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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학생들에게 일제고사와 관련한 안내를 했다는 이유로 서울시교육청에 의해 파면된 정상용 선생님(서울 구산초등학교 교사)을 만났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교단에서 쫓겨나고, 사랑하는 학생들과 강제로 헤어져야 하는 아픔을 겪고 있는 정상용 선생님에게 많은 관심과 격려 바랍니다.

 

- 방학기간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합니다.

 

 11시에 서울시교육청 농성장에 나가서 아침회의를 하고 농성장에서 농성을 하면서 집회나 강연회 등 일제고사와 우리 파면교사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단체를 방문해서 일제고사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촛불문화제를 갖고 9시쯤 집에 들어가는 생활을 했습니다. 농성장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 까지 올라와서 우리를 격려해주시는 분들 로 방학 내내 북적거렸는데요. 밤을 새워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가르쳤던 제자들도 많이 만났는데요. 언론에 나온 거 보고 자기들끼리 연락해서 탄원서 모아서 가져왔더군요. 같이 촛불도 들고 저녁도 먹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기억에 남았던 일도 많았는데 아이들과 같이 1박2일로 현장체험학습 캠프를 가서 해직과정에서 받았던 마음의 상처를 서로 보듬고 치유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 개학 이후 투쟁하고 계신 내용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일단 법률적으로 회복절차에 들어가 있구요. 개학과 함께 다시 학교 앞에서 피켓 항의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역의 시민단체와 우리 학교 학부모님들도 저와 함께 해주고 계십니다. 그리고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알리고 학교현장에서 일제고사 형식의 평가제도가 정착되지 못하게 하는 일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지역 시민단체나 학부모 모임, 그리고 무엇보다 전교조의 여러 연수에서 우리교사들이 일제고사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가'에 대해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습니다. 

 

- 학부모님들이 부당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탄원서 작성 운동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엿새 동안에 학부모 1869명이라는 참여라는 뜨거운 반응이 있었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과 이후의 과정을 설명해주세요.

 

현재 2300명을 넘겼는데요 사실 저는 6학년 담임을 3년 내리 맡은 것도 그렇고 학부모들이 학교에 찾아오는 걸 별로 탐탁해 하지 않는 교사로 알려져 학부모들과 교류할 기회가 없었는데 저와 담임과 학무모의 인연을 맺었던 학부모뿐만 아니라 생전 모르고 지내던 학부모까지 탄원서명에 나서주어 저도 놀랐습니다. 우리반 학부모님들이 앞장 서주셨습니다.

 

학교측의 소극적인 방해 속에서도 정말 많은 학부모님들이 자신의 일처럼 나서주셨어요. 아침에 피켓을 들고 교문에 서 있다가 보면 일면식도 없는 학부모님이 탄원서 몇 장을 파일에 가져와서는 자신은 파트타임 일을 해서 탄원서 서명을 모으는 일에 시간을 많이 못 낸다고 미안해하면서 전해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분들의 그런 자발성이 일주일 만에 2300명이 넘는 탄원서를 모을 수 있었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동료 교사와는 어떻게 지내시나요?

 

  이번에 같이 해직된 교사가운데 경력이 얼마 안 된 선생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교나 학부모들이 해직된 교사를 학교 밖으로 내치는 경우가 많아서 참 힘들고 참담한 경험을 하신경우가 많았는데 제 경우는 좀 달랐어요. 교장선생님과 몇몇 교사 빼고는 거의 대부분의 동료교사들이 제게 힘을 주었습니다.

 

해직되고 나서 학년별로 돌아가며 농성장을 방문하셨구요. 자필로 탄원서를 써주셨습니다. 후원금도 많이 걷어주셔서 해직되고 나서 여기저기 생각하지 못한 곳에 돈이 들어갈 때 제가 요긴하게 썼습니다. 무엇보다 아침에 교문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으면 손을 흔들어주시고 격려를 보내주시는 것이 무엇보다도 제겐 큰 힘이 됩니다.

 

- 2002년에도 일제고사 거부에 따른 교사들에 징계가 있었습니다. 이번 징계가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본때를 보인다고 생각해서 우리 일곱교사를 징계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은 그들 스스로 이야기하듯이 초등학교부터 철저히 시험경쟁을 시켜서 경쟁에 통과한 몇 명만 집중해서 키워주겠다는 것 아닙니까? 교육이라는게 온통 경쟁만 강요하고,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 아닌데, 일제고사가 학생을 위한 교육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 개학 이후에는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교과서가 아닌 피켓을 드신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 고통스럽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아이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그렇지 않고요. 저는 우리 아이들에게 제 나름의 방식대로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도 제가 피켓 들고 교문밖에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책에서 배우지 못한 것들을 배우고 있어요. 어찌보면 정말 소중한 배움의 기회인 거죠. 개학하고 교문앞 피켓 시위를 그만할까 생각도 했는데 이것도 아이들에겐 소중한 배움의 기회다라는 생각이 들어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이들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정말 책으로 배울 수 없는 귀중한 것들을 배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직되고 여러 가지 일 겪으면서 새롭게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안 그러려고 노력했는데 교사라는 자리에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가지게 되는 생각인가 봐요. 정말 존재가 의식을 결정한다고... 복직하면 공부하는 것만으로 아이들을 평가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분노할 때 분노할 줄 알고 자신의 권리가 빼앗기면 반응할 줄도 알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을 도와주는 것. 이것만큼 세상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이 있겠습니까. 이런 것들은 공부에서 배울 수 없잖아요.

 

- 그동안 파면 철회에 대한 대응활동을 활발히 진행하셨습니다. 앞으로의 대응방안은 무엇인가요?

 

계속 법률적으로 권리회복 절차를 진행할 것이고 일제고사가 교사의 평가권을 박탈하는 문제, 대다수의 학생을 패배자로 만드는 문제, 헌법과 국제법에 보장된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는 문제 등 많은 문제를 가진 평가인 만큼 학교에서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일에 힘을 보탤 예정입니다. 사람은 타고난 재능을 키워서 행복하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학교에서 그걸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망가뜨려서야 되겠습니까? 그것도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말입니다.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자주 만나고 함께 이 문제를 풀어가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습니다. 관심을 가져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인권연대 식구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파면교사, #정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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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는 1999년 7월 2일 창립이후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국내외 인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권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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