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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이 경제를 운용하는 것을 지켜보면 불안감이 엄습한다. 이미 외환시장에 대한 구두개입으로 한 차례 경제에 타격을 입힌 바 있었다. 그 파급효과를 억제하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쏟아 부어서 한 달간 100억 달러가 넘게 소진하였다. 그리고 지금 인기를 회복하기 위한 감세 논의가 남발되고 있다.

 

감세정책의 문제, 알면서도 가는 걸까?

 

첫째, 감세정책은 필연적으로 재정의 건전성을 해친다. 이미 지난 정부로부터 넘겨받은 재정잉여금 일부는 현금으로 환급하기로 하였다. 경유가 대책이라며 벌써 쓸 곳을 정해버린 상황이다. 게다가 종부세, 재산세, 양도소득세,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까지 전방위 감세가 논의되거나 이미 실행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중앙정부의 재정은 물론 지방재정까지 심각한 적자를 유발하게 될 것이다.

 

레이거노믹스로 상징되는 감세와 복지축소 정책이 잠시 효과를 보는 듯했다. 그러나 곧 이어 미국경제를 더욱 극심한 재정적자로 밀어넣었다. 세계의 기축통화인 달러를 사용하는 미국, 세계 최강의 국력을 가진 미국경제도 그 그늘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약소국인 한국의 경우 재정건전성이 떨어지는 순간 대외신인도 급락으로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될 것이다.

 

둘째, 양극화의 구조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지금 한국경제의 문제는 양극화이다. 저소득층이 가처분 소득이 없어서 소비주체로 시장에 참여할 수 없다. 감세는 자산이 많거나 소득이 높은 계층에게 혜택이 돌아간다. 그들은 지금도 가처분 소득이 충분하고 소비에 참여도 높은 편이다. 그들에게 혜택을 준하고 하더라도 소비에 기여도가 높아질 가능성은 낮다.

 

수출은 여전히 잘 되는 편이다. 내수시장 침체가 문제이고, 침체 원인은 바로 양극화이다. 내수와 수출의 양극화, 소득의 양극화, 자산의 양극화, 지방과 수도권의 양극화가 문제의 핵심이다. 감세정책은 바로 그러한 양극화를 부채질할 뿐이다. 또 감세의 효과가 잠시 나타나더라도 곧 흡수되고 사라질 수밖에 없다. 양극화가 구조화되면 해결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감세정책은 한국경제에 득보다는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처방전을 잘못써서 치료제가 아닌 독을 먹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재정건전성의 유지와 양극화의 해소이다. 레이거노믹스는 따라할 이유가 없는 실패한 정책일 뿐이다.

 

감세 안 해도 되는 세목도 있다

 

첫째, 종합부동산세이다. 지금 세대별 합산에 의하여 6억원 이상을 과표로 부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세대상은 상위 1%가구만 해당된다. 이것을 개인별 합산으로 바꾸고, 9억원 이상으로 한정하면 종부세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세금이 되고 만다. 모처럼 안정을 되찾은 부동산 시장에 또 한 번 광풍이 몰아칠지 모른다. 한 번 더 투기열풍이 불면 버블붕괴는 더욱 극심한 경제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둘째, 재산세이다. 지방재정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고 있는 중요한 세목이다. 종부세에 대한 지방교부금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살이를 좌우한다. 이 부분이 감세되면 지방재정은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또 집값 안정을 해치는 영향도 종부세와 마찬가지로 적지 않다. 머지않아 지방제정의 파탄과 부동산 가격앙등에 뒤 이은 버블붕괴를 감내해야 할 것이다.

 

셋째, 양도소득세이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해결하기 위한 명분으로 집권세력이 만지작 거리는 카드이다. 세수에는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세목이기도 하다. 문제는 부동산으로 투기적 이익을 얻으려는 유인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고가주택이나 다주택 보유자들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가구 일주택의 경우 본래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이 역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정책이 될 것이다.

 

넷째, 소득세이다. 소득세는 대표적인 누진세다. 고소득 층은 높은 세율로 납부하고, 저소득 층은 낮은 세율로 내며 상당수는 아예 내지도 않는다. 소득세 감세효과는 극단적으로 고소득층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가는 정책이다. 그러니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또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적지 않다. 재정의 건전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도 있다.  

