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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세력이 촛불집회로 상징되는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자 미국에 협상단을 급파하였다. 그러나 미국측의 태도는 시큰둥하다. 아니 냉담하기 그지없다. 미국의 국무장관은 일본과 호주를 민주동맹이라 칭하면서 한국을 단지 파트너라 칭한다. 미국이 한국을 그리 동맹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한미동맹의 복원을 주장하며 집권했다

 

지난 참여정부 시절에 미국은 대한관계에 껄끄러운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북문제에 있어서는 초지일관 평화적 해결원칙을 고수하여 미국을 불편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FTA협상의 과정에서도 역시 미국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는 못한 듯하다. 주한미군의 주둔비에 대하여 일일이 점검을 하기도 했다. 과거 미국에게는 무조건적 굴종을 보이던 한국정부의 변화된 태도가 노여웠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이 원하는 중요한 사안마다 한국은 거부한 일이 없다. 우리의 소중한 젊은이들을 아프간전쟁에 이라크 전쟁에 파병하였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젊은 생명들을 위험한 전쟁터에 보낸 것은 막대한 희생이 아닐 수 없다. 이보다 더 큰 동맹비용을 치르는 나라가 얼마나 되겠는가? 한미 FTA의 내용도 미국이 그리 만족할 수준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산업을 적절한 수준으로 보호할 장치가 별로 남아있지 않고, 미국의 요구로 추가협상까지 했던 사안이다. 북핵문제도 철저한 공조를 유지해왔다.

 

이렇게 한미관계가 여전히 미국우위의 불균형 상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야당은 한미동맹을 염려하며 정부를 공격하였다. 자신들이 집권하면 미국과의 철저한 공조를 복원하겠다고 주장하였다. 실용을 주장하는 세력이 대미관계만은 철저히 굴종적 태도를 보인 바 있다. 대미관계에 대한 불안을 조성하고 국민의 안보불안을 자극하여 득표하려는 전략이었다.

 

결국 그들은 집권에 성공하였고 곧장 미국으로 달려갔다. 캠프데이비드에서 숙박한 것을 자랑하였다. 부시 미대통령의 'Best friend'라는 칭호를 들었다. 친밀해보이는 사진을 찍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측의 한국에 대한 불신이 생각보다 깊다고 발언하였다. 전정부가 훼손한 한미동맹을 자신이 복원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월령제한이 없는 미국산 쇠고기의 완전개방을 내어주고 말았다. 지금 국민적 저항에 직면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얻은 것은 전무하고 오로지 내어주기만한 협상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미국의 이익에 종사하는 행위라면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다. 대한민국을 통치하는 대통령이 미국의 이익에 종사하고 있는 것에 다름이 없지 않은가? 이 것이 현 집권세력이 주장하던 한미동맹의 복원이란 말인가?

 

미국의 태도로 본 한미동맹의 현주소

 

지금 대한민국의 최대이슈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개방이다. 다른 국가들이 유지하고 있는 검역조건을 완전히 초월하여 미국의 이익을 보장하는 협상을 한 결과이다. 한국정부는 지금 그 일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였다. 국가간의 협약은 가능한 준수하는 것이 옳지만 이경우는 좀 다르다. 대한민국의 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재협상에 전향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 옳다. 한국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한국내 여론이 심각하게 돌아가면 미국의 축산업자들도 얻어갈 이익이 별로 없을 것이다. 동맹국이라면 당연히 잘못된 협상의 결과를 무효화하고 합리적 수준의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미국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미 양국이 합의한 사안이니 그냥 준수하라고 버틴다. 특히 한국정부가 국민의 저항을 받는 상황도 한국의 내부사정이라며 눈을 감고 있다. Best friend는 뭐고 한국정부가 주장하던 한미동맹은 어디로 실종한 것인가? 미국이 한국과의 진정한 상호이익을 추구할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다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이미 확보해둔 미국의 이익을 양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미국의 국무장관은 일본과 호주를 각별히 민주동맹(Democratic Alliance)라고 칭하였다. 하지만 동일한 장소와 동일한 시간에 한국을 단지 Partner라 칭한다. 동맹과 파트너는 전혀 차원이 다른 관계이다. 한미동맹의 복원을 운운하며 광우병 위험을 무시한 채 쇠고기 시장을 완벽히 열어젖힌 한국정부는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대우를 받으려고 그렇게 미국을 추종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과의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6자회담의 공간에서도 우리 정부는 그리 역할을 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미국과 북한간을 중재하며 주도적으로 참여해왔던 지난 정부와는 판이하게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이제 미국의 뒤에서 미국을 졸졸 따라다닐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북미관계가 점차 진전되면서 한국정부는 별로 설자리가 없어 보인다. 주도권을 상실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한미동맹이라는 것이 알맹이는 전혀 없이 미국의 기분이나 맞춰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도무지 미국이 한국을 동맹으로 인정하고 동등한 관계를 유지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것이 집권세력이 그동안 강조해온 한미동맹의 현주소인 것이다. 과연 이나라가 주권국가인 것은 맞는지 의심스럽다.

