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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앞 광장에서 연일 촛불이 타오르던 어느 날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쇠고기 문제등 국민과의 소통에 소홀했던 점을 인정하며 반성한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단지 소통에만 있지는 않은 것같다. 국정수행의 내용 자체가 너무도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소통이나마 좀 향상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면 다행한 일이다.

 

소통이란 무엇인가?

 

소통이라는 용어는 아마도 의사소통(Communication)의 의미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즉 정부와 국민 간에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사용한 용어로 이해한다. 설마 정부의 생각을 국민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홍보가 부족했다는 의미로 사용한 용어는 아니지 않겠는가?

 

의사소통의 본래 의미는 상호 간의 의사를 주고 받아서 이해하는 것이다. 일방이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정부도 자신들의 생각과 사정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고, 국민도 뜻을 정부에 적절히 전달하여 이해시키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다. 국민과 정부가 서로의 뜻을 전달하고 전해받아서 이해하는 과정이다.

 

대의정치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민주공화국에서 의사소통은 무척 중요한 것이다. 국민이 투표해서 권력을 위임한 것은 권력을 위임받은 자가 자신의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런 정치는 차라리 대의독재라 불러야 옳다. 민주공화국의 주권은 철저히 국민에게 있다. 위임받은 권력을 사용할 때는 주권자의 의사를 살펴서 거기에 거스르지 말아야 한다. 주권자의 의사를 살피는 과정에 바로 의사소통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 정책을 국민에게 선전하는 것은 의사소통의 부분적 수단일 뿐이다. 정책홍보라는 것은 일방에서 타방에 알리는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에 진정한 소통이라 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정부의 정책을 홍보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서 쌍방이 소통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의 소통방식

 

위에서 정의한 의사소통의 개념에 비추어 이명박 정권이 말하는 소통은 의미자체가 의심스럽다. 국민을 어리석은 집단으로 보고 계도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혹시 국정의 홍보를 소통이라고 보는 것은 아닐까? 심지어 사실관계를 호도하여 국민을 속이는 것조차 소통의 원활화라고 여기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구심을 떨처 버릴 수가 없다.

 

첫째, 방송장악을 기도한다. 촛불집회가 방송의 여론조작으로 시작되고 확산되었다고 주장한다. 강동순 방송위원의 방송 판갈이론 녹취내용과 같은 시도가 이미 일어나고 있다. 이명박 대선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방송계의 중요한 자리를 꿰차고 앉았거나 앉으려고 대기중이다. 최시중씨가 방통위원장 자리에 앉아서 국무회의 등에 참석하여 방송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을 정도다. 구본홍씨는 YTN 사장 자리에 앉았다. 방송을 정권의 입맛에 맞춰 바꾸려는 시도가 선명히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다.

 

둘째, KBS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이미 이사회의장이 방통위원장을 만난 후 사임하였다. 이사회의 구성은 이미 6:5로 현 정권이 우세한 구도가 되었다고 한다. 정기감사가 곧 예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이 특감을 하겠다고 한다. 정연주 사장에 대한 사퇴압박이 끝없이 가해지고 있다. 심지어 보수단체가 몰려가서 시위를 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 역시 강동순 전 방송위원의 발언속에 들어있던 수순이다.

 

셋째, MBC와 PD수첩에 대한 조중동의 공격도 거의 이성을 상실하고 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다루었던 것조차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정정보도를 강요하기도 하였다.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 사안이 정권에 불리한 것은 괴담으로 치부된다. 정권에 불리한 내용을 보도하지 말아야 공정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넷째, 인터넷 여론을 비하하기에 바쁘다. 인터넷이 온통 거짓 정보로 가득찬 것처럼 호도한다. 그래서 국민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정권에 항의하는 촛불집회로 발전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신뢰가 없는 인터넷 여론의 해악이 염려스럽다고 발언할 정도이다. 그 말이 국민에게 얼마나 모멸감을 줄 것인지를 모르는 것인지 알고도 그렇게 용감한 공격을 감행하는지 궁금할 정도다.

