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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고중단 운동" 인가 "광고주 협박" 인가?

 

"상식이 통하는 판결을 내리고 싶었다."

 

이는 지난 2월 19일 이림 부장판사가 조중동광고불매운동으로 기소된 네티즌 24명의 재판이 끝나고 한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가 광고불매운동을 한 24인에게 내린 유죄선고는 상식 밖의 일이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생각인 것 같다.

 

이번 판결을 두고 각 언론사들도 관심이 많았다.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 유죄..네티즌 반발"(연합뉴스)

"검찰논리 그대로 수용"…소비자주권·표현의 자유 옥좨"(한겨레)   

"촛불집회때 광고중단 운동 유죄 광고주 명단 인터넷 게재는 정당"(서울신문)

"광고중단 협박은 조직적 업무방해"  (조선일보)

"신문·광고주 협박 이어 법정질서 흔든 집단" (문화일보)

"24명 모두 유죄 판결 난 광고주 협박 "(동아일보)

 

눈에 띄는 것은 각 언론사마다 이들 네티즌들의 행동에 대해 "광고중단 운동"과 "광고주협박"이라는 표현으로 나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신문사들도 광고불매운동의 직간접 대상자와 그렇지 않은 신문사 사이에 그 명칭에서부터 입장이 판이하게 나뉘는 이 사건에 대해 정작 이림 판사는 무어라고 했을까?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이림 판사는, 이들 네티즌들의 행위를 시종일관 "광고중단 압박"이라고 명시하였다. 그런데 같은 판결문 내에서도 2005년 황우석 사태 때 MBC PD수첩에 대한 시청자들의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광고주 불매운동"이라고 차별해서 지칭한다.

 

한번 곰곰 되짚어 보자.

 

2005년 황우석 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썩이고 모두가 황우석에 찬사를 던지고 있을 때, 그게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PD수첩 보도는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의 뭇매에 시달렸던가. 황우석에 열광했던 지지자들은 PD수첩 광고주들에게 광고중단 요구 등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이들 역시 해당 기업에 집단적으로 전화를 걸고 광고중단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담당 PD에게 개별적으로 협박 전화를 걸었다고도 한다. 그런데 판사는 이들 행위들을 각각 광고불매운동과 광고중단 압박운동이라고 달리 부르고 있다. 따지자면 PD수첩광고불매운동이 오히려 조중동광고불매운동보다 그 정도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판결문을 좀더 살펴보자.

 

"조선 중앙 동아일보에 광고를 게재하지 말도록 하기 위하여 그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홍보하며, 인터넷 사이트에 광고주 리스트를 게재하거나 게재된 광고주리스트를 보고 소비자로서의 불매의사를 고지하는 등 각종 방법에 의한 호소로 설득활동을 벌이는 것은 구독이나 광고게재 여부의 결정을 상대방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는 한 허용된다" 고 하였다.

소비자들이 특정 상품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동조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항의할 수도 있고, 불매운동을 벌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판결문은 이어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 의해 "일반적 영업권 등에 대한 제한을 가져온다 하더라도 이는 정당한 소비자운동의 목적수행을 위한 활동으로부터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내재적 위험으로써 이들 신문사들이 감내해야 할 범위 내에 있다"고 하였다. 요컨대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해당 기업 등이 피해를 보게 되더라도 불가피하게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림 판사는 이와 같이 인터넷을 통한 광고주리스트 게재나 불매의사를 고지하는 등 각종 방법에 의한 호소를 소비자운동으로 인정하면서도, 유독 언소주 회원들의 행위는 "정당성이 흠결된 경우" 에 해당하다고 하였다.

 

"집단적인 전화걸기를 통한 세의 과시, 공고중단 요구에 불응 할 경우 더 강력한 방법으로 진행할 것 같은 겁박, 전화걸기라는 수단으로 정상적이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항의활동을 집중함으로써 광고주들이 업무방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여 부득이 본의 아니게 광고계약을 취소"하거나 하였다는 것이다.

 

판결문 속으로 좀더 가까이

 

세를 이용해서 집단적으로 전화를 걸거나 단체행동을 하면 불법이 된다는 뜻이 아니고 무얼까? 그런데 소비자운동이 소위 힘을 얻으려면, 집단적인 힘의 과시가 있어야 한다. 거대한 기업이 일개 소비자의 한통 전화에 겁을 낼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이래서 판결문 내에 이미 심각한 자기모순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결문대로라면 아무런 위세를 떨치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항의는 합법이고, 원래 소비자운동의 목표인 해당기업의 변화된 태도를 이끌어 낼 정도가 된다면 불법이라는 논리니 말이다. 전문가들뿐 아니라 많은 네티즌들도 이번 판결에 불만이 많다. 일반 시민들도 판결문에 도대체 정확히 무어라고 씌어있나 살펴나 보자는 목소리도 높다.

 

마침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2월 25일(수) 오후 2시 통인동 참여연대 강당에서 "법정 밖에서 본 판결-조중동광고불매운동 판결문 뜯어보기"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법원은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 법원이 판결을 하면서 기본권 보호를 위해 실제로 놓친 것은 없는 지, 재판 과정은 어떠했는지 등등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이자 미국 변호사, 김기창 고려대 법대 교수, 서울YMCA시민중계실 신종원 실장, 이번 사건의 담당 변호인인 김정진 변호사가 참석하는 이번 행사는 네티즌들이 실시간 참여를 할 수 있게 아프리카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다.

 

(문의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이지은 02-723-0666 / 참여연대 홈페이지 바로가기)


태그:#조중동광고불매운동, #표현의 자유, #소비자주권, #참여연대, #판결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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