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김나미 지음 / 사계절 / 2008년 12월 발행  
ⓒ 사계절
▲ 청소년을 위한 세계종교여행 ▲ 김나미 지음 / 사계절 / 2008년 12월 발행 ⓒ 사계절
ⓒ 김동희

관련사진보기

어릴 시절, 친구를 따라 간 교회에서 동화 같은 성경 이야기와 예배 후에 주는 간식과 친절한 선생님에게 마음을 빼앗긴 적이 있다.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성탄절의 의미도 신기했다. 뜻도 모르고 '아멘'을 중얼거리던 때였다.

하지만 교리를 배우면서 의문이 생겼다. 문제는 개천절이었다. 교회에서는 단군을 비롯한 개천절은 미신에서 비롯된 것이라 말했다. 그렇지만 단군 신화를 미신이라고 한다면, 마찬가지로 구약 성경도 미신이 아니던가? 아담과 이브니 선악과니 뭐니 말이다.

또 성탄절이 예수님을 기리는 날이라면, 개천절은 단군을 기리는 날, 초파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모두 우리의 국경일이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렇게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종교의 기념일을 기리는 걸까?

머리가 커질수록 나의 의문은 계속 커져갔다. 신은 똑같은데 왜 종교마다 다르다고 말할까? 왜 서로를 향해 너는 틀렸다고 말할까? 누구도 속 시원히 대답해주지 않았고, 그 나이 수준에 맞는 마땅한 책도 없었다. 

그런데 오랜 세월이 흘러서야 이런 의문들을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책을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바로 <청소년을 위한 세계 종교 여행>(김나미 지음)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어른을 위한' 세계종교여행으로 이름 바꿔도 손색이 없는 종교 입문서이다.

'다종교 사회'에 사는 우리에게 종교 이해는 기본 교양

사실 우리나라처럼 '다종교 사회'에서 이런 의문은 누구나 한번쯤 품었을 것이다. 책의 저자는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종교전시장'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나라에 사는 이슬람교 신자, 힌두교 신자, 유대교 신자를 만난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심지어 조로아스터교인을 만난 이야기도.

그래서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종교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종교를 알면 인간에 대한 이해의 깊이도 깊어지고, 나아가 사회, 문화, 역사도 알게 되는 이점까지 있다고 한다. 저자는 종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인상적으로 말한다.

"종교는 인류의 지혜로 피어난 꽃과 같습니다. 그 꽃에서는 인간을 성찰하게 하는 향기가 퍼져 나옵니다. 또 종교는 사회, 문화, 역사의 바탕에 있는 거대한 바다와 같습니다. 그 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는 사회와 문화를 만들고 역사를 움직이는 힘이 되지요."(12쪽)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종교가 알게 모르게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들어 우리가 종교를 알아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2부는 세계 여러 종교의 역사와 특징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한다. 3부는 앞의 내용을 정리하며 보다 큰 관점에서 종교의 기원과 본질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은 특히 세계의 주요한 종교들의 역사와 교리 등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각 종교가 가진 의미와 사상을 설명할 때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내용을 다뤘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문제를 각 종교의 교리로 설명해 이해를 높인다.

예를 들어, 불교의 사성제(四聖諦)를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과 엮어서 설명하는 부분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사실, 학생 시절 교과서에서 불교의 사성제를 들어보기는 했지만 어려운 한자에 그 의미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의미를 오늘날 우리의 삶 속에서 친근하게 풀어내었다. 아래는 사성제(四聖諦) 중 집(集)제에 대한 설명이다.

