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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안녕하세요? 할머니.”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는데요.”

“네. 저 아래 사는 주님의교회 목사예요.”

“아 그래요. 난 이곳에서 30년 넘게 채소 장사를 하고 있어요.”

“60살 후반 정도 되시는 것 같은데, 어떠세요?”

“다들 그렇게 보죠. 내가 농사를 직접 짓기 때문에 그렇게 젊게 보는 것 같아요.”

“농사를 직접 지으세요?”

“그렇죠. 이것들도 내가 직접 농사해서 가지고 나온 것들이에요.”

“사람들도 다 좋아하겠네요. 싱싱한 무공해라서.”

“그럼요. 근데도 가끔씩 속을 몰라주는 사람들도 있어요. 시장에서 사온 줄 알고.”

“저 뒤에 흐르는 물은 어디서 흘러나온 건가요?”

“저 위 남한산성 꼭대기에서요. 그래서 저 아래 마천동 복개천까지 흘러가요.”

“여기 음식점들도 많네요.”

“그렇죠. 다들 맛있어요. 근데 가끔 쏟아내는 하수 때문에 물에서 냄새가 나기도 해요.”

“그럼 어떻게 해요?”

“그나마 물이 흘러내려가면서 씻겨주니까 괜찮을 거예요.”

 

전도를 나갔다가 남한산성 자락 아래에서 상추와 고추와 갖가지 채소를 팔고 있는 김경미 할머니와 나눈 대화였다. 올해로 79세라는데 정말로 정정해 보였다. 근처 사람들 가운데 할머니를 모르는 분들이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이 동네에서 오랜 동안 터주 대감 노릇을 하고 있는 듯 했다.

 

할머니는 가끔 남한산성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근처에 불법주차를 할 때가 있다고 했다. 그럴 때면 할머니는 부리나케 나서서 차를 옮기라고 호통을 친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지나다니는데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저녁 무렵엔 가끔씩 술을 마시고 싸움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그럴 때도 할머니는 어김없이 나서서 싸움하는 사람들을 나무란다고 한다. 세상을 살다보면 술을 마시기도 하겠지만 그렇다고 싸움까지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란다.

 

“요즘은 세상이 더 힘들어 졌지요?”

“그렇지요. 물가도 오르고 서민들도 더 힘들고.”

“그래서 담배도 피우시는가 봐요?”

“담배는 속병이 있어서 피우는 거예요.”

“그러세요. 아까 보니까 3천원에 한 봉지씩 하는 상추를 잔뜩 퍼주시데요?”

“고추도 그렇게 퍼줬죠. 그래야 사람들이 좋아하고 또 찾아오니까요.”

“그럼 그 분들이 단골손님들이 되겠네요.”

“그렇죠. 내가 농사지은 것들을 맛본 손님들은 또 찾아 오더라구요.”

 

마천동 남한산성 자락 아래에 주님의교회를 세운 이후 처음 만난 분이 그 할머니였다. 할머니의 얼굴엔 잔주름이 깊게 패어 있었고, 흰 머리도 눈처럼 수북이 쌓여 있었다. 손도 주걱만큼이나 컸고 쟁기만큼 거친 듯 했다. 그만큼 집안일과 밭일을 하면서 제 손을 아끼지 않았을 할머니였다. 이런 분이 마천동에 사신다는 게 정말로 행복했다. 김경미 할머니가 있음으로 동네가 무공해처럼 산뜻해 보였고, 김경미 할머니가 있음으로 동네에 활력이 넘치는 듯 했다.

 

오늘 전도를 나갔다가 김경미 할머니한테 너무나 좋은 가르침을 배울 수 있었으니 감사할 뿐이었다. 이제 시작하는 주님의 교회가 꼭 이 할머니를 닮았으면 한다. 온갖 불의와 속임수가 난무하는 시대에 무공해처럼 싱싱하게 살아 있는 교회요, 힘들고 고달파 하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소망을 주는 복의 근원지가 되었으면 한다.

 

뿐만 아니라 남한산성 자락 아래에서부터 마천동 복개천까지 흐르는 물들이 온갖 오물과 쓰레기를 정화시켜 주듯이, 세상의 허물과 티를 품고 정화시켜주는 참된 생명의 샘터가 되었으면 한다.


태그:#마천동 주님의교회, #김경미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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