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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패션쇼
 모시패션쇼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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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의 날개옷이 저렇지, 싶었다. 한산의 세모시로 만든 옷을 입고 모델들이 사뿐사뿐 걸어 나온다. '모시패션쇼'라고 해서 모시로 만든 한복이 등장할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다양한 모양의 옷이 등장했다. 색깔도 어찌나 다양하고 화려하고 아름답던지, 저절로 선녀의 날개옷이 떠올랐다.

한산, 하면 세모시가 유명하다는 건 알 만한 사람은 안다. 한산 모시 이름 한 번 안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게다. 그 유명한 한산 모시를 주제로 매년 축제가 열리고 있다. 올해에는 '한산모시문화제'로 열렸다. 13일(금)에 개막해 월요일인 16일까지 열린다. 해서 첫날인 13일, 서천에 다녀왔다. 올해로 19회를 맞이한 축제는 한산모시관 일원에서 열리고 있었다.

요즘 열리는 축제는 보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 위주인데 '한산모시문화제'도 마찬가지였다. 태모시 만들기, 모시 짜기, 모시잎차 만들기, 모시 염색하기, 모시옷 입어보기 등등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다.

그밖의 프로그램으로는 모시 패션쇼와 모시 마당극, 저산팔읍길쌈놀이 등이 있었다. 또한 한산모시문화제가 성공적으로 잘 치러지기를 기원하는 '모시제'가 모시각에서 진행되었다.

한산모시문화제,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진행

길쌈을 체험하는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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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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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축제가 열리고 있는 한산모시관 앞에는 잘 자라고 있는 모시로 뒤덮였다. 잎을 보니 깻잎처럼 생겼다. 잎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에서 실을 뽑아 그것으로 옷감을 만든다. 그게 바로 모시다.

특히 한산의 세모시는 올이 가늘고 가벼워 통풍이 잘 되고 시원해 여름철 옷감으로 으뜸이라고 한다. 내구성이 뛰어나 빨아 입을수록 빛이 바래지 않고 항상 윤기가 도는 천연옷감이란다. 이렇게 좋은 점이 많지만 단점이라면 값이 비싸다는 것. 모시 한 필의 값은 가장 싼 것이 50만 원선. 보통 100만 원을 넘는다.

일일이 사람의 손이 가야 하니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모시 생산자 한 사람이 한 달에 모시 두 필 정도를 짜낼 수 있다니 비싼 값이 이해가 되기는 한다. 모시로 만든 양말 한 켤레가 3만원인데 축제 현장에서는 2만원에 할인판매를 하고 있다. 만만한 값이 아니다. 하지만 이 양말을 신어본 사람은 다른 양말은 못 신을 정도로 질이 좋다고 한다.

이렇게 비싸고 질이 좋은 모시옷을 입은 사람들을 모시축제 현장에서 아주 많이 봤다. 축제에 참여해서 직접 모시를 만드는 시연을 보인 분들은 죄다 모시옷을 입고 있었다. 이분들은 대부분 자신이 직접 모시를 만들어 입었을 것이다. 모양도 가지가지다. 모시옷을 입은 할머니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저절로 푸근해진다. 모시가 그런 느낌을 자아내게 만든다.

모시축제를 구경하러 온 분들 중에도 모시옷을 입은 사람들이 제법 많아 모시축제에는 모시옷을 입고 가야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시옷을 입고 축제에 온 사람들에게는 기념품을 준다고 했다.

모시옷을 안 입고 온 사람은 모시옷을 입어볼 수 있다. 체험코너가 있기 때문이다.

모시옷 입고 모시축제에 가자

태모시 시연을 하는 분들
 태모시 시연을 하는 분들
ⓒ 유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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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모시 시연을 하고 있는 할머니께 입고 있는 모시옷이 얼마나 된 거냐고 물었다.

"한 십 년 됐시유."

