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KT의 변화(KTF와의 합병)를 막는다면, 국가의 불행이 될 것이다"(서정수 KT 부사장)

"KT 스스로 자신들의 비효율부터 줄이는 노력을 하고, 필수설비 등 독점적 시장지배력 강화에 따른 폐해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이형희 SKT 실장)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 통신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KT-KTF 합병을 둘러싸고, KT와 SK텔레콤 등 관련 기업간의 치열한 공방이 국회에서도 계속됐다.

 

이미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병인가 신청을 낸 KT쪽에선 유선과 무선시장의 통합과 융합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경제위기 상황에서 KT 합병을 통해 IT 분야의 국가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합병을 반대해 온 SKT쪽에선 각종 해외사례 등을 들며, 유무선 회사간 통합이 글로벌 트렌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어 유선시장의 90%를 지배하고 있는 KT가 이같은 시장 지배력에 대한 적절한 견제없이 KTF와 합병이 이뤄질 경우, IT산업의 중장기적인 경쟁력은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과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이들 기업과 함께 관련 분야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대체로 KT 합병의 대세론에 공감하는 분위기였지만, 향후 시장 지배력 강화에 따른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안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KT 합병 논란을 둘러싼 첫 공개토론회 자리에는 국회 문방위 소속의원을 비롯해, 송호균 방통위 상임위원과 관련 업계, 학계 등에서 1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석해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KT 합병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한 것이다.

 

[왜 합병하나] "글로벌 트렌드 VS. 내부 자구노력부터"

 

서정수 KT 부사장은 KT-KTF 합병의 당위성을 "변화"라고 강조했다. 서 부사장은 "KTF와의 합병이 최종 목적이 아니며, KT가 하자고 하는 것은 변화"라면서 "'지금 이대로 가선 절대로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변화이고, 수단이 합병이다. 합병을 통한 변화가 지향하는 것은 융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선과 무선의 통합을 통한 융합으로 IT 강국을 이어나갈 것이며, 경제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국가경쟁력을 강화시켜 나갈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서 부사장은 "KT 합병은 국민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유무선 통합으로 새로운 산업군이 다시 태어날 것이며, 향후 국가경쟁력을 더욱 높여나가는 것이 우리의 포지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KT의 변화를 막는다면 국가의 불행이 될 것"이라며 "작은 불신이나 두려움 때문에 큰 변화를 막는다면 나중에 더 큰 후회와 우려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의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이형희 SKT 실장은 "유무선 회사간의 통합은 IT 산업의 글로벌 트렌드가 아니며, 융합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역시 합병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KT와 다른 경쟁사업자간의 생산성을 비교한 자료를 내보이며, "KT의 생산성은 후발 유선사업자보다 크게 뒤처져 있으며, 일본 NTT와의 매출액, 직원수 등 생산성엔 큰 차이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말 기준으로 KT는 11조9000억원의 매출에 직원수 3만6913명이었다. 1인당 매출액은 3억2000만원 수준. 하지만 일본 NTT의 경우 직원수 1만1750명에 매출은 3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1인당 매출액만 따지면 33억7000만원에 달해, KT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이 실장은 "글로벌 경쟁력은 몸집불리기가 아닌 경영혁신과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이 중요하다"면서 "설사 KT가 경영위기에 있더라도, 구조조정과 경영시스템 개선 등 내부적인 자구노력부터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합병 논란들] 시장지배력과 필수설비 독점, 소비자 편익

 

이밖에 이들은 KT 합병을 둘러싸고, 시장지배력의 전이여부, 필수설비의 독점성, 소비자의 편익 등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SKT쪽에선 KT의 유선전화시장에서 독점적 지배력에 대한 견제없이, 이번 합병을 허용할 경우 IT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KT가 유선전화시장의 90%를 독점하고, 공기업 시절부터 확보한 방대한 가입자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점, 통신주와 관로 등 통신 필수설비에 대한 독점적 지배가 KT 합병 폐해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SKT는 밝혔다.

