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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소포 합주, 가수 김수철이 부른 '내일'
 섹소포 합주, 가수 김수철이 부른 '내일'
ⓒ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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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때문에 시작했어요. 선거 떨어진 이후 심한 우울증이 와서 처음에 격투기를 시작했어요. 운동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운동에 한창 열중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색소폰 소리가 들렸어요. 시쳇말로 그 소리에 '뻑'간 거죠. 그렇게 구슬픈 소리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색소폰 동호회 ‘소리샘’ 회장 최규현씨는 이렇게 해서 색소폰과 인연을 맺게 됐다. 알고 보니 체육관 위에 색소폰 교습소가 있었던 것. 최 회장은 그날부로 색소폰 교습소에 수강생으로 등록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에 기초의원 후보로 출마했었다.

“흉금을 울린다고 해야 할까요! 결국 격투기로 우울증을 이겨낸 것이 아니라 색소폰 불면서 우울증 날려 버리게 됐죠. 미친 듯이 불었어요. 지금도 힘든 일이 생기면 색소폰을 붑니다. 색소폰에 열중하다 보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아요. 오로지 색소폰 소리만 들리죠. 정신적으로 힘들어 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악기입니다.”

최 회장은 6개월간 맹연습을 했다고 했다. 교습소에서, 사무실에서 틈만 나면 색소폰을 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울증이 색소폰 소리와 함께 날아 간 것을 깨닫게 된다.

소리샘 ‘열성팬‘도 있지만 ‘안티팬‘도

소리샘 회장 최규현 씨
 소리샘 회장 최규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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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샘’ 동호회 회원은 약 30명이다. 하지만 실제 동호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회원은 7명이다. 직업과 연령은 다르지만 이들은 색소폰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모였다. 7명이 돈을 모아 자그마한 연습실도 마련했다.

연습실은 안양2동(836-1 지하 1층)에 있다. 지난 7월26일 ‘소리샘’ 연습실을 방문했다. 연습실에서 공연하는 날이었다. 공연은 대부분 실외에서 하지만 이 날은 비가 부슬부슬 내려서 실외로 나가지 못하고 실내에서 공연을 했다.

“자 준비 되신 분은 올라가세요. 이제 시작합시다. 맥주 많이 마시면 불기 힘드니까 조금만 드세요.”

제법 그럴듯한 연주회였다. 관객들은 술잔을 앞에 두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고 연주자들은 얼굴에 있는 점까지 보일 만큼 가까운 곳에서 색소폰을  입에 물고 있다.

“네네... 오늘은 안양천변이 아니고 연습실에서 합니다. 비도 오고 자꾸 민원이 들어와서요. 이제 시작하려고 하니까 빨리 오세요.”

‘소리샘’ 은 고정팬도 확보하고 있었다. 소리샘이 공연을 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찾아주는 열성팬들이다.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열성팬들로부터 계속 전화가 왔다. 소리샘 공연이 인기가 있는 이유는 관객들을 직접 공연에 참여시켜 주기 때문이다. 반주기와 색소폰 소리에 맞춰 관객들이 직접 노래를 부른다. 하지만 안티팬도 있다. 공연만 하고 있으면 시끄럽다며 항의하는 팬(?) 들이다.

“안양천변(안양 양명고 앞 개천)에서 공연할 때 시끄럽다는 민원이 가끔 들어옵니다. 근처 아파트 주민들인 것 같아요. 정말 시끄러운가 궁금해서 아파트에 직접 가서 들어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거의 안 들렸어요. 꽤 먼 거리거든요. 왜 자구 신고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없어요.”

한번은 안티팬들의 신고를 열성팬들이 나서서 막아준 적도 있다.

“경찰이 신고 받고 단속 나왔는데 열성팬들이 막아 주기도 했어요. 좋은 일 하시는 분들에게 왜 그러냐며 항의하니까 경찰들이 심하게 단속을 못 했어요. 공연하고 있으면 미리 부르고 싶은 곡목 적어서 나오는 분들도 있고 자전거 타고 가다가 노래 한 곡 부르는 분도 있어요. 가족들끼리 도시락 싸들고 나와서 음악 감상하기도 합니다.”

“연습실 만들면서 계란 엄청나게 먹었어요”

열성팬들
 열성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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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실은 거의 완벽하게 방음 장치가 되어 있다. 벽면에는 계란판이 촘촘하게 붙어있고  천정에는 스폰지로 만들어진 방음판이 붙어 있다. 방음 효과가 뛰어난 소재인 계란판을 구하느라 계란을 많이 먹었다며 최 회장은 그때가 생각나는지 너털웃음을 지었다.

“연습실 만들면서 계란 엄청나게 먹었어요. 계란 파는 분들에게 로비 하느라고요. 흔해 보이는 것이지만 막상 구하려고 하니 만만치 않더라고요. 개개인 연습방도 우리가 직접 연장 들고 톱질하고 못질해서 만들었어요. 한마디로 손때가 제대로 묻어있는 연습실이죠.”

개인 연습실도 있다. 물론 소리가 밖으로 새지 않도록 거의 완벽하게 방음 장치가 되어 있었다. 회원들은 이곳에서 틈만 나면 시간 가는 것도 잊은 채 연습을 한다. 회원 서길수씨는 아내가 자기보다 색소폰을 더 믿는다며 껄껄 웃었다.

“밤늦게 마누라한테 전화 오면 전화기에 색소폰 소리를 들려 줍니다. 그러면 아내가 안심을 하지요. 엉뚱한데 가지 않고 연습실에서 연습하고 있다는 보증을 색소폰 소리가 해주는 겁니다. 저보다 색소폰 소리를 더 믿는 거죠. 새벽까지 연습하는 경우가 종종 있거든요”

소리샘 멤버들 연령층은 40대에서 60대까지다. 이들은 모두 같은 학원에서 만난 사이다. 학원에서 함께 배운 다음 곧바로 동호회를 만든 것. 소리샘은 매주 토요일 오후 7시에 안양천변에서 공연을 한다. 8월9일 오후 6시에는 안양 예술 공원 인공폭포 앞에서 공연을 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안양뉴스 유포터 뉴스



태그:#소리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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