 

외교는 기분을 맞추는 것이 아니다

 

극심한 경쟁이 있는 국제관계에서 외교란 기분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실용적인 접근 태도가 요구되는 분야이다. 강대국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말 잘듣고 기분을 맞춰준다고 저절로 동맹국이 되지는 않는다. 상호간의 이익을 균형있게 조정하는 것이 외교의 첩경이다. 이익균형이 맞지 않는 동맹은 성립하지도 않으며 사상누각이다.

 

강대국도 기분에 따라서 약소국을 대하지는 않는다. 철저히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을 추구할 뿐이다. 침략전쟁을 하는 것이 이익이면 침략을 할 것이다. 상호 동등한 교역을 늘리는 것이 이익이면 평화적 교역에 힘을 쏟을 것이다. 굴종하는 나라라고 각별히 더 많은 비용을 들여서 퍼주지도 않는다. 사사건건 따지고 짚고 넘어가려는 나라라도 자국의 이익에 부합하면 기분으로 동맹을 깨지도 않는다. 국제사회의 원리이다.

 

집권 전부터 멀쩡한 한미동맹을 훼손된 것으로 치부하던 세력, 상대가 뭐라 말하지도 않는데 미리미리 미국의 입맛에 맞춰서 굴종하는 세력에게는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아무리 한미동맹이 절실한 것이라도 서로 테이블에 앉아보지도 않고 미리 동맹을 구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그 동맹은 매우 비싼 대가를 치뤄야 가능해질 것이다.

 

또 특정국가와의 동맹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다른 많은 우리의 교역 상대국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다른 나라들이 우리와의 관계속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줄어들거나 손해나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에게 최대의 교역상대국인 중국이 한미동맹의 과도한 강조에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우리에게 최대의 무역수지 흑자국이다. 균형을 놓칠 수 없는 이유이다.

 

국제관계를 기분이나 맞춰주고 굴종하면 해결될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면 심각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우리의 안보를 지키는 이유는 그 것이 자국에게도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만일 손해가 된다면 아무리 우리가 굴종해도 그들은 떠날 것이다. 국제관계는 냉혹한 것이다.

 

제발 미국의 비위를 맞춰서 우리의 주권까지 내어주는 듯한 굴종적 태도를 버리기 바란다. 기왕에 잘못된 쇠고기 협상의 결과로 양국이 모두 손해를 피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 우리정부의 냉정한 태도변화가 필요하다. 장관고시를 철회하고 기와의 협상결과를 백지화하는 것이다. 거기에 따르는 우리의 국가신인도는 국민이 감수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집착증을 보인다고 한미동맹이 잘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굴종할수록 미국은 더 많은 동맹비용을 우리에게 요구할 뿐이다. 귀여워서 좀 봐주는 식의 외교를 하는 나라는 없다. 지금은 조공을 가져온 소국에게 조공받은 것보다 훨씬 많은 선물을 들려보내는 체면치레를 할 강대국은 없다. 사대외교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강대국을 상대하며 과거의 조공무역을 흉내낸다면 얻는 것은 없이 갖다 바치는 것만 늘어날 뿐이다.

 

강대국의 기분을 맞추려 하지 말고 그들과의 상호이익을 창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옳다. 우리의 모든 이익을 포기하고 희생한다고 해서 그들이 뭔가를 내어줄 것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다. 굴종할수록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 한미동맹은 미국의 기분에 따라서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국가이익에 따라서 좌우될 뿐이다. 그러니 냉철한 계산과 균형있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다.

 

쇠고기 재협상 문제를 대하는 미국의 태도를 보라. 외교는 그렇게 철저히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매우 기분상하는 일이지만 미국측에서 보면 국익을 철저히 지키는 외교적 태도가 맞다. 국제관계는 이렇게 냉혹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태그:#이명박 취임 100일, #한미동맹, #국제관계, #촛불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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