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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정부에 대한 아쉬움과 원망을 뒤로 한 채 절필을 선언했다. 미네르바의 마지막 글은 금융권, 특히 외환시장을 뒤흔들었다.

그는 이 글에서 정부가기업과 금융사에 '달러 매수 금지 긴급업무 명령 1호'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으나 환율을 인위적으로 끌어 내리려는 정부와 그 부작용에 대한 '미네르바식 비꼼'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2008년을 마감하는 날(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정부의 긴급 명령이 실제 발동된 느낌이었다. 금융감독원은 달러 사재기에 나선 일부 대기업에 대해 불법 환거래 조사에 나서겠다며 강하게 엄포를 놓았다.

외환당국은 지난 며칠간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으로 환율을 끌어내렸다. 이 틈을 타 몇몇 기업이 달러를 사들였고, 결국 이 기업들은 실명까지 일부 언론에 공개돼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렸다.

금감원은 "실수요 목적이 아닌 환차익 목적의 거래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불법 거래를 국세청에 통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최근 달러를 산 기업들은 실제 환투기를 한 걸까. 그건 시장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들의 시각이다. 짧은 기간에 시장에서 달러를 사고 팔아 환투기를 하는 대기업은 없다. 내년 결제용 달러를 확보해 놓은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쌀 때 사놓고 내년에 필요할 때 쓰겠다는 것.

일종의 환헤지로 볼 수 있다. 올해 환율 급등으로 큰 피해를 본 기업들이라면 너무나 정상적이고도 방어적인 선택이다. 피해를 봤으면서도 정부의 압박에 굴복해 필요한달러를 사놓는 '매수 헤지'를 하지 않는 기업들이 오히려 비정상적이라고 봐야한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적 선택을 비도덕적 행위로 몰아가니 해당 기업들은 어안이 벙벙하다. 값이 떨어졌을 때 제품(달러)을 사고 올랐을 때 팔아 이익을 얻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경제활동인데 당국이 이를 정면으로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감독당국이 이날 외환시장의 거래 주체들을 몰아세운방식은 시장의 논리를 인정하지 않는 결과가 됐다. 결국 미네르바의 긴급명령설도 자인해 버린 꼴이 됐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태그:#환율 , #미네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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