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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주창하던 경제살리기는 점점 헛된 구호가 되어가고 있다. 대통령만 바뀌면 금방이라도 투자가 활성화되고 경기가 살아날 것처럼 자신만만하던 태도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직 남은 것은 세계경제의 어려움과 전정권을 탓하는 핑계대기 뿐이다. 오히려 정책을 잘못해서 다른 나라에 비하여 더 많은 어려움을 자초하였을 뿐이다.

 

세계경제의 어려움

 

지금 지구촌의 경제적 상황은 분명히 심각한 위기임에 틀림이 없다. 그 시작은 미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에서 시작된 것이다. 만성적인 쌍둥이 적자가 그 시작이다. 즉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미국경제를 어려움에 빠뜨렸다. 미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이미 수십년전의 일이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레이거노믹스는 복지를 대폭축소하고 과감한 감세를 단행하였다. 잠시 효과를 보기는 했지만 그 것으로 미국경제를 회복시키는 데에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클린턴의 집권기 미국은 장기호황을 누리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해소하지는 못했으며, 호황기를 지나자 곧 악화되고 말았다. 드디어 부시행정부는 강한 달러를 포기하는 데까지 나아가고 말았다. 사실 강한 달러를 고수한 정책이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유발한 측면이 없지는 않았다. 문제는 달러약세를 방치 또는 유도하는 동안 세계경제가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기축통화인 달러가 점점 약세를 보이자 그렇지 않아도 수급문제와 정정불안등으로 문제가 많았던 국제유가가 폭등한 것이다. 지난 5년전 배럴당 25달러수준이던 국제유가가 참여정부 말에는 100달러에 육박하였다. 그런 과정에서 바이오연료가 경제성을 갖게되면서 애그플레이션을 유발하기도 하였다. 중국과 인도등 거대한 신흥개발국들의 수요폭증에 따른 원자재가의 인상도 발생하였다. 세계경제의 앞날에 점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이다.

 

다시 세계경제는 미국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그동안 과도하게 부풀려진 집값이 붕괴되기 시작하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여전히 그 여진이 만만치 않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다시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세계 곳곳에서 마이너스 자산효과(Wealth Effect)가 나타나고 있다. 유가는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더니 세계경제의 침체예상에 따라서 잠시 급격한 하락을 보였다.

 

여전히 배럴당 130달러에 달하는 국제원유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의 영향, 각국의 급격한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고금리화, 그리고 식량대란이 눈앞에 다가선 현실이다. 지구촌이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하고 있다. 좀처럼 악재들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유가의 혜택을 누릴 것으로 생각되는 석유수출국들도 이미 다른 물가들이 너무 올라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고 한다. 반전의 단초가 없다.

 

잃어버린 10년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은 일본에서 유래한 것이다. 일본의 버블이 붕괴되면서 극도의 소비위축으로 고생하던 10년을 말한다. 잃어버린 10년이 찾아오기 전 일본은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하였다. 그들이 일인당 국민소득 15,000불에서 20,000불 수준일 때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엔화의 절상을 추진하였다. 거의 엔화의 가치가 2배로 올랐지만 일본제품의 수출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니 국민소득이 달러기준으로 고스란히 2배가 된 것이다. 일본은 흥청망청 들뜬 분위기였다.

 

집값이 폭등했다. 미국의 유명한 빌딩이나 기업들이 상당수 일본인의 손에 인수되었다. 자산효과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점점 버블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과도하게 부풀어 오른 일본의 버블은 붕괴된다. 집값이 폭락하고, 담보대출을 취급하였던 은행들이 줄줄이 도산하였다. 이 때 자살한 기업인들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10년동안 일본은 극심한 내수침체와 수출경쟁력 상실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렸다. 이 것이 일본에서 유래한 잃어버린 10년이다.

 

국민의 정부 5년과 참여정부 5년을 합해서 기간이 10년이었다. 한나라당과 현정권이 말하는 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일본의 그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정권이 초래한 외환위기로 이미 한국경제는 결단이 난 상태에서 국민의 정부가 들어섰다. 외환위기를 온국민이 힘을 합해 단기간에 극복하였다.

 

참여정부 들어서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카드대란이 발생하였지만 한국경제는 튼튼하게 성장해왔다. 수출은 무려 3대가 늘었다. 원화가 상당히 절상되었지만 수출경쟁력은 전혀 감퇴하지 않았다. 유가가 2003년 20달러 수준에서 2007년 100달러에 육박했지만 크게 위기라고 느끼지도 못하고 지내왔을 정도이다. 문제가 있다면 양극화의 심화로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된 점이다. 또 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되찾은 10년이다.

 

차라리 지난 10년이 잃어버린 10년이면 좋겠다. 걱정스러운 점은 아직 우리에게는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도 안되었다는 부분이다. 외환위기도 우리에게 잃어버린 10년을 만들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야 잃어버린 10년을 맞이하게 될까 걱정이다.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10년을 살펴보면 우리에게 언제쯤 잃어버린 10년이 찾아올지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달러에 대한 자국화폐의 절상이 급격히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수출경쟁력이 유지되던 직후가 바로 그 지점이다. 부동산 버블이 급격히 일어났지만 적절히 대출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아직은 일본이 겪었던 전조에 비하여 한국의 처지는 그리 다급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는 시점이다.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는가의 문제다.

