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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노조가 18일 저녁 8시 MBC 본관 1층 로비에서 총회를 열고 ▲ <PD수첩> 제작진 강제구인에 대비하는 '공영방송 사수대' 결성 ▲ KBS 신임 사장 선임 등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음모 저지를 위한 총파업 등을 결의했다.

 

박성제 MBC 노조위원장은 "우리가 <PD수첩>에 대한 법적 대응에만 매몰된다면 이명박 정권이 노리고 있는 다른 부분에 대한 것들을 놓치게 된다"며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음모를 저지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려줄 것을 노조원들에게 당부했다.

 

"이명박 정권이 KBS의 사장을 갈아치우는 것으로 KBS 장악을 꾀한다면 MBC는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 이사들을 교체하는 방향으로 장악을 꾀할 것이다. 1년 이내에 MBC 방문진의 이사들은 다 바뀔 것이라 예상된다. 현 여당의 추천 이사가 6명 이상 된다면 이명박 정권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MBC를 개편할 수 있다. 이런 정부의 장악 의도를 효율적으로 막아내기 위해서는 KBS의 싸움이 굉장히 중요하다."

 

2백여 명의 조합원들은 붉은 띠를 맨 오른팔을 치켜들며 한 목소리로 "투쟁"이라고 외쳤다.

 

"오늘은 <PD수첩>, 다음엔 <뉴스 후>, <명랑히어로>가 표적될 것"

 

투쟁의 기본틀은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저지를 위한 연대'로 잡았지만 MBC 경영진의 <PD수첩> 사과방송 결정과 편법 강행으로 촉발된 일촉즉발의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MBC 측은 남부지법의 <PD수첩> 광우병 편 '정정반론 보도' 결정 판결에 대해 오는 21일까지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만약 MBC 경영진이 지난 12일 방송통신위원회 심의결과에 대한 재심절차를 포기했던 것처럼 남부지법 판결에 대한 항소마저 포기한다면 MBC 노조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경영진의 사과방송 결정에 대해 깊은 배신감을 느낀 MBC 구성원도 있었다.

 

<PD수첩>의 이춘근 PD는 "여기 계신 조합원 분들과 MBC 사원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지만 죄송하지 않은 이들이 있다"며 사과방송을 결정한 엄기영 사장과 이사진들을 지목했다.

 

이 PD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결과에 따른 재심을 준비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1백여 쪽에 가까운 글과 자료들을 준비했지만 경영진의 사과방송 결정으로 그 방대한 자료들은 책상 위에만 고스란히 놓여 있게 됐다"며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주는 정권의 시대에 꼼수를 부리는 경영진을, 그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PD는 "오늘은 <PD수첩>이지만 내일은 <뉴스 후>와 <시사2580>, 모레는 <명랑히어로>가 표적이 될 것"이라며 "프로그램이 없어지는 한이 있어도 언론사의 테이프를 검찰에 내주는, 언론사의 오점으로 남을 일을 <PD수첩>이 앞장서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마지막으로 이 PD는 "이미 구속까지 생각해서 펀드도 다 팔았고, 아내에게 동의도 얻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투쟁에 나설 수 있을 것 같다"며 "검찰의 강제구인은 두렵지 않다. <PD수첩>이 받을 명예훼손과 공영방송 MBC에 칠해질 먹칠이 두렵다"고 말했다.

 

TV 편성부의 안아무개 조합원은 "경영진의 이번 사과방송 결정으로 촛불을 들고 있던 시민들이 'MBC가 항복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이제 어떤 뉴스로도 경영진이 엎질러 놓은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조합원들과 집행부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성제 위원장, "21일 정정반론보도 결정 항소하지 않으면 경영진도 투쟁대상"

 

이와 관련해, 박 위원장은 "반드시 책임은 묻겠다, 그러나 지금 시기에 엄 사장에 대한 진퇴를 물을 단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1~2주 내 검찰의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강제 수사, 항소 여부 등에서 사장과 경영진이 우리들에게 어떠한 모습을 보이는지 본 뒤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어, "경영진도 항소와 관련해 전체임원회의를 통해 결정할 문제지만 법리 문제, 민사 소송 등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고 답했다"며 "만약 경영진이 항소를 포기한다면 우리의 방송장악 투쟁 대상에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도 포함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또 "저는 언제든지 이명박 정권의 감옥에 들어갈 각오가 돼 있다, 저를 비롯한 집행부들이 구속될 경우를 대비해 이미 수석부위원장과 사무처장을 중심으로 2선 집행부가 구성돼 있고 3선 집행부도 구성할 예정"이라며 "우리 조합원들이 모두 이명박 정권에 의해 감옥에 가더라도 MBC 노조가 쓰러지지 않을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총회에 참석한 양승동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 역시 MBC와의 견고한 연대를 약속했다.

 

양 대표는 "이미 '사원행동'은 지난 주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발부, <PD수첩> 제작진 강제구인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다면 행동을 같이 하자고 결의했다"며 "다음 주건, 이번 주건 상황이 벌어지면 즉시 행동을 같이 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장악음모#PD수첩#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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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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