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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사람>겉표지
 <말과 사람>겉표지
ⓒ 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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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과 조정래, 김상봉과 김종철 그리고 백낙청과 김민수를 묶을 수 있을까?

'좌우'라는 이념적인 것으로 나눈다면 이들을 모은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명원 덕분에 한 권의 책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오마이뉴스>에 1년여 동안 연재됐던 '이명원 좌우지간'이 <말과 사람>으로 출간됐기에 다시금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

<말과 사람>에서 처음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이문열이다. 이문열이 누구인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가 중 한명으로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 중에서 이념적으로 가장 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성향이 지나쳐서인지 그에 대한 독자들은 반응은 민감하기 이를 데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책 장례식'일 것이다. 그때 이문열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내상"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적지 않은 상처였을 게다.

하지만 이명원의 말마따나 "이문열의 사회적 발언 때문에 내상을 입은 독자들도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그에 대해 이문열은 어떤 말을 할까? 이문열은 그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는다. 다만, 여러 상황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한다. 예컨대 소설을 통해 386세대를 싸잡아 비판했다는 그런 말에 관한 것이 있다.

"386을 비판한다거나 모함했다는 것은 오해다. 386은 거의 1천만 가까이 되는 세력이다. 정확히 갈라도 5백만이 되는 사람들. 내가 무슨 이유로 그 사람들을 적으로 삼겠는가. 그들에게는 그들 나름의 몫이 있다. 오히려 애정과 존경이 가는 사람들이다. (…) 진정성과 행위와 이념의 일관성, 과거에도 기능했고 앞으로도 기능해야 할 중요한 세대가 386세대다.(…)" - <말과 사람> 중에서

이런 말과 다르게 자신의 입장을 여전히 분명히 하는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통일에 관한 것이 아닐까? <말과 사람>에서 그는 철저하게 보수주의자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모습이 반갑다. 그의 입장이 반갑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반갑다. 이문열의 말마따나 그의 '말' 또한 재구성되어 전달된 적이 많았다. 누군가의 목적 때문이었는데 그럴 가능성이 현저히 적은 <말과 사람>에서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

이문열, 백낙청, 조정래부터 김민수, 김상봉, 김종철까지

백낙청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백낙청과 관련해서는 '변혁적 중도주의'와 문단 권력에 관한 것들이 언급되는데 이러한 것들은 평소에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평론집을 보는 것처럼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인데 <말과 사람>에서 이명원은 그것을 조금 더 쉽게 전해주고 있다. 물론 이 대화를 보고 말을 듣는다고 해서 당장 그러한 논쟁을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조금 더 다가갈 기회를 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이문열처럼 유명한 소설가면서 이념적으로는 다른 곳에 서 있는 조정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건 어떤가. 조정래는 <말과 사람>에서 거침없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예컨대, 민주화 세력이 민주화 투쟁은 잘했지만 정권을 잡은 후에 "무능력"해서 죽은 박정희를 살려낸 것에 대한 비판이 있다.

또한 문단 권력을 비판하는 것도 있다. 민족주의를 옹호하는 것은 어떤가. 소설의 위기에 대해 작가들의 글을 비판하는 것은 또 어떤가. 소설가이자 지성인, 그리고 사회 원로인 조정래의 솔직한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놓치기 아까울 만큼 반가운 일이 분명하다.

이 사회의 디자인과 그것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하는 김민수, 이 나라의 '씨알'을 이야기하는 철학자 김상봉, <녹색평론>의 발행인 김종철을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사회를 걱정하며, 또한 변화를 꿈꾸는 '말'들이 오고가는데 어느 것 하나 외면할 것이 없다. '만남'을 보고 듣는다 하여 당장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뭔가를 더 알아갈 계기 또는 이 시대의 문제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일 기회가 된다.

더군다나 그 문제들이란 것이 과거의 것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에 관한 것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말과 사람>의 그들을 만나고 그들의 말을 듣는 것은, 역사는 물론이거니와 미래 속으로 걸어가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말과 사람 - 이문열 조정래 백낙청 김민수 김상봉 김종철을 만나다

이명원 지음, 이매진(2008)


태그:#이명원, #말과 사람, #이문열, #조정래, #백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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