소리를 제시했지만, 날아온 것은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반응과 국민적 비아냥의 목소리 뿐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듯 이미 루비콘 강 한가운데에 서 있다. 돌아가야 할지, 나아가야 할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돌아가고자 한다면 '불도저 리더십'으로 상징되는 이명박 대통령 특유의 '자기애'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아가고자 한다면 시청 앞 광장에 100만 명이 운집하는 사태를 맞이할지도 모른다.

 

가타부타 어떻게 하라고 집어주지는 않겠다. 어차피 양자택일이다. 이명박 대통령, 과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덧붙이는 글 |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 이렇게 본다' 응모기사입니다.


태그:#이명박 취임 100일, #촛불문화제, #임기초 레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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