옷에는 초록색 줄무늬가 들어가 있는데 염색한 실을 넣어서 직접 짠 것이라고 한다. 모양이 구식이지만 옷감은 새 것 같아 보인다. 이십 년을 입어도 똑같단다. 이 분, 72세로 50년 동안 모시를 만들었다고 한다.

모시 축제에서는 '모시마당극' 저산팔읍길쌈놀이, 모시패션쇼가 시간별로 번갈아 열리고 있다. 특히 볼 만한 것은 모시패션쇼로 모시로 만든 다양한 디자인의 옷들이 눈길을 끈다. 12명의 모델이 전문디자이너의 작품을 선뵈는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패션쇼에서 선보인 모시옷이 직접 판매되기도 하는데 값이 엄청나게 비싸다. 선물용이나 소장용 등으로 팔린다는 게 서천군청 관계자의 귀띔이다. 사서 입더라도 손질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모시옷은 빨아서 그냥 입을 수 없고, 꼭 풀을 먹여야 하기 때문이다. 구김도 잘 간다.

저산팔읍길쌈놀이
 저산팔읍길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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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석 배재대학교 관광학과 학생
 최이석 배재대학교 관광학과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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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주제관에서는 모시에 관한 설명을 자세하게 들을 수 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관람객을 맞이하는 사람은 배재대학교 관광학과 학생들이다. 최이석(관광학교 2학년) 학생은 진행요원들이 전부 사전에 교육을 받고 안내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모시마당극이 펼쳐지고, 저산팔읍길쌈놀이도 열렸다. 길쌈놀이에는 100여 명의 인원이 참여했다. 모시를 생산하는 분들이 직접 참여한다. 해서 한 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사람을 잘못 골랐다.

"처음 나왔시유. 하던 사람이 일이 있어서 못 나온다고 해서 대신 나온 거유."

저산팔읍길쌈놀이는 저산의 팔읍(한산·서천·비인·홍산·임천·남포·정산·보령)을 중심으로 모시를 장려하기 위해 길쌈 경연대회를 연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서천의 한산모시가 모시 중의 으뜸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얀 옷에 하얀 수건을 입은 여자들이 베틀을 들고 나와 모시를 만들고 길쌈을 하는 모습을 재연한다.

모시패션쇼, 아름다운 옷으로 눈길 끌어

모시제를 지내고 있다.
 모시제를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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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첫날, 모시각에서는 모시제를 지낸다. 모시각에는 건지산의 산신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데 모시신을 모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모시축제가 성공적으로 잘 치러지기를 기원하기 위해 지낸단다.

나소열 서천군수가 의관을 차려입고 올라와 모시각 앞에 자리를 깔고 앉은 어르신들께 공손하게 인사를 한다. 모시를 생산하는 사람들은 죄다 여자인데 어찌된 게 모시제는 남자들만 모여서 지낸다.

축제에 먹거리가 빠질 수는 없지. 먹거리 장터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축제에서 볼 수 있는 간이식당 형태다. 서천 지방의 특별한 먹거리를 기대한다면 실망이 더 클 듯.

축제현장 한쪽에는 모시카페가 마련되어 있다. 그곳에서 모시차와 모시떡을 맛볼 수 있다. 모시차 값이 1천원. 모시차를 시음하는 곳도 있는데 맛이 부드럽고 순하다. 빛깔은 녹차와 비슷하다. 값은 가장 비싼 메뉴가 2천원. 착한 가격이다.

서천에서 모시에 종사하는 사람은 520여명. 이중에 80% 이상이 60대 이상의 고령자다. 이 분들 덕분에 서천의 모시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분들의 뒤를 이어 지속적으로 모시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나와 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일일이 사람의 손길이 가야 한 필의 모시가 완성되는데 그에 비해 소득이 높은 건 아니다.

고령의 모시종사자들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한산 세모시의 명성이 이어질까? 한산모시축제 역시 해가 갈수록 성황을 이룰 수 있을까? 그리 전망이 밝다고 할 수 없는 게 현실인 것 같다.


태그:#한산모시문화제, #저산길읍길쌈놀이, #모시패션쇼, #모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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