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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저 갑니다. 좀 섭섭하네요"

 

어제 저녁 출근하여 21시 작업 시작 준비를 하고 있는데 난데없이 앞에서 페인트 칠하는 다른 업체 노동자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손에는 한아름 짐 보따리를 들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어디 가요?"

 

"네 전에 일하던 분이랑 바꾸어 일합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작년 7월경 노사 안전점검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걸린 것이었습니다. 2평 남짓한 공간 속에서 페인트 칠을 하는 작업을 합니다. 페인트 분진을 씻어 내기 위해 작업대 앞으로는 폭포수를 만들어 두었고 작업 공간 발 아래로는 물 통이고 그 위에 쇠로 발판을 만들어 작업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작년 노사 안전점검때 옆에서 지켜보았습니다. 노사 안전 담당자들이 서로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내게 물었습니다.

 

"여긴 별 문제 없나요?"

 

그래서 대답했습니다. 아니 되물었습니다.

 

"페인트 부스 안에서 2년 다 되도록 일하는데 작업자를 교체해 주지 않나요?"

 

강한 공기총을 쏘아 나오는 녹 방지용 페인트 칠후 역한 신나 냄새가 많이 납니다. 페인트를 빨리 말리기 위해 신나를 첨가 시키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작업 공간 벽면엔 신나의 유해성에 대해 설명서가 붙어 있습니다. 알아 본바로 페인트 칠 같은 거친 작업을 하는 노동자는 6개월 한번씩 교체해야 한다고 법에 명시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그 정보를 접한후 2년이 다되어 가는 페인트 칠 노동자에 대해 교체 가능성이 있는지 물어 본 것입니다.

 

노사 안전 담당자들은 뭔가를 공책에 적었습니다. 그 후 8월 초 경 페인트 작업자가 바뀌었습니다. 그것이 1월 말이면 끝나게 되고 다시 6개월이 되어 다른 보직을 받고 갔던 노동자랑 교체해야 하는 날이 된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가는 하청 노동자와 오는 하청 노동자를 동시에 맞게 되었습니다.

 

원청 노동자는 같은 작업장 내에서 1개월에 한 번씩 바꿉니다. 골병 예방 차원에서 그렇게 하는듯 합니다. 하지만 하청 노동자는 대부분 그대로 계속 일합니다. 비정규직은 법 예외 공간에서 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다 그렇게 발각되면 하청업자가 원청회사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합니다. 이번이 그런 사례입니다.

 

그렇게 오고 간 비정규직 노동자. 다시 온 노동자는 다시 열심히 페인트를 칠했습니다. 전에 이미 2년여를 작업을 해왔기 때문에 내 일하는 원청들은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안면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2시간 후 쉬는 시간 갔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돌아 왔습니다.

 

"그 곳 대의원이 작업자 교체 못하게 하네요"

 

하청업자 간부에게 어찌된 일인지 내용을 듣고는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곳 정규직 대의원이 그런 내용 협의한 적이 없다면서 새로 오는 작업자를 못받겠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왔다는 것입니다. 갔다가 다시 온 노동자도 다시 와서 2시간 작업하다가 가야하는 노동자도 모두 얼떨떨 해 할 뿐이었습니다. 뭐 이런 황당한 일이 다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하든 작업 연결만 이루어지면 그만이지 않습니까? 그 원청 대의원이 월급 주는것도 아니면서 힘들여 찾아가 일하려는 하청 노동자 못받겠다고 가라니 비정규직 노동자가 원청 노동자의 부속품일까요?

 

갔다가 2시간 만에 다시 와서 페인트 작업을 한 그 비정규직 노동자는 기분이  저기압이라 그런지 밤 새 일하면서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태그:#비정규직, #인간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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