 

이형희 실장은 "KT 수준의 필수설비까지 가려면, 수십조원의 비용이 들고, 그대로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KT쪽에선) 한국전력 등의 설비를 쓰거나, 가입자망개방제도 등으로 KT 설비를 이용할수 있다고 한다"면서 "하지만 한전 설비는 기본적으로 전력사업을 위해 구축된 것이고, KT의 필수 설비 역시 쉽게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KT가 내놓은 융합서비스는 향후 2~3년 내 성과를 내기 어려울 듯"이라며 "이 기간동안 국내 이동전화시장에선 불필요한 마케팅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업체간 과당 경쟁은 기업들의 투자여력과 경쟁력을 떨어뜨려,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SKT쪽은 주장했다.

 

KT는 이날 토론의 참고자료를 통해, 이같은 논란을 적극 반박했다.

 

필수설비의 독점성에 대해, 이미 SK브로드밴드나 LG 파워콤 등이 광케이블 등 대체망을 깔았으며, 가입자망개방제도 등으로 독점성을 상실했다는 주장이다. 또 계열사간 기업결합 과정에서 경쟁제한성을 인정해서 인가조건을 부여한 사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서정수 부사장은 "SK 등에선 그동안 우리쪽 통신망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합병문제가 불거지니까, (SK쪽에서) 그동안 설비사용 신청을 거의 하지않다가, 작년 말에 갑자기 한곳에 480건의 사용신청을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 부사장은 "향후 여러 융합 서비스를 통해 더 낮은 통신요금으로 국민에게 이익을 돌려줄 것"이라며 "유무선 분야에서 경쟁업체간의 밥그릇 싸움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KT 합병 후,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지 분명히 제시해야"

 

이와함께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쪽에선, KT 합병이후 통신시장의 경쟁상황 변화와 폐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호영 한양대 교수(법학과)는 "기업 합병은 시장 구조를 왜곡해 독과점의 우려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기업의 성장과 합리화, 구조조정 정책"이라며 "규제를 너무 하면 성장을 가로막고, 규제해야할 합병을 진행하면 독과점의 폐해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합병을 둘러싸고 너무 사회정치적인 고려를 앞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일자리가 창출되더라도 경쟁제한성이 있으면 (합병을) 금지해야하며,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더라도, 경쟁제한성이 없으면 (합병을) 승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내찬 한성대 교수(경제학과)는 "KT쪽에서 합병이후 새로운 융합서비스를 내놓는다고 했지만, 새로운 상품은 이미 시장에 다 나와있다"면서 "이번 합병이 통신시장과 산업에 어떤 이득을 가져다 줄것인지, 좀더 납득할 만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선규 명지대 교수(디지털미디어학과)도 "KT 합병에 따라 이동통신시장에선 (KT가) 경쟁력 우위로 나타날 것"이라며 "이는 다른 경쟁사업자들에 비해 단말기 보조금 경쟁 등에서 돈을 더 쓸 수도 있을 것이며, 이러한 시장 경쟁은 사회적으로도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이어 "KT의 합병을 통해 시장 경쟁을 활성화시키고, 시장 자체를 좀더 키위기 위해선 (합병인가 과정에서) 별도의 인가 조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쪽에서 이날 토론에 참여한 신종원 YMCA 시민사회개발부 부장은 "KT 합병이 소비자들의 이해에 맞춘 관점이나 비전 제시가 부족한 것 같다"면서 "이번 합병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재 정부가 KT 합병 승인에 대해 그다지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 같지는 않다"면서 "KT의 경우 과거 국민의 돈으로 직접 설비를 깔았고, 민영화 과정에서도 이들 소비자들의 돈을 전부 다 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부장은 "이번 합병과정에서 이같은 통신소비자들이 과거 시내전화 보증금으로 낸 비용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며, 이번 인가 조건에 이 부분도 명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수설비 독점 논란에 대해서도, 신 부장은 "주파수나 통신망 같은 국민적 자산의 경우 중립적인 별도의 관리위원회 등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통해 한시적인 기간을 통해 해당 통신 필수설비에 관한 사용과 구조 분리 등을 검토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태그:#KT 합병, #SKT, #방통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