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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국민의 분노를 '좌파불온세력'이라고 간단히 무찔러버렸다. 그리고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비서관은 숫제 국민을 사탄의 세력으로 단정지어 버린다.

 

이제 이명박 정부에서 바른 말하는 국민은 모두 좌파이고 사탄이 되어버렸다. 이명박 정부는 국민을 섬기겠다는 헛헛한 구호가 채 귀에 내려앉기도 전에 국민을 섬기기는커녕 무찔러야 할 적으로 상정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적으로 여기는 지도자는 끝내 국민의 손에 심판을 받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집권 3개월 만에 촛불집회에서 나온 "이명박은 물러나라!"는 국민의 외침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잘못은 대통령만? 한나라당은 책임없나

 

그런데 대통령이 국민 심판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요즘 한나라당은 현 사태에 대해 일말의 책임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를 포함한 말 깨나 한다는 의원들은 대통령에게 '국민에게 항복하고, 미쇠고기 협상을 다시 해야한다'라고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미쇠고기 협상의 분수령이 되었던 장관고시의 결정은 이명박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 당정협의회에서 결정된 사안이었다. 다시 말해 결코 이번 사태에서 한나라당이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이다. 

 

정부는 국민의 성난 민심을 호도하기 위해 30개월령 미국산 쇠고기를 민간자율협정에 맡기자고 나섰다. 하지만 자율수출 규제는 법적 구속력을 가질 수 없다. 그러자 정부는 다시 협정에 어긋나더라도 반송하거나 전량 폐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다.

 

통상마찰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국가 간의 협정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것이 국제규범이다. 정부가 지키지도 않을 협약을 맺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에 대한 한나라당의 태도이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아무런 책임도 없는 것처럼 오히려 대통령에게 훈수를 두고 있지만 협약의 구체적 내용이나 방식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한 채 정부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오직 30개월 이상 월령만 제한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안이한 발상이다. 이번 미쇠고기 사태에서 국민의 가장 큰 불안과 불만은 수입소의 월령 문제뿐만 아니라 광우병위험물질(SRM)과 검역주권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미국 내 도축장 승인권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우리로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는 위생조건 5조에 대해서 정부와 한나라당은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오로지 정부와 한나라당은 30개월 미만의 소만 수입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며 기만하는데 열중하고 있는 것이다.

 

만날 방문단만 파견하면 뭐하나

 

한나라당은 한 술 더 떠 미국에 쇠고기 협상방문단을 파견한다고 한다. 미국을 방문하여 미 행정부와 의회지도자, 축산업자 등을 만나 촛불집회 등 한국의 상황을 전한 뒤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출자제를 촉구할 계획이란다.

 

국회에서 재협상의 근거를 만들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적 절차는 간단히 무시하고 미국에 가서 '제발 30개월 이내의 소만 수입하도록 해주십시오'라고 읍소하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망신스럽고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만약 한나라당이 국민의 뜻을 따르고 국민의 편에 서고자 한다면, 야당이 주장하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동의함으로써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광우병은 가축전염병예방법 상 소해면상뇌증이라 불리는 제2종가축전염병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위생조건 고시도 본법 34조에 의거 시행되고 있기에 국제조약 및 타 법안들과 충돌이 불가피한 특별법 형태가 아닌 광우병 우려 쇠고기 수입을 금지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하지만 재협상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그 어떤 의원도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대해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앞에서만 재협상을 촉구하고 뒤에서는 정부의 입장만 읊조리는 표리부동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국민이 성났을 때는 싸우려고 하면 안 된다. 항복해야 한다" 고 말했다. 이 말을 고스란히 홍준표 의원에게 돌려주고 싶다.


"제발 국민을 속이려 하지 말고 국민에게 진정으로 항복하시지요." 

 

국민의 목소리,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정확히 들어야

 

한나라당은 정말 국익과 국민을 위한다면 지금까지 보여준 이중적인  잣대를 버리고 정부 여당답게 당당하게 말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확고하게 펼쳐 국민의 의혹을 씻어내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쇠고기 재협상을 실시하여 검역주권을 포함한 국민주권, 국민의 건강권, 신체안전권, 소비자기본권 등 헌법상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내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지난 10년 동안 충분히 각성된 국민이다. 옳고 그름에 대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정확한 판단력을 가진 현명한 국민이다. 오늘은 6·10 항쟁 스무 한 돌 되는 날이다. 21년 전 국민의 외침과 분노의 원인이 무엇인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찬찬히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상희 기자는 지난 30여년간 여성운동과 환경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시민운동가 출신의 국회의원으로서 18대국회 비례대표로 선출되었다. 현재 통합민주당 최고위원을 맡고 있으며 '미쇠고기재협상추진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태그:#미쇠고기, #재협상, #김상희, #홍준표, #가축전염병예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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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민주당 18대 비례대표 국회의원 김상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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