 

다섯째, 신문가판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소식도 있다. 과거 정권들이 신문의 가판을 챙겨보고 불리한 기사를 빼도록 압력을 가하던 일은 일상화된 일이었다. 정권과 신문의 결탁은 그렇게 뿌리가 깊어진 것이다. 참여정부는 모든 정부기관에서 가판구독을 금지시켰다. 그것은 언론통제를 막으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극히 옳은 방향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그 일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 정권의 국민과의 소통은 쌍방향의 소통을 일컫는 것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이미 종이신문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조중동은 정권을 엄호하기에 바쁘다. 방송은 공정성의 시비를 감수하고 선거에 직접 관여한 캠프 사람들을 앉히고 있다. 인터넷의 여론은 비하의 대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정권이 말하는 소통은 뻔하다. 집권세력의 주장을 국민에게 충실히 전달하여 세뇌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그렇게 밖에는 해석할 길이 없지 않은가?

 

국민과의 대립을 끝내려면...

 

이제라도 진지한 방식의 의사소통을 추구해야 한다. 방송을 장악하여 정권홍보의 수단으로 쓴다고 해서 여론이 유리해질 것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커다란 착각이 아닐 수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전두환 정권의 경우만 봐도 분명해진다. 당시 언론을 강제적으로 통폐합하였을 뿐 아니라 보도지침에 의하여 철저히 통제하였다. 그런데 당시의 정권을 정상적인 국민이라면 누구도 지지하지 않았을 정도이다. 정권에 저항하는 민중의 힘은 점점 강해지기만 하였다.

 

언론을 통제하거나 언론과의 야합을 통해서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시도는 매우 전근대적인 것일 뿐 아니라 성공한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정권과 언론이 결탁하는 일이 일어나는 것은 대단히 수치스러운 일이다. 아마도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권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은 전혀 가능성이 없다.

 

이제 진지한 소통을 시도할 때가 되었다. 촛불집회에 나가서 정권을 비판하는 국민의 분노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불순한 배후세력의 조정에 의한 것으로 매도하지 말아야 한다. 괴담에 휘둘린 어리석은 백성취급을 해서는 안된다. 좌파세력의 보수정권 흔들기로 폄훼해서는 더더욱 안될 일이다. 그러한 시각이 바로 소통을 가로막는 소음(Noise)이다. 그럴수록 국민과의 거리는 멀어질 뿐이다.

 

주요 방송까지 완전히 장악하여 정권의 나팔수로 사용하면 잠시는 국민을 다시 속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여 네티즌들에게 재갈을 물리면 좀 조용해질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길게 갈 일이 못된다. 정보의 교류와 유통이 광스피드로 이루어지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사실과 다른 여론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곧 들통이 나면 더더욱 커다란 저항에 직면할 뿐이다.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따르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또 그렇게 정도로 갈 때만 비로소 여론의 지지를 얻고 국정수행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론은 조작에 의하여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목소리와 바람이 하나하나 모여서 응집된 것이 바로 여론이다. 주위에서 비위를 맞추고 아부하는 자들의 소리를 듣고 있으면 참여론을 들을 수가 없다.

 

정권과 언론은 여전히 건강한 긴장관계를 형성하며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옳다. 소위 말하는 'Press Friendly'는 민주주의 발전에 그리 도움이 안된다. 친해지면 잘못도 덮어주고 그러다 보면 서로 타락의 길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민주주의를 망치는 가장 무서운 적이 바로 권력과 언론의 야합이다. 대한민국을 통째로 망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면 권력과 언론은 서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권은 태도를 바꿔야 한다. 언론을 전리품처럼 장악하여 뭔가를 숨기고 속이는데 쓰려 한다면 국민과는 영영 결별하는 것이다. 정권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과없이 유통되는 사회가 가장 건강한 선진국이다. 언론이 정권에 아부하는 나라치고 그럴싸한 나라가 있는지 찾아볼 일이다.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여론은 만들어가는 객체가 아니다. 여론은 저절로 형성되는 민중의 목소리이고, 국민은 민주공화국의 주체이며 주인이다.

 

정권의 진지한 반성과 대오각성만이 지금의 민심이반을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다. 말하지 말고 우선 들어라. 다 들은 후에 변명을 하거나 설명을 하거나 홍보를 하라. 귀는 막고 입만 부지런히 움직여 둘러대도 들어줄 사람이 없다. 국민도 귀를 막을 수밖에 없다. 집권세력의 태도변화에서 시작될 수 있는 것이 국민과의 의사소통이다. 입을 닫고 제발 귀를 크게 열어라.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태그:#KBS지키기, #방송장악, #정권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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