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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오후,  대통령 선거 유세 중단은 물론 정부의 월가 구제안에 의회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통령 토론회까지도 연기하겠다던 매케인이 금요일 오전, 입장을 바꿔 토론회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의회 내 협의 과정은 전날보다 더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기존 계산과는 달리 백악관 회동으로 정치적 부담만 늘어났고, 처음부터 폴슨 구제안을 강력히 반대해왔던 공화당 하원들을 설득하지도 못했으며, 그렇다고 자신만의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아무 성과도 없는 상황에서 전 국민적 관심사인 대통령 토론회까지 불참할 아무런 명분이 없었다.  

 

하루 전인 목요일, 매케인의 건의하에 이뤄졌었던 백악관 회동은 그의 계산과는 달리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으로부터는 민감하기 짝이 없는 협상 과정에 '대선 정치'를 주입시켜 그나마 얻어냈던 작은 성과마저도 위태롭게 만들었다는 비난을 들었다.

 

매케인은 목요일 오전 클린턴 전 대통령의 글로벌 이니시에티브에서 연설을 한 후, 의회로 가 이번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인 공화당 하원 대표를 면담했다. 면담의 정확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백악관 회동 내용과 그 이후의 상황들로 미루어 볼 때 매케인의 하원 면담은 참담한 실패로 끝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AP에 따르면, 면담 직후 기자가 베이너 공화당 하원 대표에게 매케인의 리더쉽이 폴슨 구제안에 대한 하원들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 것 같냐고 질문을 건내자, 베이너 의원은, "누가 알겠나?"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현재 재무부 구제안을 지지하는 세력은 부시 대통령을 포함한 재무부, 연방 준비 은행 등의 행정부와 민주당 상-하원, 그리고 대부분의 공화당 상원의원이다. 테네시의 공화당 상원 의원인 라마 알렉산더에 따르면 49명의 공화당 상원의원 중 40여명이 민주당과 공조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안을 반대하는 쪽은 공화당 하원 의원들로, 백악관 회동 이후 저녁에 속개된 재협의에 아예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고 더드 상원 은행 위원회 위원장과 프랭크 하원 금융 위원장은 토로했다.

 

백악관에선 무슨 일이?... 무릎까지 꿇은 폴슨 재무부 장관

 

매케인의 주도 하에 양당의 대통령 후보와, 부시 대통령, 체니 부통령, 폴슨 재무부 장관, 상-하원 의장, 다수-소수당 대표, 경제 위원회 대표 등이 모두 어렵게 모인 역사적인 자리였다. 그러나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의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매케인은 대화가 시작된 지 40여분이 지나도록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방관자처럼 앉아 있었다고 한다. 반면에 오바마는 폴슨 구제안에 반대하는 공화당 하원 대표의 대체안에 대해서 폴슨에게 그 가능성을 물어보고 상황을 점검하는 등의 노력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타임즈> <폴리티코> 등의 미국 언론들은 참석자의 전언에 따라 백악관 회동 분위기와 내용에 대해서 자세히 전했다. 베이너 공화당 하원 대표는 재무부 구제안에 대해 지지를 해 줄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같은 공화당 하원의 반대에 매케인이 암묵적인 동의를 보냈다며 하원 금융 서비스 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의 바니 프랭크는 비판했다.

 

행정부 관계자들과 양당 지도자들에 둘러싸여 있던 부시 대통령은 회동의 격한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백악관의 루즈벨트 룸에 남겨졌을 때, 폴스 재무부 장관이 따라와 재무부 구제안을 사장시켜서는 안된다고 애원을 했고,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 앞에서는 실제로 무릎까지 꿇었다고 한다. 그런 그를 향해 펠로시는 문제는 민주당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화당에 있다고 응답했다.

 

1시간여의 백악관 회동은 구제안의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갈등만 더욱 증폭시킨 채 아무 성과없이 끝 났다. 극적인 타결을 도출해냄으로써 '영웅'이 되고자 했던 매케인의 계산은 완전히 빗나갔고 더 큰 정치적 부담만을 짊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매케인은 공화당 하원의 주장을 암묵적으로나마 동의해줌으로써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비난을 민주당으로부터 듣고 있다.

 

공화당 하원-세금으로 월가 구제, 있을 수 없는 일

 

백악관 회동 이후 목요일 밤에 재개된 의회 회의장에는 폴슨 재무부 장관도 참여했지만, 공화당 하원은 그들의 주장을 담은 1장짜리 제안서만을 던져놓을 채 방을 나가버렸다고 더드 상원과 프랭크 하원은 말했다. 이 제안서는 월가의 구제에 국민의 세금이 아닌 월가의 돈이 쓰여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문제의 회사가 정부로부터 싼 값에 보험을 사거나 정부가 일시적으로 자본 이득세를 감세해 준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화당 하원이 제시한 대체안의 효력 여부에 대해서는 이미 오바마가 백악관 회동 자리에서 폴슨에게 질문을 했었고, 폴슨은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대답을 했다.

