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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은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사업을 놓고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사람의 다음과 같은 요지의 발언을 보고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환경부의 정체성과 존립 근거가 무엇인가를 되묻게 한다. 

 

  "3000만 명의 식수원에 배를 띄우겠다는 발상은 식수대란 등 환경재앙을 불러올 것이며, 운하로 홍수를 조절하겠다는 것도 집중호우의 무서움을 모르는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운하사업은 종국에는 경제 재앙마저 몰고 올 것이다."  

 

  "여러분이 노이로제처럼 생각하고 있는 운하 문제는 어느 땐가는 다시 거론될 것이다. 컨테이너 한 개를 싣고 달리는 트럭과 200개를 한꺼번에 배에 싣고 가는 운하를 비교할 때, 어느 것이 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겠는가?"

 

  전자는 현 환경부 장관 직전에 퇴임한 이규용 환경부 장관의 퇴임 고별 간담회 발언이고, 후자는 현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어느 대학 특강에서 한 발언이다. 대한민국의 명운을 건 초대형 국책사업을 놓고 줄곧 환경부라는 한솥밥을 먹어왔던 정통 관료 출신인 두 장관이 어쩌면 이렇게도 극명하게 엇갈린 발언을 날릴 수 있을까.

 

  현 장관은 음용수를 독일은 70%, 프랑스는 85%, 덴마크는 90% 이상을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는 유럽과 90%를 강물이라는 지표수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문지질학적 특성을 알고도 이런 발언을 했을까? 상수원보호구역에서는 소형 모터보트는 말할 것도 없고 낚시마저 오염 예방 때문에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을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이런 발언을 했을까? 운송수단이 운하의 배나 트럭 말고도 기차도 있고 바다의 선박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어떻게 이런 우스꽝스러운 비교를 할 수 있을까?     

 

  지난 1월 이명박 정부는 50조원짜리 '녹색 뉴딜' 사업(기간 2009-2012년)을 발표하였고, 그 일환으로 모든 법적 절차를 묵살한 채 18조원짜리 '4대강 정비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삽질을 낙동강과 영산강에서 급작스럽게 거행했다. 환경정책기본법에서 규정한 사전환경성 평가를 거치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환경영향평가법의 모든 법적 절차를 묵살한 삽질의 현장에서 환경부의 수장이 어떻게 힘찬 박수를 보낼 수 있단 말인가.  

 

  환경부는 '하나 뿐인 국토와 지구를 보전하는 것'을 존재 이유로 태동했다. 정부조직법에도 '자연환경 및 생활환경의 보전과 환경오염 방지에 관한 사무'를 본령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환경부의 수장이 개발을 제일의 임무로 삼고 있는 국토해양부 장관보다 한 발 더 나간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는 어불성설일 뿐이고,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어디 운하뿐인가. 환경부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일이 또 있다. 최근 입법예고가 끝난 토양환경보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그것이다. 아무런 과학적 근거나 현실적 타당성도 조사하지 않은 채 토양오염 검사주기를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겠다고 한다. 그것도 작년 7월에 검사주기를 완화한 이래 6개월도 채 안된 상태에서 또 다시 일방적으로 오염유발 가능업체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반면에 검사기관들은 2000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을 한다.  

 

  환경부 장관은 운하도 저탄소 녹색성장, 녹색일자리 창출이라고 역설한다. 토양환경보전법의 입법 목적을 무색하게 만들 입법예고도 녹색성장의 일환인가? 오염유발 가능 업체에게는 구우일모(九牛一毛)에 불과한 편익을 줄 것이지만, 검사기관과 정화업체 등의 직원 2000여명을 길거리로 내쫒는 정책도 녹색일자리 창출의 일환인가? 분명 그건 아니다. 환경부가 뒤늦게나마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양측 대표들을 불러 모임을 갖고 있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시급히 정체성을 회복하여 법적 책무를 다 하는 환경부로 거듭나길 바란다. 국회 환경노동위도 환경부가 본연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할 할 수 있도록 모든 법적 기제를 작동해줄 것을 촉구한다. 필자의 고함(孤喊)으로 머물지 않기를 고대하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조길영 기자는 국회환경포럼 정책실장이며 울산대학교 겸임교수입니다.


태그:#대운하, #환경부 정체성, #환경파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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