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말 경기도 군포시에서 발생한 여대생 실종사건의 용의자가 저인망식 수사를 펼쳐온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37일, 경찰이 공개 수사에 나선 지 19일만이다.

 

하지만 실종된 여대생 A씨(21)는 가족들이 지난 24일 '딸을 돌려 보내준다면 모든 것을 용서하겠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하며 애타는 심정을 호소했으나 안산 상록구 본오동 도금단지 옆 논두렁에 싸늘한 주검으로 매장된 채 발견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25일 안산 상록경찰서에서 브리핑을 열고 "실종여대생 A씨를 납치해 신용카드를 빼앗은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강모(38·스포츠마사지사·안산시 팔곡동)씨를 지난 24일 오후 5시30분께 붙잡아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용의자 강씨 검거 경위와 범행 수법 등을 설명하면서 "실종여대생 A씨는 살해돼 25일 오전 12시쯤 안산시 본오동 농로변에 유기된 A씨의 사체를 수습함에 따라 용의자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며 강씨는 작년 12월 19일 군포시 대야미동 군포보건소 앞 버스정류장에 서 있던 여대생 A씨에게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말을 건후 A씨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인적 드문 국도변에 데리고 가서 목을 졸라 살해했음을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우발적인 범행인지, 계획된 범행인지 좀 더 수사를 진행해 봐야 한다"며 "용의자 강씨의 범행수법이 무척 대담하고 치밀했던 점과 성폭행 1건 등 9건의 전과가 있는 점을 미뤄 추가 범행이 있는지 여죄를 추궁 중에 있다"고 밝혔다.

 

 

◆ 범행 경위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군포보건소에서 800m쯤 떨어진 47번 국도변에 차를 세운 뒤, 반항하는 A씨를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려 제압한 다음 자신의 넥타이로 안씨의 양손을 묶었다. 강씨는 A씨를 태운 채 안산시 본오동 도금단지 근처 외진 길가로 이동한 다음, A씨의 신용카드를 빼앗고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스타킹으로 A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강씨는 A씨의 시신을 근처 논두렁에 버린 뒤 같은 날 오후 7시26분쯤 안산시 상록구 성포동에 있는 농협 현금인출기에서 A씨의 신용카드로 현금 70만원을 인출해 달아났다고 경찰은 밝혔다. 강씨는 경찰 조사에서 "빼앗은 돈은 유흥비로 전부 썼다"고 말했다.

 

경찰이 수습한 A씨의 시신은 팔찌 하나만 빼고 벌거벗은 상태였으며, 얼굴이 심하게 붓고 전신이 부패된 상태로 목에는 스타킹이 감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5일 A씨의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옮겨 정확한 사인과 성폭행 여부를 조사 중이다.

 

◆ 어떻게 검거했나

 

경찰은 안산시와 군포시 일대의 CCTV 300여 대와 교통정보분석정치(AVI)에 찍힌 영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범행 당일 오후 3시를 전후해 군포보건소와 건건동 일대를 주행한 뒤, 다시 오후7시쯤 안산시 성포동의 금융기관 근처에 나타난 차량이 있는지 확인했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차량 1700여 대를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은 검정색 에쿠스 승용차가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달 19일 오후 3시22분쯤 이 길을 통과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차의 소유주인 김모(여·54)씨는 경찰 조사에서 "실제로 차를 운전한 사람은 아들 강씨"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다시 용의자 강씨에게 연락했다. 강씨의 알리바이 진술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경찰은 지난 23일 법원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강씨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지자 24일 오전 5시10분쯤 자택 근처 공터에서 범행에 이용한 에쿠스 차량을 불태우고 집에 있던 컴퓨터를 새로 포맷한 다음 직장에 출근했다.

 

이에 경찰은 강씨가 유력한 용의자라고 보고 같은 날 오후 5시30분쯤 강씨의 직장을 급습해 강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강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동기를 묻고 있으며, 추가 범행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 사건 발생 및 그동안 수사 과정

 

군포에 거주하는 여대생인 A씨는 지난달 19일 오후 3시 7분쯤 군포시 산본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귀가하다 집에서 1㎞ 떨어진 군포보건소 정류소에서 내려 군포보건소에서 일을 본 뒤 집으로 가는 도중 행방불명되자 가족들이 오후 11시30분께 미귀가 신고했다.

 

이후 수사를 통해 저녁 7시28분께 군포보건소에서 7~8㎞ 떨어진 안산 건건동에서 A씨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고, 안산 성포동 금융기관에서 170㎝ 가량에 더벅머리를 하고 베이지색 재킷을 입은 남성 용의자가 A씨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경찰은 사건이후 20일 가까이 비공개 수사를 벌였으나 해결에 별 진전을 보지 못하자 공개수사로 전환, 수사본부 요원 및 경찰 병력을 투입해 군포 반월저수지를 중심으로 탐문과 수색작업을 펼치고 군포.안산.안양.의왕시 등 일대에서 목검문을 강화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7일에는 수사본부장을 안산상록경찰서장에서 박학근 경기경찰청 2부장으로 격상하고 수사본부를 안산상록경찰서 5층으로 옮겼다. 또한 수사본부 요원도 67명에서 지방청 광역수사대 5명, 안산단원서 강력팀 6명 등 11명을 증원시켜 78명으로 확대했다.

 

지난 16일에는 여대생 A씨가 실종당시 착용했던 반지(14K), 팔찌(14K), 목걸이펜던트(14K), 목걸이줄(14K) 등을 용의자가 금은방을 통해 처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을 보고 수사하고, CCTV에 찍힌 용의자가 가발을 쓴 것으로 보고 안산시와 군포시 등에 위치한 가발업체와 온라인쇼핑몰들을 상대로 가발을 구입한 명단을 확보해 수사를 진행했다.

 

특히 실종 여대생 가족들은 설 연휴 첫날인 지난 24일 범인을 향해 "딸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 보내주기만 하면 모든 것을 용서하고 할 수 있는 선처를 다 베풀겠다"는 애타는 심정의 호소문을 발표했으나 끝내 싸늘한 시신으로 가족의 품에 돌아오게 됐다.


태그:#군포, #실종여대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