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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가 알딸딸하구먼! 이거 장난이 아니야."

"그러게, 이리 톡톡 쏠 줄은 몰랐네."

"지난 번 왔다 간 00이가 그러는데 여기 한번 왔다 좋아진데."

"그렇게나 좋아진데?"

"하하하."

"허허허."

 

흐무러진 웃음이 탕 안에 가득 퍼집니다. 샤워를 하고 '여기가 광천수입니다'라고 쓰인 차디찬 탕 안으로 들어가자 옆에 앉은 초로의 두 아저씨들이 웃어젖히며 주고받은 대화입니다. 아주 걸쭉한 입담이었는데 좀 걸러 옮깁니다. 그들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탕 안에 들어앉자마자 아랫도리가 아릿아릿 따끔따끔합니다.

 

[물, 맛] 톡톡 쏘고 알싸합니다

 

인내심이라면 이골이 났다고 자부하는 터지만, 도저히 한번 들어가 계속 탕 안에 앉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몇 번을 밖으로 나왔다 들어갔다 하면서 피부의 약한 부분들을 진정시키고야 견딜 만합니다. 찌릿찌릿함이 예민한 부분으로부터 시작하여 온몸으로 전해 오는 것이 생경스런 행복입니다.

 

초정약수탕은 탄산가스가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몸을 담그고 앉아있는 내내 생식기 부근이 따끔거립니다. 한 5분가량 앉아 있으면 혹 피부가 부풀어 오른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될 정도로 쭈뼛쭈뼛합니다. 이점만 이길 수 있다면 뼛속까지 시원하게 하는 데는 최고입니다.

 

시원한 냉 사이다 한 모금만 마셔도 속까지 시원하잖습니까. 온몸을 청량음료에 담근 것이나 마찬가지니 얼마나 시원하겠습니까. 잠시 물속에 앉아있으니 피부 주위로는 온통 기포가 보글보글 피어오릅니다. 비교적 솜털이 많은 다리나 팔뚝은 기포들이 피어나, 무수한 작은 풍선들로 둘러싸인 환상의 동화나라에 몸을 들이민 것 같습니다.

 

"여보, 비가 와 후텁지근한데 어디 찜질방이라도 갈까요? 영 몸이 그러네."

"그럼, 초정약수탕은 어때?"

"찜질방은 아니지만 사우나도 있고 시원한 온천수도 있으니 그럽시다."

 

손뼉도 마주쳐야 소릴 낸다고 했던가요. 우리 부부는 그리하여 손뼉 한번 세게 쳤습니다. 우리가 사는 조치원서 초정약수까지는 약 1시간 남짓 걸립니다. 첫 번째 갔을 때는 광천수 냉탕 안에 제대로 들어가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를 악물고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좋다는데 따끔거림은 좀 참아야지요. 그 맛에 초정약수 찾는 거니까요.

 

[물, 왕] 대왕세종도 병을 고쳤답니다

 

초정약수탕의 안내문을 보니 이렇게 좋은 물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온갖 좋은 이야기는 다 쓰여 있군요. 600여 년 전에 발견되어 많은 사람들의 각양각색의 병을 고쳤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냥 물 냄새만 맡아봐도 무언가 다른 냄새가 납니다.

 

예전에 강원도 한계령을 지나다 맛보았던 약수처럼 철이 녹슨 냄새 같은 게 진하게 납니다. 알아보니 라듐과 철분이 다량 함유된 천연탄산수여서 그렇다고 합니다. 작은 인내심(따끔거림을 참을 수 있는)만 있다면 여름 보양탕으로는 그만인 듯합니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세종은 안질과 소갈병(당뇨) 치료를 위해 세종 26년(서기 1444년) 3월-4월, 7월-9월까지 4개월간 초정리 행궁에 머물며 요양을 했다고 합니다. 9월에 초정리에서는 세종의 초정행차 의식을 재현한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동국여지승람 15권>이나 <조선왕조실록 103권>, 이수광의 <지봉유설> 등에도 초정약수가 좋은 약효를 가지고 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초정약수는 충북 청주시 동쪽 10여km 지점인 청원군 내수읍 초정리 일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세계 3대 광천수 중 하나라는 안내문구가 거짓은 아닌 듯합니다. 별다른 피서법이 없던 옛날에 시원한 광천수에 몸 담그고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었을까요. 다른 온천을 몇 군데 가보긴 했지만 여기처럼 톡톡 쏘는 온천은 아직 만나보질 못했습니다. 코미디 프로 말투로 하면,

 

"초정약수에 몸 담가 봤어?" "안 담가 봤으면 말을 하지 마."

 

[물, 끼] 피부병에도 좋아요

 

하루 용출량은 약 8500리터 정도라는데, 초정리 일대 여러 곳에서 광천수가 용출된다고 합니다. 유리 탄산을 비롯하여, 칼슘, 나트륨, 중탄산, 칼륨, 마그네슘, 이온이 다량 함유돼 있을 뿐 아니라, 구리, 철, 망소, 불소, 염소 등도 들어있다고 합니다.

 

대부분 온천지에는 원탕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논란을 하기 마련인데, 초정약수는 원탕이라고 주장하는 게 그리 의미가 없다고 합니다. 여러 곳에서 광천수가 용출되기 때문이랍니다. 초정약수탕 안 사우나에서 만난 서울에서 왔다는 박아무개씨는 초정약수탕 자랑이 대단합니다.

 

"이곳을 자주 이용해요. 서울에서 오는 게 쉽지 않지만 피부가 민감한 편이라 여름이면 땀띠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납니다. 근데 이곳에 한번 왔다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말끔해요. 가려움증에도 그만이구요. 당뇨수치도 많이 좋아졌어요. 정력도…"

 

초정약수는 당뇨와 안질은 물론, 고혈압, 위장병, 피부병 치료에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이용한 후 손톱 밑이 까무잡잡해지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아직 어떤 온천도 이용 후 피부가 좀 매끄러워졌다는 느낌 외엔 다른 현상이 없던 나로서는 분명히 초정약수는 좋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더위 완전히 가기 전에 대왕세종도 효험 본 초정약수탕에서 온천욕 한 번 해보세요. 남성의 강정은 물론 여성의 피부에도 좋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다른 건 몰라도 깔끔하고 상큼한 맛이 칙칙함과 후텁지근함을 말끔히 날려줍니다.

 

왕이 별 건가요. 왕이 목욕한 곳에서 목욕하면 지금도 왕 되는 거지요. 정치도 경제도 개운한 구석 없이 막막한데 왕 한번 돼 보지 않으실래요? 초정약수탕 갔다 온 우리부부는 왕과 왕비가 되었답니다. 텁텁함으로 시작한 하룬데 개운함으로 마감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가피플,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초정약수, #온천탕, #광천수, #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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