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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일 하반기 경제살림을 어떻게 꾸려갈지 계획을 내놨다. 물가와 민생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성장중심의 경제운용에서 180도 방향을 튼 것이다.

 

국내 경제상황이 사실상 위기 국면에 빠지면서, 민심 이반이 심각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특히 정부 입장에선 물가 폭등에 따른 서민층의 고통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정부는 뒤늦게 물가 안정을 위한 시중 유동성 관리 강화와 공공요금 인상 최대한 억제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덧붙여 저소득층 지원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고용촉진 대책, 규제완화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 날 내놓은 정부 대책은 별로 새로운 것이 없다. 이미 과거에 나왔던 내용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이 거의 없다. 정부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주요 정책은 지난 6월 발표한 고유가 종합대책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이날 경제운용 방향을 밝히면서, '과격 폭력시위'를 부각시키면서, 국민들에게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하지만 미숙한 고환율 정책에 따른 물가폭등 등 정책실패에 대해 정부는 변명에 급급한 나머지 진솔한 반성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책실패에 대한 진솔한 반성보다 촛불만 탓하는 정부

 

2일 오후 경기도 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는 경제정책 수장인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을 비롯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이영희 노동부 장관, 전광우 금융위원장 등 모두 6개 부처 장관이 참석했다.

 

그동안 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 경제부처 장관이 이처럼 대거 참석하기는 처음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그만큼 요즘 경기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를 설명하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모두 모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견을 통해 국제유가 등 원자재값 상승과 이에 따른 국내 물가상승, 소비와 투자 위축 등을 설명하면서, "국내 불안 요인이 겹치면 상황은 더 어려워지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불안요인으로는 두 달여 지속된 촛불집회를 들었고, 시위가 과격·폭력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신인도 추락 이야기도 꺼냈다.

 

강 장관은 이어 "민생경제 안정을 위한 경제종합대책을 마련했지만, 사회적 안정이 회복되지 않으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경제의 추락을 막기 어렵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강 장관 주도 현 정부 경제팀의 수출 위주 고환율 정책에 따른 물가폭등에 대한 정책 실패에 대해선 진솔한 반성이나 사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경제살리기에 성원을 보냈던 국민들의 실망이 클 것"이라며 "경제장관 모두 국민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단 한 줄 언급했을 뿐이다. 이마저 "고물가와 경기둔화는 우리뿐 아니라 대부분 나라들도 함께 겪고 있는 현상"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도 미련 못 버린 성장지상주의

 

정부는 또 이날 올 경제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3월에 내세운 성장률 '6% 내외'를 '4% 후반'으로 바꿨고, 물가상승률도 당초 3.3%에서 4.5% 내외로 수정했다. 경상수지 적자 역시 70억달러에서 100억달러로 높여 잡았다.

 

강 장관은 "유가가 150달러를 지나 170달러에 이를 경우 경제성장률은 3%대로 하락하고, 물가상승률도 6%에 이를 수도 있다"면서 "사회적 불안을 중단하고, 위기극복을 위해 자발적인 노력과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물론 '성장론자'인 강 장관의 기본적인 성장중심의 경제정책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강 장관은 "앞으로 국제유가가 쉽게 내려갈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경제 계획을 수정했다"면서 "그렇다고 해서 당초 목표로 세웠던 오는 2012년의 7%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를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어 "우리 모두 고통을 함께 극복하고 성장 능력을 키워나가는 일을 지속해 나가면 내년 하반기 이후부터는 정상적인 성장경로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현재의 경제여건상 당분간 안정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성장을 위한 정책은 계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성장 중심의 거시 경제정책을 고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태그:#이명박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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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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