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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송파구청에서 '건물에서의 기후변화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송파환경포럼이 열렸다.
 6월 4일 송파구청에서 '건물에서의 기후변화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송파환경포럼이 열렸다.
ⓒ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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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에너지 가격이 OECD 국가 중에서 낮은 편이다. OECD 평균의 58% 정도다. 좋은 전기를 싸게 쓴다는 생각을 이제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유류세 인하 문제도 그렇다. 지금 기후 변화 문제가 뜨겁다. 고통스럽겠지만 기후 변화 문제 해결에 동참하려면 자동차 이용을 자제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고 본다."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식품·자원경제학과 조용성 교수가 민감한 문제를 건드렸다. 유류세 등 에너지 가격 인상 문제는 아주 민감한 사안 중 하나. 환경 측면에서는 CO2 배출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 인상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화물운송자 노동조합인 화물연대는 생존권 차원에서 유류세 인하를 요구한다. 일반 승용차 이용자도 한목소리로 유류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조 교수는 중요한 것은 "원칙과 방향"이라면서 '값싼 에너지 정책'을 바꿔야 할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상업용과 비상업용, 고소득자와 저소득자를 나누지 않고 똑같이 에너지 인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선택권은 모두 풀고, 차등 혜택을 주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애인 등 일부만 살 수 있는 LNG 자동차 선택권을 일반인 모두에 개방하고, 대신 장애인이나 저소득층에 대해선 에너지 바우처(에너지 사용권) 제도 등을 통해 혜택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조 교수의 이 발언은 4일 송파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2008년 2차 송파환경포럼 자리에서 나왔다. 이날 포럼은 '건물에서의 기후변화 대응방안'을 주제로 열렸다.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열린 행사다.

이날 포럼 사회는 이한우 송파구 환경행정팀장, 좌장은 전의찬 서울환경연합 CO2위원회 위원장이 맡았다.

'건축물리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 절약형 건축물 설계 및 확대방안'(이명주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 '건물 및 가정에서의 에너지 절약방안과 지원제도'(안진한 에너지관리공단 팀장), '시민참여형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제언'(서운종 지케이에너지 대표이사) 등 발제문 세 개가 발표된 뒤에 조용성(고려대 교수), 김춘열(지엔씨테크롤러지 대표이사), 이현정(서울환경연합 정책국장), 성기충(송파구청 환경과장)씨가 토론을 했다.

이명주 교수는 "건축 방식에 따라 에너지를 많이 아낄 수 있다"면서 소비자와 건축업계가 친환경 건축에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을 주문했다. 그에 따르면 소비자가 너무 큰 창문을 좋아하는 게 친환경 건축에 큰 장애다. 창문이 지나치게 크면 에너지를 보존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건축업자 또한 '너무 싼 건물' '유리에 대한 집착' 등이 역시 친환경 건축에 걸림돌이다. 이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건축 디자이너가 에너지 절약형 건물을 설계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이 교수는 경기도 파주출판단지 근처에 국내 최초 3.8리터 하우스를 설계했다. 실내난방에 쓰이는 석유나 가스가 1㎡당 연간 3.8리터만 돼도 가능한 게 3.8리터 하우스. 건축법상 에너지절약 만족 주택이 12.3리터 정도니 일반 주택에 비해 3~4배 정도는 쉽게 아낄 수 있다는 답이 나온다.

발제가 끝난 뒤 토론자들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제일 오른쪽부터 조용성 교수, 김춘열 대표, 이현정 국장, 성기충 과장. 등이 보이는 쪽은 발제자들.
 발제가 끝난 뒤 토론자들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제일 오른쪽부터 조용성 교수, 김춘열 대표, 이현정 국장, 성기충 과장. 등이 보이는 쪽은 발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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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만 뽑아도 한 해 5000억 원 절약... 새는 전기 막아라

안진한 팀장은 유가상승의 근본 원인을 수요 증가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안 팀장이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에너지 과소비 국가다.

에너지 수입비용은 2004년 496억 달러에서 2007년 949억5천만 달러로 3년 사이 두 배 가량 늘었다. 에너지 소비순위가 프랑스와 영국에 이어 10위(1위는 미국). 석유소비는 독일과 인도에 이어 7위다. 1인당 에너지소비는 독일이나 영국을 오히려 앞선다.

OECD 통계(1991~2001)를 살펴보면 OECD 평균 에너지소비 증가율은 15.4%인데 비해, 우리 나라는 82.9%나 된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증가량도 프랑스(1.2%), 일본(8.5%), 미국(18.7%)에 비해 훨씬 높은 73.6%다.

문제는 새는 에너지가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우리 나라 가정부문 전력소비량의 11%는 대기전력. 플러그가 꽂혀 있는 상태로 명령 대기 상태서 낭비되는 전력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기기를 위해 연간 낭비되는 금액이 무려 500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사용하지 않는 기기의 플러그를 빼놓아야 할 이유가 잘 나타난다.

고효율 LED(발광 다이오드) 조명을 30% 보급시 줄일 수 있는 비용도 1조 6천억 원에 이른다. 그 외에도 PDP TV가 LCD TV에 비해 약 20%, 드럼세탁기는 일반세탁기에 비해서 5배 정도 더 전력을 쓴다고 안 팀장은 밝혔다. 안 팀장은 KBS1TV <좋은나라 운동본부> 에너지코너 '에너지수사대 지구를 지킨다'에 고정출연하고 있다.

서운종 이사가 이날 발표한 내용을 보면 화석연료는 2000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올랐다. 2006년까지 화석연료 연평균 인상률은 15.5%, 도시가스 연평균 인상률은 9.5%다. 고유가 시대가 최근 한 두 해 깜짝 현상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서 이사는 CO2 문제에 대해 절박함을 느낄 수 있도록 서울시 신청사에 CO2 수치를 보여주는 대형 모니터링판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모니터링판에 신청사가 사용 중인 에너지, 발생한 CO2, 재생에너지 도입으로 억제한 CO2량 등을 보여주자는 것. 더불어 각 구청에서 줄인 CO2 누적치도 보여주자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김춘열 대표는 "신재생에너지가 경쟁력이 없는 것은 산업화가 안됐기 때문"이라며 시장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현정 국장은 에너지 자립 계획과 거꾸로 가는 서울시 행정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이 국장은 "서울시는 전력 자립도가 2.2%에 불과하지만 타워팰리스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초고층주상복합아파트 열풍이고, 서울시 또한 한강르네상스 계획을 통해 한강에 초고층 빌딩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서 서울시가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내 190개 에너지 다소비기관 중 서울에 절반 가량 되는 89개가 몰려 있다(2006년 에너지관리공단 조사)는 설명을 통해 서울시가 '에너지 잡아먹는 공룡'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태그:#기후변화, #송파환경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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