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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국회에 씁쓸한 '신풍속도'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지난 18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분말소화기와 소화전을 사용한 데 이어 사진채증 모습도 등장했다.

 

사진채증에 육두문자까지... 민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지시"

 

22일 오후 2시 20분경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국회 본관 4층 행정안전위 회의실에 들어가려는 한나라당 조진형 위원장과 유정현, 김소남 의원 등을 막아서면서 논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마스크만 써도 처벌? 집시법 개악반대' 등의 카드를 회의실 벽에 붙이고 농성중이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예산안과 한미FTA 비준안을 강행처리한 것에 더해 국토해양위에서 '직권상정 불가피' 문건이 발견되면서 더욱 격앙돼 있던 상태였다.

 

조 위원장 등은 "위원장이 회의장을 못 들어가도록 막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국회의원도 아닌 사람들이 무슨 자격으로 회의장 진입을 막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민주당 쪽은 "집시법 개악 반대"등의 구호로 맞섰다.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의 한 보좌진이 민주당 관계자들의 사진을 찍자, 민주당 당직자들이 "누군데 사진을 찍느냐"고 엉키면서 몇 사람이 바닥에 뒹굴기도 했다. 육두문자가 나오는 등 몸싸움이 격해지자, 이범래 한나라당 의원이 "내가 시켰다"고 말리기도 했다. 한나라당쪽은 사진을 찍은 이 의원실 관계자를 행안위원장실로 데려갔다.

 

한나라당쪽의 한 보좌진은 "왜 사진을 찍는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야 의원들이 시키니까 찍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민주당 쪽에서는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당직자와 보좌진들에게 사진채증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국회 내에서 폭력은 반드시 형사책임을 묻도록 할 것"이라며 "채증은 이미 해놨다"고 밝힌 바 있다.

 

양당은 행안위를 비롯해 정보위, 국토해양위, 정보위, 정무위 등에서 충돌했다.

 

 

"'직권상정 불가피' 문건 작성자 밝혀라"... "이미 한나라당 의원이 시인"

 

'직권상정 불가피' 문건이 문제가 된 국토해양위에서는 민주당의 김성순·이시종·김성곤·이용섭·강창일 의원 등이 위원장 자리를 점거하고 이병석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민주당 간사인 박기춘 의원은 "이병석 위원장이 참석한 자리에서 논의된 문건이므로 위원장이 직접 사과하고 직권상정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야 회의가 열릴 수 있다"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의 김성태·현기환 의원 등은 "정확한 작성자가 누구인지부터 밝히라"며 "회의를 한 것은 맞지만 직권상정 불가피 등은 말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은 "국토해양위는 쟁점법안도, 이념법안도 없는데 무슨 직권상정할 게 있느냐"고 덧붙였다.

 

박기춘 의원은 "한나라당쪽에서 입수한 문건"이라면서 "이미 한나라당의 한 의원이 이 문건을 보고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을 새가 듣네, 어떻게 입수했으냐'라고 시인했다"고 몰아부쳤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이병석 위원장은 "그 (문건내용 논의) 자리에 오래 앉아 있지 않아 내용을 모른다"면서 "시행된 것도 아닌데 뭐가 중요하냐"고 말했다.

 

이날 국토해양위는 열리지 못했고, 한나라당은 내일(23일) 오전에 다시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다.

 

정보위 "법안소위 공개방안 강구" 합의

 

국정원법 개정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던 정보위도 민주당의 원혜영·송영길·박지원·박영선 의원 등이 막아서면서 파행됐다. 민주당은 정보위 회의실 복도에 '휴대폰도청 절대반대', '안기부로 돌아갈래? 국정원법 절대반대' 등의 카드를 붙였다.

 

한나라당 이철우, 민주당 박영선,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 등 각당 간사는 이날 오후 최병국 정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전체회의 대신 간사협의를 갖고, ▲ 3당 각당은 합의정신을 존중하여 처리한다 ▲ 법안소위는 공개방안을 강구하여 처리한다 ▲ 미상정된 3개법안(테러법, 사이버위기 관리법, 국가정보원법)에 대해서는 각당 대안을 조속히 제출한후 처리방안을 논의한다 등 3개항에 합의했다.

 

한나라당도 이념논쟁으로 번지는 것에 부담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 관련 법안이 이념 법안으로 비쳐질 수 있는 만큼 합의정신을 존중키로 했다"면서 "시급성을 감안해 야당과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박영선 의원은 "이번 임시국회(1월 8일)까지 국정원법이 처리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국토해양위 문건이 나온 뒤 한나라당이 태도를 바꿨는데,  2월에 다시 법안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정보위 회의실 옆 파견관실에서 국정원의 김성호 원장과 기조실장, 각 차장들이 '국가정보원법 비교표'를 놓고 회의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이 표를 갖고 나오려다가 제지당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박 의원은 "여야간에 안건합의가 돼야 국정원간부들이 출석하는 건데,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국정원간부들이 국회에 나온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으며, "국정원법 비교표도 처음에는 갖고 나가는 것을 허용했다가 나중에 막았다"고 말했다. 결국 한나라당과 국정원이  국정원법개정안을 밀어붙일 태세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측은 "회의안건 외에 현안 질의도 수시로 있기 때문에 (국정원 간부들이)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민주당은 문방위에 가장 많은 인원을 대기시키고 있으며, 정무위도 노영민·최영희·김재균 의원 등이 한나라당의 김영선 위원장을 막아섰다. 김 위원장은 "내가 직권상정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되겠느냐"고 말했으나,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지도부가 약속해야 한다"고 맞섰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관계자들이 국회 곳곳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전의를 다지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당과의 연대에 나섰다. 강기갑 대표와 권영길, 홍희덕 의원은 문방위, 이정희, 곽정숙 의원은 정무위 농성에 합류했다.

 

한편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날 헌정회 초청 강연에서 "여야 교섭단체 대표들은 내일까지 무조건 만나야 할 것"이라며 "만약 여야 원내대표들이 내일 오전까지 만남이 없다면 오후 만남을 직권중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만나겠다는 정당만을 데리고 협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조정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김형오 국회의장의 발언은 국회법에도 근거가 없으며, 현 국회 사태를 노사간의 충돌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감"이라며 "여야 원내대표 회담은 거대여당이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을 포기하고, 모든 법안을 야당과 협의하여 처리하겠다는 다짐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어 김 의장에게 "MB악법을 절대로 직권상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국민들에게 천명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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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국토해양위, #사진채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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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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