 

공화당 하원이 재무부의 구제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자유 시장 체제의 옹호라는 이념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텍사스의 공화당 하원인 젭 헨살링은 7천억 달러 정부 구제안으로 나라가 파산되지 않는다면 사회주의체제로 가게 될 것이고, 망할 자유가 없어지면 성공할 자유도 없어진다며 정부와 민주당의 구제안에 강력한 반대를 피력했다.

 

또 다른 이유는 이들이 지역의 유권자들로부터 엄청난 불만과 원성을 듣고 있기 때문이다. 11월에 재선을 앞두고 있는 의원이 태반인 상황이다. 7천억 달러 구제안에 선뜻 찬성하는 미국인들은 거의 없고, 이런 유권자의 심리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의 양원 의원들과 공화당 상원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찬성을 보내는 실정이다. 그만큼 미국의 금융 위기가 풍전 등화이기 때문이다.

 

양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지만 펠로시 하원의장이 공화당의 다수 동의를 반드시 이끌어내려는 의도는 7천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양의 정부 구제안을 민주당만이 오롯이 감당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구제안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그 책임을 온전히 민주당이 떠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 하원들은 공화당 '브랜드'로는 재선을 따내기도 녹록치 않은 정치적 환경에 이념적으로도 맞지 않는 정부 구제안에 동의하기는 힘든 일이다.

 

일단 금요일 오전에 베이너 공화당 하원대표는 민주당과 행정부와의 협의 과정에 전날 보다는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을 수호한다는 기존의 입장에는 변화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매케인 백악관 회동 시 아무 말 없었던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경선 기간부터 매케인 진영을 취재했었던 CNN의 다나 베시는 재무부 구제안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없다"는 것이 매케인의 공식 입장이라고 했다. 이 부분은 민주당의 양원 의원들이 이구 동성으로 비난하는 부분이다.

 

지난 일요일 폴슨이 3장짜리 구제안을 내놓았을 때, 오바마는 자신의 구체적인 정책안은 보류하겠지만, 일반 납세자들의 세금 보호 및 감시 기구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4가지 원칙이 반영된다면 폴슨의 구제안을 지지한다고 밝혀왔었다. 그러나 매케인은 구제안의 도움을 받는 CEO 보수 상한선을 제한할 것과 감시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빼면 폴슨 구제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똑부러지게 밝힌 적이 없다. 

 

백악관 회동 직전, 공화당 하원과의 짧은 면담에서 매케인이 발견한 것은, 재무부 구제안을 두고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이들의 '이념적 차이'가 너무나 크다는 것이었다. 또한 무엇보다도 공화당 하원의 저항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셌다. 백악관에서 잠잠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이들의 강한 저항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페일린이라는 무리수를 둬 가면서까지 힘들게 잡아놓은 공화당의 지지기반을 이번 구제안으로 저버릴 수 없는 것이 매케인의 현재 입장이다. 레임덕 부시 대통령 대신 공화당에서 실질적인 리더쉽을 발휘해야 하는 그이지만, 공화당의 노선보다는 민주당이나 중도 노선을 자주 걸어왔던 그의 과거 경력 때문에 이들은 독불장군 매케인을 처음부터 지지하지 않았었다. 따라서 매케인은 위태로운 외줄타기를 하듯, 자신의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이들의 주장에 암묵적으로 동의를 보냄으로써 의회 합의안 도출에 방해가 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내용

 

폴슨 재무부 장관의 원안에 민주당의 입장이 많이 반영되었다. 크리스더드 상원 은행 위원장은 추가 협상이 필요하고 세부 내용이 결정되어야 하지만, 절대 타협될 수 없는 세 가지 원칙이 다음과 같다고 했다.

 

첫째, 구제안에 들어가는 국민의 세금이 언제든 반드시 국민에게 환원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국민들이 구제금융을 받는 회사에 대한 권리 배당을 받아야 한다. 둘째, 구제금융의 사용처를 철저히 감시하기 위해 감독 기구가 설치되어야 한다. 셋째, 구제 금융을 지원 받는 CEO의 보수 상한선이 정해져야 한다, 것이 그 세 가지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재무부 장관 한 사람에게 7천억 달러라는 돈을 한꺼번에 쥐어주기는 불가능하므로, 나눠서 지급하는 방식이 고려되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것은 2천 5백억 달러를 먼저 지급해서 상황의 진전을 지켜보고, 그 다음 1천억 달러까지는 의회의 추가 동의 없이 지급될 수 있게 하되, 나머지 3500달러에 대해서는 의회가 재심의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미국 현지 동부 시각으로 저녁 9시면 역사적인 첫 대통령 후보 토론회가 시작된다. 미시시피 주립대학에서 열리는 것으로 주요 테마는 외교와 안보로 정해졌지만, 현실적으로 경제적 이슈가 많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 구제안에 대해 정리되지 않은 매케인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토론회 이후 미국의 대선 판도에 어떤 변화가 또 생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태그:#미국 대선, #오바마, #메케인, #미국 경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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