"욕망과 집착이 우리 삶에 고통과 불만을 가져온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자살률을 보면 똑똑히 알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자살률이 매우 높아요.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지요. 실제로 2007년에는 1만 3000명이 넘는 사람이 자살했다고 해요. 또 자살은 우리나라 사망 원인의 네 번째라고도 하지요. 암, 뇌혈관, 심장질환 다음으로 높은 사망 원인이에요. 자살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삶이 불만족스럽기 때문이겠죠. 그럼 삶이 불만족스러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사회는 유난히 돈, 재산, 학벌, 권력, 명예 따위를 강요해요. 이것들은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삶의 최우선 가치가 되어 있죠. 그래서 이런 것들을 잃어버리면 살 가치가 없어졌다고 여기고 자살을 하곤 합니다. 수단일 뿐인 이런 것들이 삶의 최우선 가치가 될 수 없는데도 우리는 그것들을 내 삶과 동일시하곤 하죠."(161쪽)

우리 삶의 고통이 욕망 때문이라는 설명을 어려운 교리를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풀어낸 것이다.

현장에서 체험하는 종교학자, 어려운 내용도 쉽게 풀어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체험한 것을 친구에게 얘기해 주듯이 조곤조곤 말해준다. 조로아스터교에서 시작해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유교에 이르는 종교의 방대한 역사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명쾌하게 설명하는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이론만 따지는 종교학자'가 아니라 '현장에서 체험하는 종교학자'인 저자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세계의 다양한 종교를 직접 경험해 보았단다. 스스로 한국에서 가장 많은 성직자를 만나고, 가장 다양한 종교 현장을 체험했다고 자부한단다.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최소한 이 책에 저자의 다양한 체험이 녹아들어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다.

기존의 책들은 보통 '이슬람교는 평등사상이 투철한 종교'라는 식으로 추상적으로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가 자신의 체험을 독자에게 전달함으로써 그 내용을 전한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나는 이슬람 예배에 참석해 본 적이 있는데, 방글라데시의 무슬림 노동자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대사가 나란히 서서 예배를 보더라고요. 다른 종교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이러한 예배 모습이 꽤 신선했답니다."

보통 종교 예식에서는 상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데, 이슬람교는 상석이 따로 없어 노동자이건 대사이건 똑같이 평등하게 예배드린다는 거다.

이슬람교 얘기가 나온 김에 인상적인 부분을 조금 더 얘기하고 싶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까지도 이슬람교가 협박과 회유로 퍼졌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저자는 이슬람교가 '관용'의 태도 때문에 널리 전파되었다고 한다.

"그들의 관용적인 태도가 이슬람을 확산시킨 큰 이유였다고 할 수 있어요. 아랍의 정복자들은 그들이 정복한 지역에서 "종교에서 강제란 있을 수 없다", "사람들을 강요해서는 믿음을 갖게 할 수 없다"는 꾸란의 말씀을 따랐어요. 그들은 신앙의 자유를 옹호하는 꾸란의 원칙을 지켜 사람들에게 개종을 강요하지 않았던 거예요. 그러한 관용의 힘이 오히려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감화시켰어요. 사람들은 이슬람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이슬람교는 물리적 강요가 없이도 널리 퍼져 나갈 수 있었지요."

이 책 덕분에 이슬람교하면 테러를 떠올렸던 나의 몹쓸 편견도 바꾸게 되었다. 아니, 편견을 바꾼 정도가 아니다. 이제 세계 종교에 대해 '아는 척 좀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이다.

종교는 믿음보다 실천이 더 중요해

서로 먼 듯 가까운 듯 각 종교의 차이를 어떻게 좁히고 서로 이해할지 저자는 오랫동안 고민한 것 같다. 저자는 말한다. '무엇을 믿는가' 보다도 '어떻게 실천하는가'가 더욱 중요하다고. 종교들이 서로 자기가 진짜고 나머지는 가짜라고 억지 부리는 것보다, 각 종교마다 아름다운 가르침을 실천한다면 세상도 아름다워질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그것이 종교가 본래 지닌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청소년을 위한 세계 종교 여행

김나미 지음, 사계절(2008)


태그:#청소년을 위한 세계종교여행, #김나미, #이슬람, #불교, #기독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