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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농업기술원에서 24일부터 시작된 제7회 대한민국 농업박람회에 다녀왔다.

 

우리가 제일 처음 들른 곳은 기술원 입구의 농기계 전시회장이었다. 농기계 하나의 가격이 1억원이 넘는 것도 있었다. 우리집을 팔아도 살 수 없는 가격이다.

 

강혁이랑 남혁이는 아주 신이 나서 이 기계, 저 기계 올라타고 야단이다. 아주 신이 났다. 특히 자동차를 좋아하는 강혁이는 타봐도 된다는 아저씨들의 말에 아주 좋아하며 달려 다녔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생명예술관이다. 생명예술관은 입장료를 내야만 들어갈 수 있다. 어른은 3천원, 7살 이상 어린이는 1천원인데 엄마가 남혁이보고 "네가 한 살만 더 어렸어도 그냥 들어갈 수 있었는데…" 하니까 입장권을 끊어주던 예쁜 언니가 "아직 어리니까 그냥 데리고 들어 가세요"라고 말해 줬다.

 

비록 1천원이긴 하지만 복권에라도 당첨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내 생각에는 예쁜 언니가 귀여운 남혁이한테 반한 것 같다.

 

생명예술관에 들어서자 허브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혔다. 온갖 모양과 색깔의 전등들이 예쁘게 불을 밝히고 있는 곳도 있고, 미꾸라지며 금붕어, 잉어들이 헤엄치고 있는 모습도 봤다.

 

어른 팔뚝만한 황금잉어와 내 새끼 손가락만한 작은 고기, 빠가사리도 있었다. 평소에 자주 볼 수 없는 게아재비와 잠자리애벌레도 봤다.

 

생명예술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기다란 박터널이다. 길죽한 박도 있고 주먹만한 박, 바윗돌만한 호박에 '동아'라는 못생긴 호박도 있었다.

 

한의약전시관에 들르자 지렁이 말린 것이랑 뱀, 지네 말린 것, 동화책에서 많이 봤던 사슴뿔과 사슴의 생식기, 개의 생식기까지 있었다. 진주도 있었다. 진주는 너무 작고 밝게 빛나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에서는 거순이라는 거북이를 키우는데 거북이 배껍질과 등껍질을 뜯어서 말려놓은걸 보니 사람들은 정말 잔인하다고 생각됐다. 귀여운 거북이를 한약제로 쓰다니. 나도 사람이지만 사람은 어떤 면에서 보면 정말 잔인하다.

 

축산관에서 병아리가 부화하는 모습도 봤다. 알 안에 있던 병아리가 부리로 작은 구멍을 내고 꿈틀꿈틀 움직이며 알 밖으로 나왔다. 알에서 나온 병아리의 털은 촉촉이 젖어 있고 움직이지 못하지만 전구의 따뜻한 불빛으로 털이 마르면 움직일 수가 있다.

 

어느 병아리는 촉촉이 젖어있는데도 움직였다. 아마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난 병아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달걀을 이불에 안고 품으면 이렇게 보들보들한 병아리가 태어날까?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하지만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주먹밥도 만들고 김치도 담갔다. 나는 너무너무 배가 고픈데 엄마는 먹을 것은 안 사주고 걸음만 재촉했다. 먹을 것도 없는데 조금만 가면 먹을 게 많다는 말만 하면서.

 

주먹밥 만들기 체험을 하고 나니 그제서야 엄마가 호떡이랑 먹을 것을 사주셨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우리가 먼저 다닌 곳은 전시장들이어서 먹을거리가 없었던 거였다.

 

주먹밥체험장 옆에 있는 먹거리장터에 들어서자 인절미며 엿, 단감, 배, 사과, 오리고기며 먹을 거리들이 잔뜩 있었다. 대형마트에 갔을 때처럼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이것저것 먹다보니 배가 부르고 더 둘러볼 힘도 생겼다.

 

다음에 찾은 곳은 누에 전시장. 꼬물거리는 누에들이 정말 귀여운데 강혁이랑 남혁이는 기겁을 한다. 손가락으로 누에를 만지는데 강혁이는 계속 "으으~" 하며 인상을 쓴다. 부들부들한 소시지 같은데 왜 질색을 하는지. 누에는 정말 귀여웠다. 아기누에부터 내 손가락만한 누에까지 크기도 다양하다.

 

누에를 키워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노랑과 초록, 보라색, 얼룩말무늬의 칼라누에들은 하얀 누에보다 귀엽고 만지는 느낌도 달랐다.

 

이것 말고도 정말 신기하고 다양한 볼거리들이 많았는데 일일이 설명할 수 없어 아쉽다. 한 해 동안 열심히 수고하는 농부들의 땀과 다양한 농업의 모습을 알 수 있고 많은 걸 배우고 가는 자리가 됐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해서 더 재미있고 신나는 하루였다.

덧붙이는 글 | 문혜준 어린이는 화순제일초등학교 6학년 학생입니다.


태그:#농업박람회, #혜준, #강혁, #남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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