 

다섯째, 법인세이다. 법인세는 단순 2단계 구조로 되어 있어서 누진효과가 별로 없는 세목이기는 하다. 하지만 기업이 이익에 대하여 부담하는 세금이므로 적자기업은 내지 않는다. 따라서 감세의 효과는 대기업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그동안 법인세는 꾸준히 감세를 해 왔다. 이제 경쟁국과 비교해도 결코 높지 않은 수준이다. 또 이익에 대해서 부담하는 세금이므로 감세를 해도 투자유발은 기대할 수 없다. 재정건전성만 심각히 해칠 뿐이다.

 

여섯째, 부가가치세이다. 부가세는 단일세율을 적용한다. 재벌그룹과 서민이 동일한 세율로 부담하고 있는 세금이다. 그래서 오히려 소득 수준에 대비하면 역진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우리의 재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목이다. 감세를 하면 서민들에게도 혜택이 비교적 고루 돌아갈 수는 있으나 국가재정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손대기 어려운 부분이다. 지금 10%로 되어 있는 것을 1%만 낮춰도 엄청난 재정결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감세정책이 보수적 사고를 하는 우리 국민의 성향상 인기있는 정책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포퓰리즘적 정책을 추구하면 후에 국가경제의 파탄을 피할 수가 없다. 지금 이미 착수되거나 논의되는 감세정책이 두렵지 않다면 아마도 경제에 대하여 문외한일 것이다. 무분별한 감세정책은 지금이라도 신중하게 재검토가 되어야 한다. 지난 외환위기의 파장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집권세력은 국가의 먼 장래를 먼저 생각해야

 

대통령과 청와대는 대한민국의 최고 책임을 짊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제 야당이 아니다. 모든 국가대사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다. 정치공세로 반사이익을 얻어려 해선 안 된다. 포퓰리즘으로 낮은 지지도를 끌어올리려 해선 안 된다. 지방권력, 지방의회, 중앙권력, 의회권력을 모두 독점하다시피 한 집권당이 아닌가? 이제는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첫째, 단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펴지 말아야 한다. 감세정책은 단기적으로 국민에게 행복감을 줄 수도 있다. 그러나 재정의 건전성이 떨어지고,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면 대한민국의 경제는 장래가 없다. 뿐만 아니라 대외신인도가 낮아지면 높은 대외의존도를 가지고 있는 경제구조상 견뎌낼 재간이 없다. 멀리 보고 장기적 국가비전을 수립하여 그것을 지향해 나가야 한다.

 

둘째, 야당 시절의 정치적 전략은 모두 버려라.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던 정치공세는 성공하였다. 문제점이 있었으나 그나마 잘 돌아가던 경제를 파탄났다며 공격한 것이 주효했다. 모든 문제를 지난 정권의 잘못으로 돌리는 전략도 역시 멋지게 들어 맞았다.

 

그래서 각급 권력을 한손에 거머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모든 책임을 스스로 져야할 때다. 이제는 야당 시절의 주장은 모두 뇌리에서 지워버려야한다. 지난 정권에서도 수용하여 발전시킬 것이 있는지 살피고 받아들여야한다.

 

셋째, 철학과 일관성을 가져라. 경제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철학의 빈곤을 보이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이다. 가장 먼저 이것을 고쳐야 한다. 실용이라는 애매한 용어를 차용하여 국익과 국민의 입장과는 거리가 먼 정책을 이리저리 모색해선 안 된다. 확고히 장기적 관점의 국익과 국리민복을 증진하겠다는 신념을 가져야한다. 그것은 정치적 술수에 집착하지 않는 데에서 시작될 수 있다. 철학이 없으면 때에 따라서 우왕좌왕하게 된다. 철학을 바로 세워야한다.

 

지금 경제를 얄팍하게나마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명박 정권의 경제운용방향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 핵심은 지금도 심각한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재정의 건전성을 심각히 해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국가경제가 파탄나면 일부 상위층을 제외하면 모두 삶이 극도로 피폐해질 것이다. 아슬아슬한 모습을 국민에게 더 이상 보여서는 안 된다. 집권세력의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 노사모에 함께 올립니다.


태그:#감세논란, #재정파탄, #양극화, #재정건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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