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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이와 7살 남혁이, 아직껏 서열정리가 안돼서 방울이는 가끔식 남혁이에게 으르렁거리며 서열다툼을 합니다.
 방울이와 7살 남혁이, 아직껏 서열정리가 안돼서 방울이는 가끔식 남혁이에게 으르렁거리며 서열다툼을 합니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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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이 녀석이 졸랑졸랑 쫓아다니며 낑낑거리기 시작한다. 가슴에 안기며 혀로 얼굴을 핧는가 하면 발치에 앉아 바닥에 얼굴을 묻고 불쌍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산책시간이 됐으니 데리고 나가달라는 신호다.

“방울아. 나가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방울이는 두 다리를 모으고 팔딱팔딱 뛰며 꼬리를 흔든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주인이 주섬주섬 옷을 입는 짧은 시간도 기다리기 싫은지 빨리 나가지며 멍멍 짖기까지 한다.

강아지가 산책나가는 것이 좋아서 짖는 것이 무어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한다면 할말이 없다. 하지만 방울이가 활발하게 짖기 시작한 것이 우리집에 온 지 2년여가 넘어서 생긴 변화인지라 우리는 방울이가 짖을 때마다 대견하고 신기하다.

그래서 방울이의 짖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일부러 산책을 가자고 하고서는 모두들 쪼르르 누워 잠을 청하기도 한다. 그러면 방울이는 이리저리 뛰며 멍멍 짖으며 어쩔줄을 몰라 한다. 거실 바닥에 누워 자는 척하면 일부러 주인의 몸을 밟고 왔다갔다하면서 계속 짖어댄다.

방울이
 방울이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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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방울이를 만난 것은 2006 가을 어느날이었다.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말티즈인 방울이는 유기견이었다.

학원을 다녀온 후 밖에서 놀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가 사는 아파트의 경비아저씨가 강아지를 키워보지 않겠냐며 건네 준 것이 방울이였다. 집을 잃고 헤매던 방울이가 우리가 사는 아파트로 들어왔고 누군가가 주인을 찾아 주라며 방울이를 경비실에 맡겼다고 한다.

하지만 주인이 나타나지 않은 채 사나흘이 지났고 경비아저씨는 방울이를 유기견보호소에 보내는 것보다는 누군가 키울 사람이 있다면 키우도록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당시 방울이의 모습은 한숨이 푹푹 나올 정도로 형편없는 모습이었다. 털은 덕지덕지 붙어서 누런 떡이 되어 있었고 눈에는 누런 눈꼽이 끼어있는데다 배는 등에 바짝 붙어서 갈비뼈를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족히 몇 달은 길에서 헤멘 몰골이었다.

강아지를 어지간히 좋아하는 나지만 도저히 예쁘다고 머리조차 쓰다듬어 주고 싶지않는 볼쌍사나운 모습이었다.

당장 경비실에 도로 데려다 주라고 호통을 쳤지만 제발 키울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아이들의 애원에 한참의 실랑이 끝에 아이들이 강아지의 산책과 대소변을 치우기를 책임지고 차후 주인이 나타나면 돌려주기로 하고 방울이를 키우기로 했다.

유기견이기는 하지만 그 몰골을 데리고 강아지 미용실을 가기에는 너무 창피스러워 우선 목욕을 시키고 아쉬운대로 덕지덕지 달라붙은 털을 집에서 조금 정리해 줬다. 잘 드는 가위를 이용해 이리저리 털을 밀고 목욕을 시키니 털도 하얀 것이 제법 강아지 같은 모습이 됐다.

사실 집에서 털을 자른 것은 개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굳이 털을 깎는데 수만원의 돈을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누구는 머리 한번 하는데 몇십만원을 쓰기도 한다지만 몇만원이 아까워 그 흔한 스트레이트파마 한번 하는데도 몇 번이나 망설이는 나이기에 개털을 다듬는 데 수만원을 쓴다는 것이 쉽게 용납되지 않은 탓이다(미용실에서 곱게 치장하고 주인과 나들이하는 강아지들을 대할 때마다 방울이에게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

어찌됐든 방울이는 간만에 목욕을 해서 기분이 좋은지 아이들 뒤를 졸랑졸랑 따라다녔다. 방울이는 그 모습이 예뻐 붙여진 이름이다. 그후 지금까지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방울이는 우리 식구가 됐다.

하지만 훈련을 잘 받은 것인지 어쩐 것인지 방울이는 한번도 짖지 않았다. 내 경험에 비춰볼 때 강아지들은 주인과 노는 것을 좋아하고 장난도 잘 치고 짖기도 하면서 까불기도 할텐데 어찌된 영문인지 방울이는 우리에게 짖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데리고 나가면 좋다고 꼬리를 흔들고 우리가 앉아있으면 무릎 위로 슬며서 올라와 혀로 한두번 얼굴을 핧아주는 것이 방울이가 우리에게 보이는 최고의 친밀한 표현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방울이가 멍멍거리며 짖다가 자신을 데리고 있던 주인에게 엄청 구박을 받아 주눅이 들어 절대로 짖지 않는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흐르자 어쩌다 한번씩 짖는 것 같더니 누군가 우리집에 들어서면 멍멍짖기 시작했다. 두어번 짖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돌아서곤 하지만… 그러다 최근 들어서는 산책을 나갈 때마다 얼른 나가자고 짖는다.

얼굴에도 즐겁고 신나하는 빛이 역력하다. 나아가 우리집이나 앞집(우리 아파트는 계단식이다), 위아래층 집에 누군가의 발소리라도 들리면 현관앞으로 뽀르르 나가 발소리가 사라질때까지 짖는다.

그런 방울이의 변화가 우리는 즐겁다. 통 짖지 않던 녀석이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며 짖는 것은 방울이가 그만큼 우리집을 자신의 집으로 여기고 주인 행세를 하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대견하다.

또 멍멍 소리를 내며 짖어도 우리가 자신을 혼내지 않고 방울이의 감정을 존중해준다는 믿음이 방울이에게 생긴 것 같아 고맙다. 그렇다고 시도 때도 없어 짖어 이웃에 민폐를 끼치는 것도 아니기에 기특하다.

큰딸 혜준이를 제일 좋아해서 잠잘 때면 혜준이 품으로 살며시 파고 들고, 지가 사람인줄 아는지 네 다리를 하늘 높이 들고 코를 드르렁 드르렁 골며 잠이 드는 방울이, 녀석은 우리의 가족이다.

“방울아, 우리는 네가 짖는 모습이 오히려 좋거든. 기분 좋으면 짖기도 하면서 네 감정을 표현했으면 좋겠다. 너도 소리를 내는 동물인데 말 안하고 입을 다물고 있으려면 오죽 답답하겠니. 방울아, 너도 할말 있으면 해, 네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는 못해도 우리 가족 모두는 네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단다. 왜냐하면 너는 우리 가족이니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유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방울이,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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