 

이명박 정권의 경제운용 방향에 달렸다 

 

이명박 정권의 경제운용 실력은 이미 바닥이 드러난 상태이다. 세계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인플레이션이었다. 그런데 여전히 잘나가는 수출대기업의 경쟁력을 위한답시고 외환시장에 개입하여 원화절하를 시도하였다. 다른 나라가 받는 일플레이션 압력을 스스로 증폭하여 받은 것이다. 지금 폭등하는 물가의 상당부분이 바로 거기에 따라서 발생된 일이다.

 

그러더니 돌연 방향을 바꿔서 물가를 관리하겠다면 원화의 절상을 시도한다. 이번에는 외환보유고를 시장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외환보유고만 소진하였을 뿐이다. 곧 개입을 멈추면 시장의 환율은 개입전보다 더욱 강한 탄력이 작용할 뿐이다. 환율은 다시 오르고 있다. 마치 시장을 정부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자율을 주장하던 정권의 지론과도 배치되는 이상한 행동이었다. 지금은 시장을 정부가 주물럭 거릴 때가 아니다.

 

경제에 대한 대책도 실효성있는 것이 나오지 않는다. 여전히 잃어버린 10년 탓만하고 있다. 지난 10년을 평가할 때 개발도상국들과 성장률을 비교하며 우리가 낮았다고 주장해온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호황기였다고는 하나 그 것은 중국과 인도, 베트남과 러시아와 브라질등 신흥개발국이 주도한 것이었다. 이미 선진국들은 호황이라고 해도 1~2%수준의 성장에 만족하고 있다. 우리가 평균 4%를 훨씬 넘는 성장을 했으니 잘한 것이다. 지난 정권을 탓하고 앉아있는 것은 스스로의 무능을 웅변할 뿐이다.

 

그동안 수출이 잘돼서 성장률을 견인하였지만 지난 10년간 내수부분은 매우 어려웠다. 외환위기와 신자유주의 흐름에 따른 양극화가 원인이다. 수많은 비정규직과 실직자에게 소비시장 참여를 기대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제 수출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양극화는 여전히 큰 문제이다. 마땅히 경제를 활성화시킬 방안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걱정스럽다.

 

이제 정권이 경제를 살린다며 건드릴 것은 부동산 밖에 없다. 국민의 정부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의 규제를 모두 풀어 버렸다. 참여정부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막지 못해서 전전긍긍했다. 참여정부 말기에 겨우 시장을 안정시키는데 성공한 것은 아쉽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하여 버블을 발생시킨다면 결과는 참담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유혹을 견디기는 어려워 보인다. 달리 돌파구가 없기 때문이다.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보유세와 거래세의 부담을 줄일 것이다. 소형의무건축 비율을 완화하고, 개발이익 환수제를 제거할 것이다. 분양가에 대한 원가연동제도 폐지할 수 있다. 주택담보 대출 규제도 완화하거나 폐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건설붐이 다시 일고 집값은 폭등하며 건설업자들은 엄청난 부를 회득하게 될 것이다. 서민들은 좌절하고, 부자들은 더더욱 부자가 될 것이다. 전국토가 또 다시 광란의 투기장으로 변할 수도 있다. 자산효과로 내수가 진작되는 효과를 잠시 누릴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광풍을 한번 겪고 나면 찾아올 것은 버블의 붕괴이다. 팽창의 한계는 항상 있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부동산 가격은 팽창의 한계에 이미 달했다. 여기서 한번의 버블현상을 더 겪으면 폭발을 피할 수는 없다. 집값은 폭락할 것이다. 담보대출을 취급한 은행들은 부실화될 수밖에 없다. 극심한 내수침체는 본격화되고, 경기는 끝없는 추락을 거듭할 것이다.

 

그렇게 잃어버린 10년이 시작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할 교훈이 바로 이것이다. 보고 배웠으면 그것을 피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성장을 운운할 때가 아니다. 지난 참여정부의 성장률도 결코 낮지 않았으며 오히려 소득재분배를 위한 노력이 모자랐다고 평가해야 한다. 폭발의 뇌관이 될 부동산 시장을 건드려선 절대로 안된다.

 

문제는 정권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카드를 지금부터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데 있다. 그것이 뇌관으로 작용할 것임을 안다면 절대로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잃어버린 10년을 노래하던 자들이 잃어버린 10년을 만들어낼까 걱정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경제적 안정이다. 특히 물가와 금리와 환율의 급격한 변화를 조절하는 것이다. 절대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자극을 해서는 안된다.

 

잃어버린 10년이 사작될 것인가의 여부는 전적으로 현정권의 의지에 달려있다. 지금까지 하는 행태로 봐선 신뢰가 가지않는다. 그래서 불안하다. 과연 한국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가슴을 졸이며 바라볼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태그:#잃어버린10년, #스태그플레이션, #부동산 , #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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